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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밥차, 화요일엔 밥심 가득 싣고 달려

순천시 자원봉사센터가 운영, 매번 다른 메뉴로 제공

등록|2018.09.12 11:41 수정|2018.09.12 11:41
이웃들에게 따끈한 점심을 챙겨 주려고 매주 화요일마다 달리는 트럭이 있다. 이 훈훈한 차의 이름은 '사랑의 밥차'로 기업은행의 후원을 받아 순천시 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한다. 순천의료원공원에 오면 매번 다른 메뉴로 먹을 수 있다.
 

사랑의 밥차IBK 기업은행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특수 제작한 급식 봉사를 위한 차량이다. 총 30대가 제작되어 각 지역에서 주관하는 단체나 기관에 기증되었다. 순천시는 자원봉사센터에서 담당하여 차량 등록이 이곳으로 되어 있다. ⓒ 배주연

 
IBK 기업은행은 2013년부터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각 지역의 단체나 지자체와 협업하여,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독거노인과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3.5톤 트럭 30대를 개조하여 취사시설을 설치, 1회 300인 분량이 가능한 '참! 좋은 사랑의 밥차'를 특별하게 제작하여 기증했다. 그리고 1년 사업비도 지원한다.

지역마다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는 곳은 저마다 다르다. 전남 순천시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하며, 차량 1대와 1년 사업비 4300만 원을 지원 받아서 점심 나눔을 한다. 봉사 회원으로 50명을 모집하여 위생과 서비스 등 교육을 4회 실시하며 준비했고, 1일 봉사자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이번 급식 봉사는 올해 4월부터 시작하여 12월까지 실시하며, 7월과 8월은 폭염과 식중독 등 우려로 잠시 중단하고 9월 4일에 개시했다. 장소는 순천의료원공원으로, 노인층 거주자가 많은 곳이다. 그리고 의료원 이외에 개인병원이 밀집되어 있고, 웃장이 있어서 유동인구가 평일에도 제법 있다. 대부분의 시내버스가 웃장에서 정차하며, 북부터미널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점심을 먹는 방문자들9월 11일 순천의료원공원에서 열린 사랑의 밥차 메뉴는 짜장면이었다. 어르신들이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다. ⓒ 배주연

 
장소 접근성이 좋아서인지 인근 주민만이 아니라, 먼 곳에서도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11일에 만난 두 할머니는 삼산동과 서면에서 사는데, 주위 말을 듣고 왔다고 했다. 자원봉사자가 "추석 전에도 하니 또 오세요"라 했다고 기자에게 알려줬다. 의료원에 진찰을 받으러 왔다가 봉사를 목격하고 온 이도 있고. 그리고 의료원의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오기도.

방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번 온 이들이 식사에 만족해서 재방문을 하고, 주변에 소개해서 같이 오는 경우가 흔했다. 단골인지 자원봉사자와 안부인사까지 나누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5일장이 서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고 했다.

진솔한 이웃의 말을 듣고 싶어서 기자라 밝히지 않고 동석했다. 맞은편에 앉은 70대 할머니와 40대 전후로 보이는 딸은 고물을 줍는다고 했다. 노모는 "뭐가 그리 궁금하냐?"라 묻기도 했으나, 딸이 시원스레 "고물 줄지도 모르잖아"라며 기자에게 집에 후라이팬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후라이팬이 킬로당 천 원을 받아 더 돈이 된다며.

딸은 자원봉사자가 오자 고철을 모으니 음료로 제공된 캔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틈틈이 봉사자가 와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수거한 캔을 비닐봉지에 담아 주었다. "고철 줍는 할머니가 있어서 반으로 나누었다"라고 말하자, 딸이 "고맙다"며 밝게 웃었다. 일부러 캔을 챙겨 주는 봉사자의 마음에 미소가 지어졌다.

노모는 오른쪽 눈이 감겨 있는데, 왼쪽 눈마저 눈꺼풀에 지방종으로 추정되는 살이 차양처럼 시야를 가려, 무언가를 보려면 손으로 눈꺼풀을 잡고 올려야 했다. 그러자 딸이 단무지와 반찬 접시를 가까이에 갖다 주며 위치를 가리켜 주거나, 아예 단무지를 엄마 입에 넣어주며 챙겼다. 

자원봉사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화요일에 9시까지 모여서 조리, 배식, 설거지 등 팀을 나누어 오전 9시 20분부터 11시 30분까지 급식 준비를 완료한다. 그리고 12시 30분까지 배식을 마친 후 남은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1인당 3천 원 가량으로 단가를 책정하여 준비하는데 메뉴는 그때마다 다르다고 했다. 밥과 국, 메인 반찬은 현장에서 직접 조리하며, 김치와 나물 등 나머지 반찬만 업체에서 제공받는다. 음료수나 빵, 떡 등 후식도 있다. 방문객은 평균 350~400명 정도이며, 자원봉사자 식사까지 포함하여 일부러 넉넉하게 준비한다. 남은 음식은 독거노인들에게 나누어 준다. 

9월 4일과 11일 두 차례 취재를 겸하여 식사를 했다. 음식과 서비스가 어떠한 지 직접 살펴보고 싶었다. 4일 메뉴는 제육볶음과 밥, 된장국에 배추김치 등 반찬 세 가지에 후식으로 식혜 음료를 제공했다. 전반적으로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했다. 11일은 짜장면에 단무지와 깍두기, 매실 음료가 나왔다. 
 

식사를 준비하는 봉사자들9월 11일 메뉴는 짜장면이었다. 봉사자들이 즉석에서 바로 제면기에서 면을 뽑아 삶아 짜장 소스를 올려 만들었다. 그리고 배식 담당 봉사자들이 방문객들이 앉은 곳에 직접 배달해 주었다. ⓒ 배주연

 
4일 식사는 메뉴 특성상 각자 식판을 들고 가서 배식을 받았으나, 11일에는 좌석에 앉아 있으면, 자원봉사자와 직원이 숫자를 파악하여 음식을 배달해 주었다. 번거롭더라도 즉석에서 제면기로 면발을 뽑아 바로 삶아서 제공하니 불어터진 짜장면을 먹을 일이 없었다. 짜장면 안의 고기는 비계가 아닌, 살코기로 질기지 않고 고기가 제법 많았다. 식당보다 맛이 달지 않아 더 좋았다.

여기에 연주하는 공연도 있어서 흥겹고 식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별도로 공간을 두어 냉수와 온수를 구비하고 믹스커피도 마실 수 있었다. 이왕이면 녹차, 둥굴레차 등도 구비를 하여 선택권을 주고, 테이블에 냅킨까지 비치해 주면 방문객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 추정된다.

끝으로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같이 밥 먹는 사람이라는 동등한 입장일 때와 기자라고 밝힌 경우와 방문자들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 후자일 때는 자주 오는 지에 대한 질문에 머뭇거리며 눈치를 봤다.

독거노인과 소외계층이라는 취지에 맞는 방문객은, 어쩌면 무료 점심을 먹는 상황에 처지를 실감하고, 주위 눈치를 보며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동정'을 받는 '불쌍한' 처지가 아니라, '대접'을 받는 '당당한' 손님으로 와서 즐겁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주최 측의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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