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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리' 김종민의 10분짜리 토론쇼 대박 터진 비결

케이블 후발주자 <뇌피셜>, 유튜브서 예상 밖 인기몰이

등록|2018.09.12 12:20 수정|2018.09.12 13:13
 

▲ 히스토리 채널이 제작중인 웹 예능 < 뇌피셜 > ⓒ 히스토리채널

 
기존 공중파/케이블 채널의 웹 전용 예능 프로그램 제작이 봇물처럼 이뤄지고 있다.  god 박준형을 앞세운 <와썹맨>(JTBC/스튜디오 룰루랄라 제작)이 네티즌들의 관심 속에 순항중이며 최근 들어선 후발 주자격인 히스토리 채널의 <뇌피셜>(매주 목요일 오후 5시 공개)이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19일부터 방영된 <뇌피셜>은 논리정연함과는 거리가 먼 가수+예능인 김종민을 1인 MC로 기용한 토론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예상 밖 대박으로 나타났다. 일부 방영 회차는 조회수 140만 이상(유튜브 기준)을 기록할 만큼 성공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무논리, 무근본 1:1 토론 배틀"을 앞세운 <뇌피셜>은 유튜브 속 치열한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케이블 후발 주자, 유튜브를 선택하다
 

▲ 웹 예능 < 뇌피셜 >의 주요 장면. 일상 생활 속 시시콜콜한 소재가 여기선 토론의 주요 대상이 된다. ⓒ 히스토리채널

 
CJ ENM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시피한 케이블 채널에서 후발 업체들이 자리를 잡는 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과거 <중앙일보>를 통해 국내 소개되었다가 폐국된 후 지난해 한국 시장에 재진출한 히스토리 채널 역시 마찬가지다. IPTV 기준 100~200번대 채널 번호 배치라면 시청자들을 끌어 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히스토리 채널은 케이블 채널 중에선 비교적 유튜브 및 각종 SNS 활용을 적극 시도하는 편이다. 

"미국판 진품명품"으로 불리는 <전당포 사나이들>은 주요 하이라이트를 재편집해 유튜브를 통해 추가 공개하고 있는데 각 편당 수십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른바 '짤방' 편집을 통해 웹 예능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SBS <런닝맨> 출신 제작진들이 만드는 <뇌피셜>은 철저히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서만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시콜콜한 소재...산으로 가는 토론의 재미  
 

▲ 웹 예능 < 뇌피셜 >의 주요 장면. ⓒ 히스토리채널

 
<뇌피셜>이 다루는 토론 소재 및 구성은 지극히 단순하다. "술은 친구다, 아니다", "탕수육은 부먹 vs. 찍먹", "맹수의 왕은 호랑이 vs. 사자" 등 일상에서 종종 언급되는 내용들이지만 딱히 중요할 건 없는 사소한 논쟁거리에 대해 김종민과 초대 손님이 겨루는 1대1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10여분 안팎의 짧은 방송 분량이라곤 하지만 만약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이었다면 굳이 토론 소재로 다룰리 만무한 주제를 놓고 두명의 패널은 진지한 의견 교환을 나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산으로 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뜬금없는 근황 토크 같은 엉뚱한 대화 내용으로 흘러가는 일도 허다하다. 여타 시사 토론이었다면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낼 법 했겠지만 <뇌피셜>에서 만큼은 가장 큰 재미 유발 요소로 작용한다.

전문가 조언 등 안전장치 마련
 

▲ 웹 예능 < 뇌피셜 >의 주요 장면. 비록 예능이라곤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팩트 체크` 형식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의 설명을 넣고 있다. ⓒ 히스토리채널

 
아무리 웹 예능이라곤 하지만 자칫 잘못된 상식, 정보가 방송될 경우 시청자들의 질책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진은 토론 중간마다 '팩트 체크' 코너를 두고 각 분야 전문가를 전화로 연결해 오류를 바로 잡는다.

전직 프로파일러 표창원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의사, 동물 조련사 등의 상세한 답변을 통해 토론 참가자 및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건 종종 대책없이 진행되는 일부 웹 예능과는 구분되는 <뇌피셜>만의 차별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방송 분위기를 부드럽게 살려주는 건 MC 김종민의 몫이다. 당초 단독 진행이 가능할까 의문시되었지만 특유의 어눌한 화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풀어주면서 되려 토론 패널 및 전화 연결 전문가들의 원할한 대화를 이끌어낸다.

"천재" 김종민이 있기에 가능한 토론 예능
 

▲ 웹 예능 < 뇌피셜 >의 주요 장면. ⓒ 히스토리채널

 
<뇌피셜> MC 김종민은 평상시 그와 크게 다르진 않다. 토론 도중 지인 찬스로 전화 연결된 김종국, 차태현, 데프콘 등 동료 선후배들의 구박 받는 건 기본이다. 어린아이 옹알이 하듯 말을 더듬거나 외계어에 가까운 단어를 내밷는 식의 화술도 여전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할 사항이 목격된다. 각 방영분에서 종종 김종민은 황당 논리와 상식 및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곤 하지만 이것이 오류, 잘못된 정보라는 걸 알게 되면 바로 수긍하고 주장을 철회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종민은 나름 모범이 될 만한 토론 자세를 제시한다.

배울만큼 배운 정치인, 학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서 사실 왜곡에 가까운 황당 주장을 거침없이 펼치고 그것이 잘못된 사실임이 드러나도 뻔뻔히 자기 할 말만 내뱉는 패널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김종민은 < 1박2일 >에서 얻은 "신바"(신난 바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곤 한다. 비록 악의적인 목적으로 붙여진 건 아니지만 자칫 당사자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민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일반인을 능가하는 해박한 역사 상식을 자랑할 만큼 "천재"의 모습을 숨긴 것 마냥 각종 예능에서 반전의 상황을 연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오고 있다.

비록 10분짜리 웹 예능이지만 <뇌피셜>은 그동안 자신을 낮추면서 동료들을 빛내주던 김종민이 모처럼 중심이 되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이곳에서 만큼 김종민은 주인공이고 "뇌색남"이자 진짜 "(예능) 천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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