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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본 노무현 대통령, 이런 삶 살았는지 몰랐습니다

[공모-극장에서 생긴 일] 철없던 날 일깨운 영화 <노무현입니다>

등록|2018.09.12 17:43 수정|2018.09.12 17:43
그 날은 때마침 오전 10시 45분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이었다. 영화 상영관으로 들어갔을 때는 몇 사람 보이지 않았다. 인기 있는 액션 판타지 영화가 아닌 다큐 영화이기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약 20명 남짓 채워졌을까?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스크린 영상에 내가 모르는 노무현이 비쳤다.

비록 90년생으로 태어났지만, 내가 정치와 사회에 나만의 의견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나는 지금의 내가 알지 못한 정치와 사회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면서 바보 노무현의 시작점을 알게 되었다. 나와 전혀 접점이 없는 일임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 가슴이 죄여오는 느낌이었고, 어느덧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걸 눈치챘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이야기는 2001년과 2002년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나는 중2병을 겪으면서 나 나름대로 세상과 치열하게 살던 시기였다. 중학교에서 들은 사회 과목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작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다. 그 나이에 대선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는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이 중요했고, 혼자서 하는 즐기는 게임이 중요했고,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을 남몰래 욕하며 살아남는 일이 중요했다. 학교 폭력을 겪으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머리에 제대로 피도 차지 않은 한낱 아이에 불과했다.
 

▲ 노무현입니다 ⓒ 노지현

 
<노무현입니다>를 통해 나는 2002년 당시 치열하게 치러진 새천년민주당의 경선 과정을 보았다. 오늘날 '피닉제'라는 별명이 붙은 이인제가 왜 그런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그가 어떤 인물인지 엿볼 수 있었고, 그 이후 세월이 지나도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에서 아직도 이겨내지 못한 '빨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구태의연한 정치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노무현이 살았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 영화였다. 그리고 노무현 주변 사람이 기억하는 노무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를 어떤 사람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고,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인간 노무현'을 스크린에 비추면서 사람들이 기억했던 노무현을 다시 보여줄 뿐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영화를 보면서 울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저 내가 모르는 노무현을 알고 싶었기에 영화관을 찾았을 뿐이었다.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어떤 접점이 일절 없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 철없는 학생에 불과했다. 심지어 김해에 살면서도 봉하마을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을 때 방문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는 동안 내 눈에서는 눈물이 마를 줄 몰랐다. 지지율 5%에서 시작하여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까지의 치열함, 열정적이었던 노사모들, 그 어떤 무엇 하나 나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상했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영화를 통해서 그동안 인터넷에서 지나가는 기사로 접한 "그렇다고 이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는 정의, 언론을 장악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에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의 현장을 보았다. 나는 이야기로 전해 들었을 뿐인 노무현을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통해 보았고, 진짜 보아야 했던 걸 본 느낌이었다. 그래서 눈물을 훔쳐야 했는지도 모른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그 치열한 과정을 보여주면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에서 취임식을 하고, 오늘날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들고 천천히 이동하는 퍼레이드를 보여주면서 암전된다. 그 암전 이후 우리가 본 것은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 노무현입니다 문재인 인터뷰 장면 ⓒ 노지현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1년이 지났을 때, 나는 이제야 정치와 사회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대학생이었다. 나는 내가 나름 깨어있는 시민이자, 선구적인 의식을 지닌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다는 걸 말이다. 그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세상의 모든 거라고 생각한 그냥 어린놈이었다.

나는 20살 때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여러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블로그에 쓰거나 공모전을 통해 쓰기도 했다. 나는 내가 겪은 학교폭력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우리 사회가 교육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보기를 바랐고, 무너진 교육이 바로 세워져야 우리 사회가 좀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결같이 글을 써왔다.

그러나 갓 20살이었던 나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우리 정치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우리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어떤 인물인지. <노무현입니다>는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 아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 짓누르는 슬픔과 무게감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상영관에는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뒤늦게 온 노무현의 시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잘난 체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늘날 우리 시민은 시민의 힘이 모여 구정치의 대표적 사례인 인물과 국정 농단의 주범을 물리쳤지만, 여전히 그 기반은 악성 종양처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상태로 우리 사회를 좀 먹듯이 갉아먹고 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마지막 장면과 우리 사회는 아직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우리 사회가 그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끝까지 함께 한다'는 의미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보여준 건 인간 노무현의 삶이자, 우리가 거쳐 온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영화 한 편이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기 시작했던 시기에 본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그 어떤 때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 영화였다.
덧붙이는 글 '극장에서 생긴 일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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