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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해고당하기 싫어요"... 어느 톨게이트 노동자의 눈물

'불법파견' 판결에도 끄떡 없는 한국도로공사... 직접고용 아닌 자회사 전환 '꼼수' 논란

등록|2018.09.12 18:07 수정|2018.09.12 23:46

이정미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을"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도로공사정규직전환공동투쟁본부와 함께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보강 :12일 오후 11시40분]

"저희에겐 아픔이 있습니다. 2015년에 용역업체 사장이 바뀌면서 동료가 해고되는 걸 옆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해고되고 싶지 않습니다."
 
서산 톨게이트에서 근무한다는 그가 흐느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눈물이 번졌다.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저희 수납원들은 대법원 판결을 받고 도로공사의 정규직이 됐을 겁니다. 이제 정부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정책만 던져주고 너희들끼리 합의하라는 대통령까지 원망스럽습니다. 정규직 전환이 자회사 전환으로 변질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 지회장의 말이다.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이 든 팻말에는 '영원한 용역회사 자회사 싫다! 자회사 강요하는 도로공사 이강래는 물러가라!'란 손글씨가 삐뚤삐뚤 적혀있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 모습이다.
 
"귀찮은 파리 쫓아내듯"
 
국회를 찾은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청구 소송 1·2심 판결에서 이미 불법파견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가 수납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미룬 채 자회사 설립을 통한 '꼼수' 전환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형태의 고용이 경영상 합리적이고 절차상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도로공사가 회유와 협박을 동원해 서명을 받는 등 탈법적인 방법으로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전환 대상자에 해당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는 6700여 명에 이른다.
 
박 지회장은 "모범이 돼야 할 공기업이 1·2심 판결에서 패소했음에도 대법원까지 항고하며 시간을 끌고 있고 귀찮은 파리 쫓아내듯 자회사로 나가라고 한다"라며 "우리는 높은 임금을 원하는 게 아니고 오로지 하청 직원이 아닌 도로공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을 뿐인데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로공사가 날치기로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당장 다음 주부터는 수납원들에게 동의서 서명을 받겠다고 한다. 수납원 한 명 한 명을 협박하고 회유하려는 것"이라며 "강압적인 자회사 전환에 분노한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이 모든 만행의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전남 구례 화엄사영업소에서 수납원으로 일하고 있는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영업소지회 지회장은 도로공사가 수납원 노동자 중 여성과 장애인이 많다는 점을 짚으며, 자회사 전환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유 지회장은 "수납 노동자의 경우 여성이 전체의 90%에 달하고 전남 지역의 경우 60% 이상이 장애인이다. 도로공사가 이런 점을 이용해 인권을 무시하고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라며 "도로공사가 현장의 관리자들을 앞세워 자회사 전환에 서명하지 않으면 수납 업무를 시키지 않고 조경과 유지보수, 식당 조리원 등으로 보내버리겠다는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도로공사는 마지막 남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수납원들을 모두 자회사로 보내기 위해 온갖 탈법과 불법, 회유와 협박을 저지르고 있다"라며 "도로공사는 또 다른 용역 회사인 자회사 전환 방침을 철회하고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이면
 

이정미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을"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2일 한국도로공사정규직전환공동투쟁본부와 함께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박순향 지회장의 눈물이 시사하듯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방침이 정작 현장에선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한 '꼼수' 전환 방식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짚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과 정규직 전환 계획은 1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회사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등 이름만, 무늬만 정규직인 가짜 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라며 "진짜 정규직이 돼 노동자의 권리와 삶이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도 "아직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이나 정규직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으로 형식적인 전환협의체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비정규직 탄압이 그대로 있는 것"이라며 "도로공사 수납원 노동자들 사례가 대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련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소송과 판결을 통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자회사 전환을 협박하고 강행하는 것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도로공사는 법원의 판결대로 수납원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측은 "자회사 추진과 관련 이미 직원을 대표하는 6명 가운데 5명의 동의를 얻었다"면서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판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또 그것에 맞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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