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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스트리아 날아간 양승태, '법관 해외파견' 직접 요구

강제징용 소송 개입 '대가' 거론... 비자금 의혹에 이어 수사 불가피

등록|2018.09.12 18:38 수정|2018.09.12 19:29
 

▲ 2014년 10월 14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가운데)은 에카르트 라츠 오스트리아 대법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을 만나 상고심 운영방식 관련 의견을 나눴다. ⓒ 대법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법관 해외파견을 직접 거론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어, 해당 '재판거래' 의혹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오마이뉴스>는 12일 법원행정처가 오스트리아에 법관 파견을 추진한 내용을 정리해 2016년 작성한 내부 문건을 확인했다. 문건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4년 10월, 유럽 3개국을 순방하는 일정 중 오스트리아에서 송영완 당시 주 오스트리아 대사를 만나 직접 '사법협력관' 파견 추진을 요구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2006년부터 사법협력관이 파견됐지만 2010년 이후 중지된 상태였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이 송 대사를 만나 오스트리아 법관 파견을 부탁한 시기는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비밀회동'을 가졌을 때다.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의 공관에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불러 2013년에 이어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하고 외교부에 소송 관련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등 노골적인 재판 개입에 나섰다. 

 "외교부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주자"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윗선이 오스트리아 법관 파견을 대가로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은 또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송 대사를 만나 법관 해외파견을 요구한 지 8개월 만인 2015년 6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송 대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임 전 차장은 "전날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징용 소송에 관한) 의견서 제출을 협의했다. 이참에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을 잘 부탁드린다"라고 적었다. 오스트리아 만남 뒤 외교부에 협조를 잘하고 있으니 법관 파견도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내용이 오간 것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법원행정처는 한 달 뒤인 2015년 7월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파견 추진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또 여기에 외교부 추가 설득 방안으로 "신일본제철 사건에서 외교부 측 입장을 절차적으로 최대한 반영한다"라고 적었다.

이후 외교부는 2016년 11월 대법원이 개정한 민사소송규칙을 근거로 일본 전범기업에 유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각각 2005년, 2000년에 소송을 제기한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9명은 기약 없이 대법원의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파견은 실행되지 않았다. 검찰이 확보한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외교부는 "오스트리아 대사관에는 검사 파견이 더 적합하다"며 법원에 스위스 제네바 파견을 제안했다. 실제로 제네바 법관 파견은 2016년 말부터 실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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