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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의 남북관계 즉문즉설 "김정은이 왜 안 오냐고?"

<새로운 100년> 증보판 출간 북콘서트... 문재인 정부에도 쓴소리

등록|2018.12.15 13:35 수정|2018.12.15 13:35

▲ ‘평화와 통일을 여는 가슴 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가 14일 오후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니꼴라오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부부갈등에서부터 세계평화까지, '즉문즉설'로 명답을 제시해왔던 법륜 스님이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뜻 답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무조건 반대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풀어놓는 즉설에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던 2011년 법륜 스님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함께 쓴 <새로운 100년>(오마이북) 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행복한 미래의 필수조건이란 점을 이미 역설했다. 7여 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는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다시 대담을 하고 증보판을 낸 오 대표와 법륜 스님은 북 콘서트에서 문답을 주고 받으며 그동안 일어난 급격한 변화를 '업데이트'했다.

14일 오후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이날 북 콘서트는 <새로운 100년> 증보판을 펴낸 오마이북과 법륜 스님의 새 책 <스님 왜 통일을 해야 하나요>를 펴낸 정토출판이 공동주최했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의 조건

법륜 스님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현재까지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 본다. 안 오는 게 아니고"라고 풀이했다.

법륜 스님은 "북쪽 입장에선 남쪽 지도자가 북쪽을 방문하면 '우리 지도자를 만나러 왔다'면서 선전을 할 수 있는데, 북쪽 지도자가 남쪽에 갈 때에는 돌아올 때 갖고 올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북쪽 지도자가 남쪽에 왔다고 해서 남쪽 지도자가 북쪽에서 받은 열렬한 환영을 못 받는 것도 현실이고, 반대집회 같은 것도 있을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다른 뭔가가 진척이 돼야 하는데, 미국의 제재 때문에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답방을 하려면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준다든지 제재를 약간 완화해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든지 인도적 지원을 늘린다든지 해서 북쪽에 '선물 보따리'를 갖고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이런 게 준비가 되면 연초에도 올 수가 있겠지만, 준비가 안 되면 2월이나 3월이 돼도 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평화와 통일을 여는 가슴 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가 14일 오후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니꼴라오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법륜 스님은 현재 북미대화와 남북협력이 정체되고 있다는 평가에 "스스로의 기대가 어땠는가가 중요한 기준"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작년 연말 이맘 때엔 전쟁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걸 기준으로 하면 지금의 상황은 획기적인 진전이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연초부터 조금씩 조금씩 좋아져서 지금 이렇게 왔다면 한 해동안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됐다고 평가할 텐데, 3~4월에 남북관계가 폭발적으로 개선되면서 우리의 기대가 확 높아졌고, 더 높은 수준의 남북교류 등을 기대하게 됐다. 그런데 그게 정체되고 기대에 못 미치니까 마치 실패하고 뭔가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나는 진척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한 만큼은 되지 못했다고 본다"며 "우리의 기대도 높았지만 언론이나 정부가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북한이 주춤거리는 이유

그렇다면 전통적인 대북정책을 내던지고 북한과 초유의 정상회담까지 연 미국은 왜 대북제재를 고집하면서 남북협력의 진전에도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일까. 오연호 대표는 "미국 대북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는데, 이의 바탕을 이루는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법륜 스님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 바탕에는 중국의 부상이 있다"며 "미국은 한반도를 어떻게 다루는 게 중국 견제 정책에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입장에서 북한의 위협을 강조해,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고 한일 군사협력이 이뤄지도록 해서 중국을 봉쇄하는 게 미국에 유리할까, 아니면 한반도의 긴장을 낮춰 북한을 미국 쪽으로 포용하는 게 유리할까, 이런 큰 틀에서 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일 군사협력을 통해 대중국 전략을 세우는 게 미국의 전통적 주류의 생각이고 오바마 정부의 '대북 무시 전략'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와 새 전략을 쓰고 있고 주류가 이에 반대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입장정리가 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쪽도 미국 대응 전략이 전향적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믿고 나올 수도 없는, 그 안에서도 늘 미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세력도 있는 등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게 지금 상황에서 모두 주춤거리는 원인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왜 떨어졌나

오 대표는 여론조사 조사원을 흉내내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고 법륜 스님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당황한 기색의 오 대표는 "이번에 증보판을 내면서 했던 대담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엄청 칭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 ‘평화와 통일을 여는 가슴 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가 14일 오후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니꼴라오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법륜 스님은 "그땐 그래놓고 오늘은 왜 '그저 그렇다'고 하는지를 묻는 것이냐"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제시했다. 법륜 스님은 "대통령의 본분은 국가의 안위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서 일단 전쟁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작년 전쟁 위기는 문 대통령이 막아냈기 때문에 그 하나만 갖고도 잘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대까지 올라간 일을 언급하며 "다들 말은 안했지만 전쟁 위기에 모두들 굉장히 쫄아 있었고, 4월에 정상회담을 하면서 국민들이 느낀 것은 '휴~ 전쟁은 안 나겠다'였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이것 때문에 지지율이 그렇게 높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전쟁은 안 난다'는 게 일상화가 됐다. 이제는 가게가 장사가 안 되는 일상에서 불만이 생긴다"며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은 살게 된 게 중요하지만, 일단 살게 된 이후엔 일상이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지지율이 떨어진 배경을 분석했다.

법륜 스님은 자신이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내린 이유를 "남북 문제를 진전시키는 데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를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외교의 바탕이 되는 국내 여론을 일치시키는 일을 도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어긋나더라도 정부가 한발을 더 나가야 하는데 못 나간 것은 그 전에 해야 할 조치를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그들이 요구 일부를 들어줘서라도 협력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었다"며 "여론이 갈라지지 않았다면 미국이 제재를 내세워 남북교류를 막으려고 해도, '우리 국민 모두가 원한다'고 하면 미국이 막지 못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고 나갈 힘이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평화에는 진영논리가 없다

법륜스님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바라는 시민들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를 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저놈 나쁘다' 해도 자세히 보면 60~70%정도는 나쁘지만 좋은 점도 30%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 걸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정책과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 등은 비판할 만하지만,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긍정적이다. 진보적이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 교민들도 이런 점은 다들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남북 간의 전쟁의 위험을 안고 70년 이상 살아왔다. 이제 전쟁은 종식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이게 왜 보수 진보의 문제이고 전라도 경상도의 문제이며,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의 문제인가"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다른 정책에는 찬반이 있겠지만,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평화를 갖고 오자는 데에 대해선 좀 찬성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선거 같은 걸 할 때도 여러가지를 봐야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평화 문제에 가장 비중을 두고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법륜 스님은 북한에 식량 부족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인도적 지원이 원활해질 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 이것은 북한 정부와는 관계없고 주민들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일"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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