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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대학생 "A씨처럼 나도 당했다, 꼭 살아남길"

[인터뷰] 학교에서 커밍아웃한 연경씨 "도와주겠다는 교수님도 있지만, 불법 촬영도 당해"

등록|2020.02.08 20:13 수정|2020.02.08 20:13
"저는 대학에서 커밍아웃을 했고 이번에 A씨가 겪은 일을 똑같이 겪었다. 부디 A씨가 살아남아줬으면 좋겠다."

대학생 트랜스젠더 김연경(가명)씨가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대학 입학을 포기한 트랜스젠더 A씨에게 전한 말이다.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7일 오후 '숙대 등록 포기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면서 "혐오를 멈추었을 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숙대 입학을 포기하고 2021년 대학 입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고 올해 숙명여자대학교 신입학 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숙명여자대학교와 여대 학생들은 입학에 반대하는 항의 성명을 내는 등 반발했다.
 

▲ 숙명여대 순헌관 ⓒ 연합뉴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보건사회연구'(2015년 12월호)에 따르면 국내의 트랜스젠더는 최소 5만 명에서 최대 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다른 트랜스젠더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7개월째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21살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김연경(가명)씨와 8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경씨는 대학에서 '커밍아웃'을 한 트랜스젠더다.

"보통 여성들처럼 학교 다니고 싶다"

- 연경씨는 여대가 아닌 남녀공학에 다닌다고 들었다. 어려움은 없나?
"맞다. 남녀공학에 다니는데 실제로 여러 교내 행사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MT에서 방을 배정할 때나 운동 경기에서 팀을 배정할 때 나는 그저 남성으로 여겨진다. MT 때는 선배들이 트랜스젠더라는 걸 알면서도 법적으로 남녀혼숙이 안 된다고 해서 남성들이 있는 방에 머물렀다. 이틀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간신히 쪽잠을 잤다."
 
- A씨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A씨처럼 성별정정을 하고 여대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법적 성별정정 신청 전에 학교를 가게 됐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성별 정정을 하려면 만19세 이상이어야 하고 외부 성기 성형수술도 받아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부모의 동의도 얻어야 했다. A씨가 처음 숙대에 입학한다고 했을 때 많이 기대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혐오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A씨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입학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숙대에 입학을 한다고 해도 차별과 혐오를 계속 받게 되지 않았겠나? 그의 결정에 충분히 공감했다."

- 연경씨도 대학에 다니면서 힘든 일을 겪고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너는 아직까지 남자잖아'라는 거다. 여성으로 대우를 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남자인데'라는 반응이 많다.

한 번은 불법촬영을 당한 적이 있다. '우리 학교에 '트젠'(트랜스젠더)이 다닌다'며 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 희화화되고 있더라. 경찰에 그 게시글을 신고했고 경찰이 보는 앞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사진을 삭제하게 만들었다. 대학 다니는 트랜스젠더들은 다들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소송까지 진행하고 싶었지만,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참았다.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나만 빼고 단톡방을 파서 내 정체성을 욕한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이번에 A씨에게 있었던 일을 나도 당했다. 보통 여성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싶다."

- 학교 구성원들에게 '커밍아웃'했다고 들었다.
"친구들에게 트랜스젠더라고 말했고, 교수님들도 몇 분 알고 계신다. 한 교수님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듣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일단 죽지 말라'고 하시더라. '어떻게든 살 수 있게 교수님이 도와줄 테니까 우리 살아서 졸업하자'고 이야기를 하셨다. 담당 교수님은 '문제 생기면 우리가 도와줄게'라는 식으로 말씀하시기도 하고. 학교에서 실습하기 전에 머리를 묶으려고 거울을 보는데 그 교수님이 오시더니 '넌 거울 안 봐도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웃음)
 
-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남자로 태어났으니까 남자가 아니냐고 주변에서 이야기한다. 호르몬제를 맞고 수술을 해도 결국 유전적으로는 남성 아니냐는 거다. 그런데 그 유전자가 우리가 사는 데 있어 그렇게 중요한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호르몬제 투여가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호르몬제를 넣기 시작하면 영구적으로 불임이 되고 1년이 넘으면 성기의 기능이 상실된다. 그런데 A씨는 여대에 들어가기 전에 법적으로 성별정정까지 마치지 않았나."

- 주변 트랜스젠더 지인들과 A씨 문제를 혹시 이야기해봤나?
"친구들도 다들 걱정했다.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사는 게 먼저라고 말하더라.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친구들도 자살 시도를 많이 한다. 트랜스젠더들은 시스젠더들(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에 비해 자살율이 높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분들도 많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성인 트랜스젠더 응답자 중 54%는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출처: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 A씨 사건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고 들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제 내 정체성을 찾았고 안정이 된 상태다. 지금은 한 정당에 활동하면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는 트랜스젠더 후보를 돕고 있다. 앞으로 살아남아서 취업도 하고, 우리 사회에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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