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 유진 입학취소를 설문조사에 붙이는 게 옳은가?

입학 취소는 옳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

등록 2001.01.18 21:03수정 2001.01.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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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의 멤버 김유진 씨의 고려대 입학이 취소될 것으로 보이자, 여기에 대한 찬반양론이 의외로 뜨겁게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일단 여기서 가장 먼저 분명히 해두어야 할 점은, 김유진 씨가 입학 취소를 당하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라는 것이다.

김유진 씨의 팬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가며 김유진 씨의 입학 취소가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을 했지만, 그 대부분의 주장들은 하나같이 철부지성 억지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입학때에는 아무 지적도 없다가 이제와서 왜 취소하는가"
■ "입학취소가 되면 SES의 맘이 얼마나 아프겠느냐"
■ "유진의 문제는 유진의 잘못이 아니라, 입학 당시에 검정고시의 필요성을 숙지시키지 못한 자에게 책임이 있는거다. 그러니 유진은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한다"
■ "미우나 고우나 1년동안 같이 학교를 다닌 유진에게 왜 냉담한가. 고대생들은 의리도 인정도 없는 사람들이다."
■ "유진을 욕하는 사람들은 자격지심때문에 속이 상해 욕하는 것이다."
■ "유진은 고대응원오티에 참석했으니 애교심이 많다. 따라서 유진은 학교를 계속 다녀도 된다."


김유진 씨의 변호논리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렇듯 간교한 속임수와 궤변이 승리했다면, 요번 사건은 또 한 건의 분노를 우리 시대에 안겨주었을 것이다. 원칙으로 보나 뭘로 보나, 김유진 씨의 문제에 대해서는 입학 취소가 옳은 일이다.

문제는, 그것을 처리하는 고려대측의 태도에 있었다.

고려대는 김유진 씨의 처리를 여론조사에 맡겼다. 어디까지나 "원칙과 규정"에 입각하여 김유진 씨의 입학을 취소시켜야 마땅하거늘, 그것을 여론조사에 맡긴다는 것은 전혀 올바르지 못한 처사였다. 여론 조사 결과 김유진 씨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되면, 여러 규정과 정의에도 불구하고 김유진 씨를 그대로 놔두겠다는 것인가?

또한, 설문조사 결과 김유진 씨의 입학취소가 다수결로 결정되었다손 치자. 그렇다면 김유진 씨를 원칙이 아닌 여론의 이름으로 처단하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설문조사의 내용은 또 얼마나 어이없나. 설문조사는 딱 하루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그 내용은 죄다 김유진 씨를 편들고 선 입장에서 문항들이 만들어져 있었고, 덕분에 사람들의 분노만 더욱 증폭시켰다. 그 설문의 내용을 약간 살펴보자.

1. 대학 당국은 교육부에 김유진양의 입학자격에 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습니다. 과연 국내 외국인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양이 국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본교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겠습니까. 단 WTO체제 이후 국외에 소재한 외국 고등학교의 졸업 학력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외국인 고등학교 졸업에 대한 학력인정은 아직도 법적 해석을 요구하는 사항임을 밝힙니다.해당 사항을 선택해 주십시오.

○예 ○아니오 ○모르겠다

2. 김양은 이미 입학해서 본교에서 일년을 지난 상태입니다. 대학당국은 여론의 동향에 상관 없이 재학생으로서 그의 권리와 자격을 보호해야 합니까?

○예 ○아니오 ○모르겠다

3. 고려대학교는 ▲대학의 권위와 전통, ▲면접평가 교수의 학자적 양심, ▲대학의 자율적 입학사정 원칙, 그리고 ▲현재 재학생인 한 개인의 권리와 인권보호 차원 등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본부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합리적입니까.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 ○취소하지 말아야 한다

4. 여러분이 결정에 참여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 ○취소하지 말아야 한다

5.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해결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까. 좋으신 제안이 있으시면 대학본부에 전달하겠습니다. 의견을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은 1월 17일 정오까지 받겠습니다. 의견 수렴의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응답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성실하게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 여러분의 신상에 관한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지며 통계처리에만 사용됩니다. 이 조사가 끝난 후 여러분의 응답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전화번호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속대학, 학과, 나이, 성별, 이름, 전화번호


여기서, 고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대생들의 말을 들어보자.

▲ 고대측에서 유진을 옹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척 황당해하던 터라 그래도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는 하려는 가보다 하고 열심히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설문조사 문장부터가 "유진이 불쌍하고, 학교측의 논리는 정당하다" 는 뜻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더군요.

▲ 어제 밤부터 몇시간씩 고민해봤는데... 도저히 설문지란 곳에 답을 쓸수가 없었다.. 홍보실이건 학교당국이건.. 유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설문지라서 그거 다 무시하고 그냥 하고 싶은 말만 쓸려고 했는데..... 그래도 쓸수가 없다... 완전 당했당..

▲ 방금 고대 홈페이지에서 설문조사를 보았다.그런데 마치 고대입학실은 한 점 부끄럼이 없는데 교육부의 압력에 떠밀려 죽지못해 유진을 방출시킬지도 모른다는 자기변명덩어리일 뿐이었다. 설문 문장 하나하나가 유진을 지키겠다는 홍보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무슨놈의 설문조사가 하루밖에 안하지? 우리가 5분 대기조인가? 그리고 성명 학번 같은것도,제대로 로그인을 하게 만들면 될 것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이건 사기다.내가 지금처럼 고대들어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하려면 똑바로 하고 부정 입학이면 당장 내쫓으면 될 것 아닌가?

▲ 현재까지의 여론 추이를 전혀 알 수 없다. 설문조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면, 그 결과를 설문조사 참여자에게도 알게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비공개로 자료를 수집후, 이를 조작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홍보실측은 설문 조사가 끝나면 이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윗 글들은 고대홈페이지 게시판 에서 갈무리했음을 밝힙니다)


고대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도 있었다.

"부정입학을 시킨 담당자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지를 않는가.혹 법규의 문제가 있다면 유권 해석에 따르면 될 일이다.그나마도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학교의 행정이 잘못되었다.이해가 안가는군.그리고 이 사안이 설문조사로 해결될 문제인가?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른 거지..한심하다."

바로 이것이다. 고대 게시판에서도 이미 지적된 바와 같이, 이것은 지구가 둥그냐 아니냐 하는 문제의 해답을 설문조사에 의해 결정하려는 태도와 다를 바가 없다. 설문조사 결과 지구가 둥글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온다 할지라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다수결로 결정해 버린다면 문제가 된다. 누가 그 결정에 납득을 할 것인가.

요번 김유진 씨의 입학취소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것은, 일단 그 조작 및 몰표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글의 맨 처음에서 얘기한 김유진 씨의 입학취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칙과 도덕"을 공격할 적절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적절치 못하다.

이 설문조사가 김유진 씨의 처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는지에 대해서는, 이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마다 모두 말이 달랐다.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고, 단지 참고만 할 뿐 별 영향은 안 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제발 전자가 오보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야기를 끝맺자.

김유진 씨의 입학취소는 옳다.

그러나 그것이 원칙과 정도에 의해서 집행되지 않고, 여론조사에 의해 집행된다면... 그런 입학취소라면, 나는 김유진 씨의 편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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