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연예인 기획사가 되려는가?

결국 악동클럽은 제2의 방송연예인 공장?

등록 2001.04.30 08:49수정 2001.04.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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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간판 오락 프로그램에는 '목표달성 토요일' 이라는 프로그램이 토요일 오후 6시 10분의 황금 시간에 편성되어 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목표달성 토요일은 현재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필자는 그 중 특히 악동클럽이라는 코너를 즐겨본다. 그동안 교실에 갇혀 틀에 박힌 교육만 받았던 고등학생들에게 각자의 개성과 끼를 표현할 장을 만들어 줬다는데 대단히 만족했다. 또 제작진은 그들의 목표중 하나로 가요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그런데 필자는 어제 방송되는 악동클럽을 보고 여간 실망한 것이 아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할까? 지각변동은 커녕 굳히기 작전을 쓰고 있는 듯하다.

악동클럽은 전국을 돌며 끼와 개성으로 똘똘 뭉쳐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오디션을 실시하고 끼있는 고등학생을 선발하여 최종 몇명에게 가수의 길을 열어준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었다.

그간 방송분을 보더라도 10대 아니면 보여주기 힘든 그들만의 개성을 과감히 표현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또 흔히 학교에서 잘나가는 모범생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좋아하는 것들을 추구하고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줬던 프로그램이었다. 또 현재 다음 카페에는 악동클럽 팬클럽만 수십 개가 넘는다. 이런 인기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현재 오디션을 본 학생들을 심사에 심사를 거쳐 33명으로 줄였다.그리고 그들은 1박2일간 일정으로 합숙을 하며 그 과정을 통해 2차 오디션을 실시한다. 이른바 조별 오디션이라고 하는데 오디션을 위해 조를 짜주는 제작진의 행태가 악동클럽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대체 끼있는 고등학생들을 모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들의 조는 이른바 연예인 따라하기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10대들의 스타 따라하기다. 각 조의 이름은 H.O.T 팀, god 팀, 신화 팀, 컨츄리 꼬꼬 팀, DJ D.O.C 팀, 핑클팀, S.E.S 팀 등 7팀이다. 여학생들은 핑클팀과 S.E.S 팀에 들어갔다.

그리고 하루간의 연습후 제작진이 정해준 가수의 노래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열거된 팀이 고등학생들의 끼를 보고 뽑아서 따라가게 해야 할 만큼 훌륭한 가수의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으므로 논외로 하자.

그러나 그들이 훌륭한 방송용 가수라는데는 모두 동의하시리라. 그들의 음악적 깊이를 떠나 방송에서 활용하기엔 손색없는 가수들이다. 정확하게는 가수 겸 방송연예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가수를 만들어주겠다던 제작진들은 제2의 방송가수들을 만들려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뽑아둔 고등학생들의 끼를 제2의 방송연예인을 만드는데 투자하려는가?

한자리에 모인 고등학생들은 그나마 원하는 팀을 고를 기회도 없었다.자신의 끼와 재능에 맞게 능력을 보여줄 가수를 선택할 기회없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원하지 않는 가수를 흉내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뭐가 문제일까? 그들은 학교에서 모범답안이 나와 있는 답을 풀고 일률적인 모범케이스를 따라하는 것보다 개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어 악동클럽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방송용 모범답안 7개를 제시하고 그에 맞추려드는 방송 제작진들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결국 그들을 장사도구로 생각한 것 아닐까? 제2의 방송연예인을 만들어주고 방송안에서 10대들의 우상인 7개팀을 다시 한번 팔아먹으려는 것 아닐까?

MBC가 방송 연예인을 귀신같이 만들어내는 연예인 기획사인가? '방송연예인이 되는 법'이라는 모범답안이라도 제시하고 싶은 걸까?

우리 고등학생들과 우리 방송을 위해 간곡히 부탁한다. 처음 시작할 때의 아름다운 목표들을 잊지마라! 제발 제2의 연예인 기획사가 되지마라. 넘치는 끼를 주체할 수 없는 그들에게 끼를 발산할 장만 마련하고 좀 뒤로 물러나 있어라! 주입식에 모범답안에 찌든 그들에게 제2의 모범답안을 만들어 주는 어리석은 제작진의 생각에 안타까운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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