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장남이 교사 폭행 물의

경북 이서고, 항의교사 직위해제... 교사들 반발 확산

등록 2001.07.05 14:25수정 2001.07.0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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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이서고등학교 측이 교장지시를 따르지 않고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달 15일 이 학교 장모(44) 교사를 직위해직시키자, 전교조 경북지부와 도내 상당수 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서고교의 경도재단은 지난해 말 당국으로부터 새 재단 승인을 받고 이 학교를 운영해 왔다. 그러던 지난 2월 14일에 있었던 서무현(70) 새 재단이사장 취임식이 끝난 뒤, 장 교사가 서 이사장의 장남인 서모(46) 씨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새 재단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날 서 이사장이 취임인사에서 "실제 이사장 일은 장남이 보게 되므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장남과 의논하라"고 하자, 정 교사는 "이서중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장남이 학교를 경영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장남 서 씨는 취임식이 끝난 후 정 교사의 뒷덜미를 잡고 끌고갔으며, 그 과정에서 서 씨가 정 교사의 뺨을 두 례 때렸다고 전교조 경북지부는 밝혔다.

결국 정 교사는 서 씨를 폭행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학교측은 지난달 15일 근무지 이탈 및 교장지시 불이행 등의 이유를 내세워 정 교사를 해직했다.

전교조 경북지부(지부장 이찬교)는 이에 맞서 지난달 22일 청도군 청도읍사무소 앞에서 '경도학원(이서중고등학교)의 교권탄압 사태에 대한 경북교사 규탄집회'를 열어 정 교사의 즉각적인 복직과 교권탄압 중지를 촉구했다.

전교조 이서중고등학교 분회원들도 최근 '정 교사의 직위해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 정 교사의 직위해제가 부당하다고 밝혔다.

분회원들은 이 성명에서 "20년 경력의 수학과 주임교사인 정 교사는 직원회의에서 수학 6시간, 단체생활-체육시간 7시간, 정규시간 외의 자습감독 4시간 등을 합쳐 17시간을 맡긴 학교측의 편파적인 교과배정에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정 교사가 정규 수업 이외의 부당한 자습감독 4시간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경북도교육청 담당장학관으로부터 수업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는데도 학교측은 '교장 명령 불복종'이란 이유로 정 교사를 해직시켰다"면서 불만을 털어놨다.

근무지 무단 이탈도 학교측 주장과 다르다. 분회원들은 "정 교사가 지난 5월 30일 대륙간컵국제축구대회가 열린 대구에 가기 위해 교감에게 구두로 조퇴의사를 밝힌 후 조퇴를 했다"고 해명했다.

또 정 교사는 교무실에 게시된 '교사의 취미활동시간 4시 40분'이라는 교장 특별지시사항에 따라 허용된 시간에 취미활동(테니스)을 즐긴 것인데 '근무시간에 테니스나 치는 교사'로 모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이서중고 교사들은 덧붙였다.

전교조 포항지회 포항중학교 교사들도 "이번 사태는 전교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교육청이 학교운영의 자질이 없는 자들에게 이사승인을 해주었기 때문에 교육청이 책임지고 재단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며 "재단은 정 선생을 복직시키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곡 왜관초교 교사 52명도 "최근 이서고등학교 사태는 심각한 교권침해, 인권침해로 판단된다"면서 "교사의 길을 가는 동료교사로서 해당교사의 원상복직과 도교육청의 감독강화를 촉구"하는 서명 명단을 경북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경북도 내 상당수 교사 및 이서중고 동문 등이 정 교사 복직과 교권탄압 저지에 가세, 결과가 주목된다.

이서중고와 재단측은 이에 대해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도교육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만 어떠한 외압과 고통도 감수하면서 진실만을 가지고 이서중고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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