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떠났어도 제자사랑은 영원합니다"

영주여고 근무 경력 교원들, 장학회 결성

등록 2001.12.27 17:40수정 2001.12.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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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수능이 어려웠던 관계로 겨울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대부분의 학교가 보충수업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또, 학원마다 수강생들이 넘쳐 지역 입시학원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들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간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학교가 입시학원화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창 꿈을 키워야 할 청소년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못해 속을 태우고, 과열된 학생유치 경쟁으로 성적이 우수하면 각종 혜택을 제공해서 모셔가고 성적이 좋지 않은 평범한 학생들은 도매금(?)으로 팔려 가는 지역 고등학교 입시 현실속에서 얼마 전 신선한 소식하나를 접했습니다.

이메일로 날아든 "영여사랑장학회 결성"이란 제목의 보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영주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현직교사들이 봉급날 십시일반 조금씩 떼어 장학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일반화되어 있었지만 과거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이 가세해 장학회를 만드는 일은 어느 곳에서도 보기 드문 일일 것입니다.

이 보도의 내용은 "지난 12월 6일 영주여고에 근무한 인연이 있는 교원 52명이‘영여사랑장학회’(회장 송장섭)라는 이름의 장학회를 만들어 기금 조성에 들어갔으며 회원들이 매월 1구좌(10,000)를 기본으로 하고 희망에 따라 증좌하거나 특별찬조금으로 기금을 마련해 2002학년도 영주여고 신입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이하생략)"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한때 영주여고에 근무했던 선생님들이 근무 연한을 마치고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뒤에도 영주여고에서 함께 했던 지난 시절의 열정을 회상하면서 이 장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교사가 아닌 일부 지역인사들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합니다,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인문계 선발집단인 영주여고는 올해로 46회 졸업생 1만1300여명을 배출해온 공립학교로 이미 이곳에 몸을 담고 있는 현직 선생님들이 ‘목련장학회’를 조직해 지난해 700만원, 올해 500만원에 이르는 기금을 조성,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 생각하기도 힘들텐데 '영여 사랑장학회'는 왜 또 만들었을까요?

일부 지역신문을 통해 장학회 결성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고 합니다.

"혹시 저거 입시홍보용 아냐? 뻔한 거 아니겠어...저러다 말겠지"라는 비아냥도 간간히 들려 온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순수한 제자사랑에서 시작된 이 일이 본래취지와는 달리 퇴색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장학회 결성을 주도한 선생님들은 칭찬을 듣자고 한 일도 아니고 순수한 제자 사랑에서 시작된 일이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말해도 바른 길을 간다는 신념으로 지속하기로 했답니다.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하고 오로지 대학진학만이 목표가 되어 버린 우리나라 교육현실 속에서 비록 몸은 떠나 있어도 계속 이루어지는 선생님들의 애틋한 제자사랑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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