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의 분수령, 민주당 안에 숨어있다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 "30·40대 신주체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 필요"

등록 2001.12.27 17:45수정 2001.12.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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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정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양대 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정계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민주국민당 김윤환 대표의 말은 이번 연말연시가 정국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 집권세력인 민주당 주도로 민주화세력과 개발세력 등 새로운 정치질서를 바라는 모두가 참여해 영남지역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후보를 내면 된다는 게 그 요지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나돌았던 '3김세력+α'설의 대체적인 윤곽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계개편설의 중심엔 배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이 있다. 민주당 쇄신연대 일부와 개혁성향의 한나라당 비주류를 대상으로 하는 '개혁신당'설이 바로 그것. 민주당 특대위안과 쇄신연대안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민주화운동의 세례를 받은 30∼40대 민주화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신주체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필요하며 이는 필연적인 추세다."

지난 21일, 여야 개혁성향의 정치인들과 재야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화해와 전진> 9차 포럼 자리에서 행한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의 발언 내용이다.

'2002년 정치개혁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 서상섭 의원은 "한나라당이 교원 정년 연장을 추진하다가 거센 반항에 직면해 좌절한 예에서 보듯 우리 사회 저변에서 주류의 변화가 진행중"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유지한 채 권력과 힘을 가진 구주류와 달리 탈냉전적 사고방식, 합리성, 개혁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신주체가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정계 개편과 정치개혁에 대한 여망을 기존 정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 포럼을 둘러싸고 무성하게 나돌던 '개혁신당'에 대한 화두를 서의원이 또다시 꺼낸 셈이다.

그러나, 주제발표를 한 이정희 외국어대 교수는 '새로운 정당'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미 녹색연합이 곧 녹색당을 출범할 예정이며,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이 예견되는 상황속에서 민주당 일부와 한나라당 비주류가 새로운 정당 체계를 갖추면 대선을 앞둔 '이합집산'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어, 이 교수는 "이런 정당의 탄생이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위치에서 각자의 정당 민주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면서 "최대한 노력했는데도 역동적으로 되지 않을 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영명 한림대 교수는 "3김정치의 유산을 빨리 끝내기 위해선 신주체세력을 결집시킬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면서 "단, 적어도 제3당은 될 수 있는 파급력은 가져야 한다"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결국, 이 날 논의를 통해 봤을 때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누가,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약간의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상섭 안영근 의원 등 한나라당 참여 의원들이 미래연대의 논의를 설명하며 4년 중임제론을 비롯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 논의가 내년 대선정국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내비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늦어도 2월"

그럼, 개혁신당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시점은 과연 언제가 될까.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언급한 '늦어도 2월'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내년 1월 초로 예정된 여야 개혁 중진 5인 모임의 기자회견을 전후로 그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그리고, 민주당 특대위의 쇄신안이 어떤 형태로 당무회의를 통과할 것인지가 향후 정국을 좌우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특대위의 쇄신안을 놓고, 쇄신연대와 박상천 고문 등이 저마다의 의견 제시를 하고 있는 만큼 최종적인 안에 따라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최근 당내 상황을 놓고 볼 때 한마디로 위기감이 감소되고 축소됐다. 제법 한다는 평가가 느껴지기도 한다. 만연된 위기가 덜 절박하게 만들고 있는데 솔직히 더 걱정된다."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은 포럼 전날인 20일 저녁 국민정치연구회가 개최한 강연 자리에서 당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재보궐 선거 패배의 고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뎌지고, 당 쇄신 활동이 호평을 받으면서 자기만족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는 것.

이어 그는 "바꿀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 바꿔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런 정치적 힘이 필요한데 이게 만만치 않다. 현재 당무회의에서 불공적 경선시비와 경선 탈락자의 탈당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쇄신연대 안이 만족할 만큼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향후 이들이 당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개혁세력 연대론을 제안했던 노무현 고문측은 "당이 정하는 것에 따라 승복할 것이다"며 별다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혁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민주당내 상황이 핵심 변수다. 나름대로 성과를 얻는다면, 여권 중심의 정계개편도 가능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이들이 세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따라 야권은 물론 재야 민주화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정치자금'도 도마위에

최근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는 공식석상에서 "분위기는 됐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권력'의 논리보다는 '변화'의 논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개혁신당의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까지 민주당측 개혁성향 의원들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그러나, 당장 임박한 당내 논의의 결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달하면 이들도 다른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더욱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윤환 대표의 '늦어도 2월'이라는 전망이나, '개혁신당설'을 놓고 볼 때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현재 특대위가 내놓고 있는 3월 전당대회가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는 전개되지 않을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짧은 시일내에 정치권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정치개혁' 논의의 중심은 ▲국민경선제·인터넷 선거를 통한 '동원 정치'에서 '참여 정치'로 ▲권력구조 논의를 통한 개헌 가능성 ▲제도를 통한 '1인보스체제' 혁파·당내 민주주의 구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무수한 게이트들은 '투명한 정치자금의 수급'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박정훈 전의원의 부인이 밝힌 정치자금 관련 폭로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조한 게 사실이다.

정치권의 한 재선 의원은 "도시 선거일 경우 과거와 같은 매표 행위는 거의 사라졌다. 문제는 당원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돈을 안 대 주면 '악선전'을 할까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주는 경우가 많다"며 "대선주자들의 화려한 후원회엔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라며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정희 교수는 "정치자금에 관한 국민 의혹이 없어질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은 90퍼센트 이상 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치자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투명한 정치자금의 수급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치자금의 공개와 투명성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불붙기 시작된 것은 '조직'과 함께 당 장악력을 상징했던 국고보조금 등의 '돈'도 개혁의 대상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가의 한 관계자는 "조직에 이어 자금의 투명성도 도마위에 오른다면 현재 기득권을 쥐고 있는 그룹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면서 "그런 토대를 바탕으로 기존 정당이 개혁적 정당으로 탈바꿈하거나, 개혁신당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연이은 선거로 뜨겁게 달아오를 2002년은 새해 벽두부터 수많은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비치며 분주하게 시작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신문 245호에 실려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신문 245호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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