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도둑질 당하는 휴대폰 사용자

등록 2001.12.27 17:55수정 2001.12.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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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용이 현대인의 필수라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야말로 상식적인 사실이다. 헌데 휴대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서 끊임없이 불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이동통신 대리점들의 파렴치한 상술에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하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필자 역시 휴대폰을 쓰고 있지만 최근에 피부에 와닿는 억울함을 겪은 뒤로는 그야말로 ‘이동전화 사용 기피증 환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수개월 전 기존에 쓰던 휴대폰을 분실한 뒤, 휴대폰 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를 구입했다. 기존에 쓰던 번호에 새 단말기를 교체하는 형식으로 16만원에 구입, 12개월 할부에 총 요금만을 고지하여 보내주는 영수증을 확인하고 요금을 내어오다, 우연히 자세한 요금내역을 살펴보고서는 새로운 신규번호가 하나 더 생겨난 것을 알게 되었다.

해당 이동통신회사(K모) 대리점을 찾아 자세히 물어보았더니 계약기간이 12개월이 아닌 24개월로 되어있고, 단말기를 구입할 당시 신규로 가입되어 그 번호는 그대로 놓아 두고 기존에 쓰던 번호로만 옮겨진 것을 알게 되었으며 단말기 요금도 12개월 할부의 19만여원이 아닌 25만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단말기 구매형식 ▷할부 개월 수 ▷단말기 금액 등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즉시 당시 단말기를 구입한 판매점에 연락을 취해 전후사정을 밝히고 얘기를 나누어 보니, 계약서와는 다르게 발뺌을 하기 시작했다.

“계약기간 24개월은 우리 판매점에서도 몰랐다. 신규가입을 하는 것은 고객인 당신도 알았던 것이 아니냐. 그러니 신규로 생성된 번호도 고객이 직접 해지했어야 한다. 단말기 요금은 19만여원에 맞추도록 우리가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할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판매점의 태도에, 해당 이동통신사에 다시 연락을 취해 문의했더니 그쪽은 “판매점에서 요구한 대로 시행한 것뿐이다. 잘 모르겠다”며 역시 발뺌을 했다.

한참을 이런 문제로 설왕설래 하던 중, 회사 측에서는 “3개월여간 신규로 생성된 번호에 부과되었던 요금만 빼주면 될 것 아니냐. 단말기 보조금도 판매점과 협의해 지급하도록 할테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어차피 24개월 할부 기간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두고, 장기이용 할인혜택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며 으름장 반 달래기 반 식으로 얘기를 끌어나갔다.

가까운 대리점을 통해 알아보니, “장기이용 할인혜택도 유지하고 휴대폰 단말기만을 구입할 수 있는데 그 판매점에서 그러지 않았군요”하며 해당 판매점의 잘못을 지적해 주었다. 이래저래 황당한 얘기와 당하지 않아도 될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생각에 어찌할 바 모르게 돼 버렸다. 언제 휴대폰 단말기 요금을 보조해 줄지도 모르고,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고스란히 신규번호에 대한 요금과 단말기 대금 전액을 납부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정말 짜증스러웠다.

이로부터, 약 2개월 간 필자는 포기 심정으로 휴대폰을 사용했다. 헌데 단말기 보조금이나 신규번호에 부과되었던 요금에 대해 회사로부터 전혀 연락이 없었다.

끝내 소비자보호원을 찾아 이 사실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하게 되었는데,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요한 서류(계약서, 요금고지서 및 영수증 등)를 준비해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신청을 하고 난 한 달 뒤, 소보원에서 연락이 왔다.

결국 그 달에 단말기 보조금을 회사 측에서 부담하고, 석달여간의 신규번호에 부과되었던 요금과 장기이용 할인혜택의 향후 손실 보존금 1만5000원(어떻게 계산이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다)을 회사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고 연락이 왔다. 물론 할부 개월 수의 변경은 불가.

휴대폰을 구입하고 그 내용을 계약서로 확인한 고객 입장에서는 아무리 양보한다고 해도 용인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 선에서 받아들이기로 하고, 할부 개월 수는 결국 일시불로 단말기 잔여 금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휴대폰을 구입한 지 약 5개월만에 나름대로 휴대폰 사용을 정상화(?)시켰지만, 아직까지 회사 측에서 마지막에 던진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판매점은 휴대폰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장사꾼이니,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마치 회사와 대리점 그리고 판매점이 서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것처럼 덤덤하게 던진 그 한마디가 얼마나 씁쓸하게 들렸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또한, 사과 한 마디 없이 여전히 휴대폰 판매에만 열을 올리며 오늘도 고객들을 기만하고 있을 판매점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깰만큼 불쾌함이 사그라 들지 않는다.

휴대폰 평균 이용요금이 5만원을 웃도는 요즘 세상에, 부디 상식이 통하는 거래관계가 이동통신업계에도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신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이동통신업계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최근 더욱 불거져 나오고 있는 요금에 대한 불만 등과 뒤섞여 고객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루빨리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어 불신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신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이동통신업계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최근 더욱 불거져 나오고 있는 요금에 대한 불만 등과 뒤섞여 고객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루빨리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어 불신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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