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오르던 날, 두 택시 기사

등록 2001.12.31 10:12수정 2002.01.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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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지막 직장의 송년회가 늦게까지 이어졌다. 일부 동료들은 귀가하고 성남에 사는 한 동료의 권유로 그 직원의 집 앞에서 맥주 한잔을 하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11시 57분에 택시에 올라 행선지를 이야기하자 택시기사는 조금 후 오늘 자정부터 택시요금이 인상됐다고 말했다. "얼마나 올랐느냐"고 하자 "20% 인상이 됐다"며 "메타기를 교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9일 0시를 기해 경기도 내 택시요금이 인상된 것이었다. 하차하려고 하자 그는 이것저것 설명을 한 뒤 기존 메타기의 요금에 나름대로 가산을 한 뒤 환산표에 따라 택시요금을 요구했다.

행선지까지 도착지까지의 메타요금은 3900원인데 5400원을 달라고 했다. "왜 이렇게 많이 올랐느냐"고 하자 "시간거리 병산제 때문"이라며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한 뒤 빨리 내리라는 투로 말을 했다.

불쾌했지만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회라 "좋은 게 좋다'식으로 택시기사가 요구한 요금을 낸 뒤 맥주집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왠지 속은 듯한 개운치 않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영 불쾌했다.

너무 늦어 간단히 맥주를 마신 뒤 집으로 가기 위해 또 택시에 올랐다. 택시요금이 올랐으니 부담도 됐다. 택시에 올라 20%가 올랐다는 것이 석연치 않아 기사에게 얼마나 인상되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기사는 18%라고 답했다. 그리고 "인상한 지 1시간 정도밖에 안 됐으니 기존 메타기로 요금을 내시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가 지난 것도 아닌데 택시요금이 오른 지도 모르고 있다가 오른 요금을 내라면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내 입장을 대변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앞서 탄 택시기사 때문에 생긴 불쾌함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돈을 적게 내고 많이 내고를 떠나 기분 차이가 컸다. 그리고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소시민'인가 보다 했다. 나는 그와 서로 "새해 건강하시라" 등 덕담을 한참 나눈 뒤 '새해 복권'이라며' 요금에 천원을 올려준 뒤 택시에서 내렸다.

역지사지라고 했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베푸는 마음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특효약이 아닐까 싶다. 임오년 새해에는 서로가 서로를 헤아리고 베푸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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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쓰고 함께 공유하고 싶어 가입했습니다. 삶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그냥 스치는 사소한 삶에도 얼마다 깊고 따뜻한 의미가 있는지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그래서 사는 이야기와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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