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복권에 얽힌 이야기

등록 2001.12.31 10:44수정 2001.12.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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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한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며칠 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인 스콧(Scott, 32)은 점심시간에 사온 복권을 불쑥 내밀며 나에게 긁어 보기를 권했다. 난 대뜸 놀란 눈으로 물었다.
" 이것은 너의 복권인데 내가 긁으면 재미없잖아?"

소콧은 자신도 한 장 있다면서 같이 긁어보자고 제안했다. 졸음이 오는 점심시간 이후라 재미삼아 내가 긁어본 복권은 동전으로 긁는 것인데 낱말의 숫자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난 별 생각없이 쓱쓱 긁어버린 복권이었고 그 다음엔 어떻게 낱말을 세어야 하는지 물어볼 참으로 스콧에게 내밀었다. 자신의 복권은 '꽝'이라며 무어라 불평을 하던 스콧이 내가 긁은 복권을 보자 순간 조용해졌다. 잠시 후, 스콧이 지르는 고함소리에 사무실은 잠시 소동이 빚어졌다.

소동이 잠시 가라앉은 후에 스콧이 이긴 복권액은 캐나다달러로 약 2000달러였다. 하지만, 그는 무척이나 들떠 있었고 사무실은 복권이야기로 오후 시간을 보낼 정도였다.

캐나다는 많은 복권을 판매한다. 각 주마다 운영하는 복권이 틀리다할지라도 전국 규모의 복권으로 유명한 것이 <649, SUPER 7>이 있다. 캐나다 달러로 치면 매주 복권액수가 기본적으로 2백만 불에서 시작하여 매주 이긴 사람이 없으면 그 배수로 금액이 오른다. 이러다 보면, 한달에 한번은 복권금액이 천만 불은 쉽게 오른다.

각 주마다 운영하는 복권도 다양해서 내가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엔 Daily3, All -But-One,BC49등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캐나다정부가 복권사업을 공기업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복권사업이 규모가 크다 보니 정부가 독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복권사업을 조장하여 사행심 등을 방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캐나다의 도시 중 인구 3만 이상인 곳은 대체적으로 카지노가 있다. 카지노의 경우 주요고객이 관광객과 노인층이다. 노인들이 많이 살고있는 실버타운은 여지없이 카지노를 운영하며, 작은 도시라 할지라도 관광지의 경우는 카지노 운영을 허가한다. 카지노의 수입중 상당수가 그 해당도시와 주정부에 세금의 형태로 들어가 세정의 기본이 된다.

그렇다고 캐나다인들이 미친 듯이 카지노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가서 직접 살펴 보면 하루 저녁 50불에서 많아야 200불 정도를 지참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카지노에 참 많다.

이처럼, 캐나다의 카지노는 간단히 즐기는 여가행위로 보는 것이 옳다. 복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매주 잭팟이 백만 달러 상당되지만 여기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 캐나다인은 드물다. 그저 지나가다가 복권판매대가 있으면 한번 정도 사서 복권당첨을 꿈꾸는 그런 보통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캐나다의 복권사업은 아주 투명하게 운영되기로 유명하다. 카지노도 이와 마친가지로 하나의 사업으로서 공정하게 세금을 내고 지역사회의 발전기금을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인식된다. 거대한 향락도시인 라스베가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게 운영되고 인식된다고 보면 좋겠다. 하지만, 지나치게 카지노에 밀착하는 캐나다인들이 없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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