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해넘이 여행, 오이도에서

새해에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희망이 가득하기를

등록 2001.12.31 17:27수정 2002.01.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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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만 되면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한다. 마냥 집 안에 있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청소나 빨래만 하고 일요일을 보낸다는 것이 아깝기도 해서, 시골집으로 가지 않는 주말이면 서울 근교로 '나들이'를 간다.

며칠 전부터 과음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터라 오전 내내 잠을 자다가 부스스 일어나서 12시30분께 사당에서 오이도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갔을까. 조금은 황량한 오이도 역에 내리니 오이도 주변 횟집에서 나온 차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횟집 차를 얻어타고 10분 정도 달리니 오이도에 도착했다. 보이는 것은 횟집, 철조망에 둘러싸인 해변뿐이고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곳이었다. 아무래도 얻어 타고 온 것이 미안해서 태워준 아저씨네 횟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원래는 한 그릇에 5천 원짜리 '바지락 칼국수'나 먹을 요량이었는데, 그래도 체면이 있지 차까지 태워주셨는데 '꽃게탕을 큰 걸 시켜먹자'고 해서 결국 거금 4만 원을 써버렸다. 그런데 이곳에 자주 오셨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 '바지락 칼국수'가 일품이라고 하시질 않는가. 역시 그 체면치레 때문에 오이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진미를 놓치다니...

그나저나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밀물 때라 갯벌도 볼 수가 없었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는 거의 2시간을 해안 초소와 철조망 때문에 살벌하긴 했지만 그래도 작게나마 모래톱이 있는 해변에서 인천 앞바다 쪽을 바라보며 뭔가 입질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강태공 아저씨와 가는 한해를 아쉬어하며 데이트하러 나온 연인들을 바라보며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아야만 했다.

수평선에 깔린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정말 눈 깜짝할 사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버린 해를 보며 올해도 그렇게 찰나처럼 지나가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러, 전쟁, 불경기, 실업, XX게이트 등 기억하기 싫은 것들도 2002년에는 깔끔하게 사라져야 할텐데...

새해에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따뜻한 희망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해맞이는 어디로 가볼까. 서울의 남쪽 4호선 종점 당고개에서 해넘이를 했으니, 1월1일 해맞이는 당고개, 수락산에서 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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