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사 기자, 부장 등 2명
윤태식 인터뷰 직후 패스21 주식 보유

<동아> 부장 등 언론인 20여명도 보유

등록 2001.12.31 22:40수정 2002.01.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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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김 살해범으로 뒤늦게 밝혀진 주식회사 패스21의 사장 윤태식 씨에 대해 우호적인 인터뷰 기사를 써준 언론사 기자와 그 언론사의 데스크가 기사작성 직후 패스21의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져 대가성 여부 및 기자윤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윤태식 씨의 언론계 로비설이 나돌았으나,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윤씨에 대한 언론인의 우호적 인터뷰가 그 언론인의 윤씨 회사 주식보유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직접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일보사가 발행하는 월간조선 2000년 5월호에는 윤태식 씨에 대한 장문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를 쓴 K 아무개 기자(현 조선일보 인터넷 자회사 근무)와 당시 데스크였던 K 아무개 차장(현 조선일보사 부장)은 인터뷰 기사가 실린 책이 발행된 직후 패스21의 주식을 각각 100주씩 소유했다.

조선일보사 사장실의 한 관계자는 12월 31일 오후 "K 기자와 K 부장으로부터 패스21의 주식을 월간조선 인터뷰 직후에 50만원(1주당 5000원)을 주고 산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는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실 관계자는 "인터뷰 기사를 쓰기 전에 받은 것이 아니고 기사를 쓴 후에 괜찮은 회사같으니 주식을 사두자는 생각에 현금을 주고 산 것"이라면서 "당시에는 시세도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별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오늘에야 당사자들로부터 주식 보유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차명으로 샀는지 실명으로 샀는지, 팔았는지 아직 보유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2-3일 더 알아보고 만약 대가성이 밝혀진다면 윤리규정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실 관계자는 두 기자가 "2000년 4,5월경에 패스21의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월간조선이 <[인물연구] 세계 최초로 지문 인식·전송·안보 기술을 개발한 윤태식 회장>이라는 제목의 긴 인터뷰 기사를 실은 것은 2000년 5월호.

그 인터뷰 기사의 결론 대목은 이렇다.

尹회장은 오는 6월 삼성전자-삼성카드와 공 동으로 패스폰을 국내에 선보인 뒤 세계 시 장에 진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미국 실리콘 밸리에 「패스 21 테크」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일본과 프랑스에도 子회사 설립을 추진중이 다. 또 기술의 세계 표준화를 위해 비자카 드, 마스터카드, 모토로라, 孫正義(손정의)씨의 소프트뱅크 등 세계적인 기업과 접촉 중이다.

다른 회사에서 이런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 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尹회장은 이미 세계 100개 나라에 패스폰과 관련한 기술 특허를 제출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정확하 게 말해 땀샘 구조로 지문을 인식하는 기술 과 위성 시각을 이용한 보안 프로그램을 사 용할 경우 패스 21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문제 없이 세계 시장으 로 진출할 경우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저희가 지난해 12월 기술 발표한 내용이 미국의 AP통신을 통해 세계에 타전됐다고 그래요. 그 보도를 접한 미국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가 저희 회사를 방문했어요. 그 사람이 파악한 바로는 全세계에서 연간 3 00억 달러(36조원 가량)의 로열티를 벌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全세계에서 패스폰을 이용해 금융거래를 하는 사례만 갖고 로열 티를 받아도 1년에 한 사람당 3달러씩 해서 그런 계산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 평가 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12월27일자 사설 <대통령과 살인자>에서 살인자 윤태식 씨를 '대면'한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아내를 살해하고 납북 자작극까지 벌인 윤태식씨가 전도양양한 기업인으로 포장돼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고 청와대 만찬에 공식초청까지 받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행사 참석자를 추천하는 관련 행정부처, 대통령의 일정을 챙기고 업무수행을 돕는 청와대 보좌진, 국가원수의 안위를 책임지는 경호실 모두가 살인범 한 사람에게 농락을 당한 셈이다. (중략)

윤 씨 사건이 드러내보이는 것은 국가경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이고 심각한 지리멸렬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윤 씨의 행각을 별것 아닌 해프닝으로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대면'을 이정도의 강한 톤으로 지적한 조선일보이기에 자사 소속 두 기자가 살인자 윤씨와 인터뷰를 통해 인연을 맺고 그 회사의 주식을 인터뷰 직후에 소유하게 된 것을 "별것 아닌 해프닝으로 넘기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의 한 인사는 "인터뷰 과정을 통해 그 회사의 정보를 알게 된 기자가 인터뷰 직후에 주식을 산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사 간부 포함 20여명

패스21의 전체주주 307명 가운데 언론계 인사는 조선일보사의 두 기자 이외에도 동아일보사 H 부장 등 종합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통신사 소속 기자 약 20여명이다.

검찰은 윤태식 씨로부터 대가성 주식로비를 받은 혐의로 청와대, 중소기업청, 경찰청, 철도청, 서울지하철 공사의 공직자들을 구속했으며 현재도 계속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패스 21의 주식을 차명 또는 실명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언론인들에 대해 공직자들과 똑같은 잣대로 조사를 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언론인들 대부분 차명주주

패스21의 주식을 소유한 언론계 인사들 대부분은 차명주주들이다. 경제지와 중앙일간지 기자들은 전원 차명이며 방송사와 통신사 관계자 13명 중 7명도 이름을 빌렸다.

패스21의 주주라는 것만을 가지고 법·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 순수한 투자명목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주식을 매입했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주로 올라있는 기자들의 상당수가 벤처기업이나 정보통신 관련 부서를 담당했거나 현재 출입하고 있다. 또 98년 9월 패스 21의 창립 시기와 그 뒤 이 회사와 윤태식 씨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인 기사들이 실렸다.

윤태식 씨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또 "기자들의 기사 띄워주기 대가로 주식이나 돈을 받으면 처벌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려운 문제다. 검토해 봐야 한다"며 "언론사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인들의 주식 관련 파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9년 8월에 중앙일보 길아무개 전 차장이 증권거래법(미공개 정보 이용금지)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또 길 차장에게 정보를 제공받아 주식투자를 한 길 차장의 동생이 구속돼 언론계에 큰 충격을 줬다. 길 차장은 98년 8월 신문제작 과정에서 입수한 신동방 무세제 세탁기 개발 사실을 동생에게 전화로 알려줬고, 길 전 차장의 동생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 주식 투자를 통해 4억64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또 지난 해 3월 터진 매일경제 TV(MBN)의 조아무개 PD 건도 있다. 조 PD는 98년에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에게 수 차례에 걸쳐 주식을 팔 것을 요구해 이를 취득한 뒤 회사 동료 및 타사 기자들에게 팔았으며 이들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주식의 코스닥 상장을 전후해 이를 매도,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사건은 조PD의 사표로 마무리됐다.

한편 내일신문은 12월 31일자 1면에 <언론인 24명 '주식로비' 혐의>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통해 "검찰이 파악한 '패스21 주식 실보유자 명단'에 따르면 경제지와 방송국을 중심으로한 언론인 24명과 공무원 10명 등이 패스 21 주식 수백∼수천 주씩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내일신문은 또 "패스21 전체주주 307명 중 실 소유자 명단의 일부를 입수했다"며 "여기에는 방송 3사와 통신사의 국·부장 및 전·현직 평기자와 PD 13명, 유력경제지 2개사의 부·차장급 기자 6명, 중앙일간지(자매지 포함)의 부장급 간부와 기자 5명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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