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데스크-기자도 주식소유
서울경제-매일경제 패스21 과잉보도

[윤태식과 언론인 2] 사설에서까지 패스21 부각시켜

등록 2002.01.03 11:53수정 2002.01.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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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윤태식 씨의 언론계 주식로비 의혹에 대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1월 2일 '조선일보사 기자-부장의 경우'에 이어 오늘은 그 두번째입니다...편집자 주)

수지김 살해혐의로 구속기소된 윤태식 씨가 언론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주식로비를 한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윤 씨의 회사 패스21의 주식을 비교적 많이 갖고 있는 간부와 기자들이 일하고 있는 매일경제신문과 서울경제신문이 지면에 윤 씨 회사에 대해 과잉보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패스21 윤태식 회장의 언론계에 대한 주식 로비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경제지의 패스21 띄워주기식 보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99년 12월 22일자 서울경제 1면. ⓒ 오마이뉴스 김종철
<오마이뉴스>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00년 12월 31일 현재 서울경제신문 사장 김영렬 씨는 패스21의 주식 300주를 갖고 있으며 그의 부인 윤아무개 씨가 4만여 주를 갖고 있다. 윤태식 씨를 정관계에 소개시켜준 것으로 알려진 김영렬 사장은1999년말 주당 1-2만 원에 산 후 2000년 6월 6500주를 주당 15만 원에 현대증권에 매각해 9억여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경제신문의 정보통신 담당 C아무개 부장도 300주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 이례적으로 사설에서도 패스21 칭찬

이렇게 회사의 사장과 부장이 패스2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경제신문은 1999년 12월경부터 윤태식 씨와 패스21을 지면에 부각시켰다. 김영렬 사장이 패스21의 주식을 취득한 직후인 1999년 12월 22일에는 윤태식 씨 회사의 성공스토리가 서울경제신문의 1면을 차지했다. 제목은 <신개념 휴대폰 세계 첫 개발>이었고 첫 문장은 "신분증과 신용카드, 전자화폐, 열쇠까지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핸드폰이 내년 상반기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였다.

서울경제신문은 이어 1999년 12월 28일 패스21에게 '이달의 벤처기업인상'을 주고 또 이를 지면에 보도한다.

▲서울경제는 이례적으로 지난 7월 패스21의 벤처 정신을 높게 평가하는 사설을 실었다 ⓒ 오마이뉴스 김종철
서울경제신문은 이례적으로 사설에서까지 윤 씨 회사를 부각시켰다. 2001년 7월 26일 서울경제신문은 <한국 벤처기술의 개가>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썼다. 첫 문장은 "한국의 벤처기업이 각고를 거듭하여 일궈낸 기술이 세계 지문인식 시장의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로 시작한다.

사설은 또 이렇게 패스21을 우리나라 벤처의 '좋은 본보기'로 추켜세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적 IT산업의 침체로 불황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벤처 업계는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한 한파가 불어닥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패스21의 성공담은 희망과 재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서울경제신문에는 윤 씨와 패스21 관련 기사가 1999년 12월부터 윤 씨가 구속되기 직전인 2001년 11월까지 38건이나 실렸다. 그러나 패스21과 함께 지난 99년 12월 서울경제신문에서 준 '이달의 벤처기업인상'을 받았던 선익시스템, 피케이(주)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동안 각각 5건, 7건의 보도만 해 상대적으로 패스21을 과잉보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 패스21 담당기자 아내 명의로 8백 주 소유

매일경제신문은 부장 3명과 차장 1명, 기자 1명이 패스21의 주식을 갖고 있다. K부장이 600주, M부장이 600주, J부장 직무대리가 400주, K차장이 40주, L기자가 800주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부인 명의 등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편집국 간부와 기자가 패스21의 주식을 상당하게 갖고 있는 매일경제신문의 지면에는 1999년 12월 20일부터 윤 씨가 구속되기 직전인 2001년 11월까지 42건의 보도, 기획기사가 실렸다. 대부분이 윤 씨 회사가 발전하는 모습을 담은 것들이다.

반면 패스21과 함께 지난 99년 12월 '이달의 벤처기업인상'을 받았던 선익시스템, 피케이(주)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동안 각각 4건, 8건의 보도만 해 서울경제신문처럼 상대적으로 패스21을 띄우기 위한 보도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경제일간지인 한국경제신문과 내외경제신문의 경우 지난 99년 12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패스21과 관련한 기사는 각각 18건과 12건 정도로 서울경제나 매일경제보다 해당 기사가 절반이하에 불과하다.

▲사진은 지난 99년 12월 22일자 매일경제 1면. ⓒ 오마이뉴스 김종철
매일경제의 지면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패스21 주식 800주를 가지고 있는 L기자의 경우 그동안 윤 씨 회사를 담당하는 중소벤처담당 기자였다는 점이다.

L기자는 1999년 12월 21일 윤 씨 인터뷰 <"내년 상반기 나스닥 직상장 추진"...패스21세기 윤태식 사장>에서부터 <패스21, 동남아시장 본격화>(2001.6.26), <패스21, 생체인증기술 상용화>(2001.4.24) 등 2001년 10월 24일 <패스21, 생체인증기술 중동 수출>을 쓰기까지 모두 27건의 기사를 썼다. 한달에 한건이상 꼬박 윤 씨 회사 기사를 써준 셈이다.

L기자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집사람이 돈을 주고 정당하게 투자했다고 한다.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지 않았다. 소환된다면 밝힐 것은 밝히겠다"고 말했다.

패스21 기사를 자주 썼는데 대가성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시 내가 벤처담당이어서 다른 벤처회사 관련 기사도 많이 썼다"면서 "현재 800주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본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 주당 얼마를 주고 샀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3일 오전 패스21의 주식을 소유한 3명의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중 2명은 패스21의 주식 100주 정도 보유하고 있는 언론인이고, 1명은 1000주 정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전 재경부 사무관이다.

검찰은 4일에도 언론인 2명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대가성이 인정된 언론인의 경우 배임수재 등 법률 적용 문제를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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