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정희 꿈꾸며 혁명공약 제시

아시아연방 건설 꿈꾸는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

등록 2002.07.18 15:00수정 2002.07.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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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공화당 허경영(53) 총재.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든 닮고 싶어한다. 여의도 오륜빌딩 8층. '새마을 정신, 새시대 정신 공화당' 사무실에 들어서면 먼저 커다랗게 걸려 있는 박정희 사진과 만나게 된다.

자리에 앉자마자 허경영 총재 비서는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무궁화 꽃은 지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책표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허경영 총재 사진이 나란히 나와있다. 서적출판사상 1250만부(?) 판매 신기록에 도전한다는 계획도 함께 언급돼 있다.

2002년 대선에 도전하는 이색후보 허경영. 그는 영웅신화에나 나올 법한 인물이다. 이번이 대통령 선거 도전 두번째다. 허경영 총재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가 설명하는 자신의 이력을 들어보자.

"저희 아버지는 6.25 직전 서대문 형무소에서 돌아가시고, 저는 6.25가 일어나던 해인 1950년 중랑천 다리 밑 움막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지리산 자락 농민의 양아들이 돼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리산에서 내려온 스님이 너는 푸른 집 대문 열쇠를 4개를 가졌으니 꼭 대통령 될 운명이라며,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시더군요. 10대 초반 독학으로 사서삼경을 독파하고, 서울에 올라와 수유리 화계사 스님의 양아들과 광화문에 있는 목사님 양아들로 있었습니다.

이후 삼성 이병철 회장 눈에 들어 그 집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주로 이병철 회장 집에서 관상을 봤습니다. 그 당시 관상에 1인자 였으니까. 그러던 중 22세에 박정희 대통령 눈에 들어 정책 보좌역으로 10여년을 지내면서 소련 핵 기지 인수 등 비밀 작업을 추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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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의 박정희?

- 민주공화당은 당원이 얼마나 됩니까.
"30만명쯤 됩니다. 당원은 실제 중요한 게 아니니까. 새마을운동 지도자도 250만명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모두 민주공화당의 잠재적 지지자들입니다."

- 지구당은 몇 개나 운영되고 있습니까.
"한 50개 정도 있습니다."

- 당 운영은 어떻게 합니까.
"당원들에게 찬조금을 받아서 운영합니다. 한달 운영비가 5000만원 정도 듭니다. 찬조금이 한 달에 5000만원 정도 들어와요."

- 본인 스스로를 '제2의 박정희'라고 지칭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제가 박 대통령 정책 보좌역으로 있으면서 새마을운동과 방송통신대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노선과 저는 아주 비슷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민주공화당이란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다른 정당에 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화당, 박정희, 육영수, 새마을운동 등의 도메인을 독점하고 있지요. 제 홈페이지에 1750만명이 왔다 갔어요. 다운이 될 정도로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소련 캄차카 반도와 바이칼호 인수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브레즈네프와 흥정도 다 되고, 결국 조건이 맞지 않아 실현은 못했지만."

65세 노인에게 매월 건국공로수당 지급?
민주공화당의 10대 혁명공약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는 97년 대통령 출마당시 혁명공약을 제시했다. 조세,도덕,정치,교육,국방,경제,노동,환경,통일,정신혁명 등 10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도덕혁명에 제시된 내용이 이채롭다.

우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허리띠 졸라매고 성공적으로 이끈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50만원 씩 건국공로수당을 지급하자는 약속을 제시했다. 허경영 총재는 이를 실현하면 노인부양문제로 인한 가정불화가 없어지고,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서민들이 반색을 하며 즐거워할 공약도 있다. 서민 한 세대당 1억원까지 무담보·무보증으로 20년 장기융자를 실시하고 농어민 한 가구당 평균부채 2500만원과 도시 서민 평균부채 5000만원을 상환해 준다는 것. 부의 재분배를 위한 서민특별융자실시 정책의 일환이다.

도덕혁명으로 제시된 공약 이외에도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약들이 많이 있다. 국회의원 전원 사법처리, 백록담 양수발전소 건설을 통한 1000만Kw 전력생산, 북한에 미군과 유엔군을 주둔시키겠다는 계획은 일반인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 박수원 기자
-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몇 표나 득표를 했습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꾸 그 결과를 묻는데, 당시 저는 50년 만의 정권 교체니까 무조건 야당을 찍어야 한다고 TV토론에서 말했어요. 그게 화제였죠. '나를 찍지 말라, 공화당이 있다는 사실만 알아달라, 다음 번에 찍어달라'고 했었죠. TV토론 이후 자체여론조사 결과 26% 지지를 얻었어요. 절대 찍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득표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아마 찍어달라고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15대 대통령 선거 결과 허경영 총재는 3만9055표를 획득했다.)

- 보도자료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딸인 박근혜 의원과 친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자꾸 만드는 거지요.(웃음) 박근혜 의원이 박 대통령 딸이기 때문에 국회의원까지는 가능해요. 그렇지만 정책경험이 부족합니다. 제가 필요하죠. 박 대통령과 한 혈육이기 때문에 예의 차원에서 가까이고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의원측에 확인한 결과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들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밝혔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평균 6775만원 선거비용을 썼다고 신고했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6억원은 썼다고 봅니다. 국회의원들은 원천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집단이죠. 미국은 청소부 월급이 국회의원 월급 보다 10배가 많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세비가 청소부의 15배입니다. 놀면서 한 달에 900만원씩 받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용납할 수가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정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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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허경영 총재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통령이 아니라 아시아 연방 건설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민족주의잡니다. 제 목적은 대통령이 아니라 아시아 연방 건설입니다. 유럽이 단일화폐를 쓰는 것처럼 아시아 연방에서는 원화를 쓰게 할 겁니다. 서울은 지리적으로 중심입니다. 서울이 아시아의 핵, 세계의 소프트웨어가 될 전략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별명이 아시아연방의 대통령, 돌아온 광개토대왕이죠."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는 금년을 역성(易姓)국운의 해로 이해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세네갈이 프랑스에 승리한 것이나 우리나라 4강 신화는 모두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예들이란다. 그래서 그는 기성정치권을 바꿀 꿈을 꾸고 있다. 대예언이 현실화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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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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