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교통카드 때문에 수원시민 불편

등록 2002.09.06 17:39수정 2002.09.0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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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우

얼마전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김선분(63세)씨는 믿었던 교통카드(A-CASH)에 에러가 나는 바람에 망신을 톡톡히 당해야 했다.

며느리가 나들이 다닐 때 쓰라며 사다 준 교통카드만 들고서 잔돈 준비 없이 버스를 탔는데, 카드 불량으로 요금 계산이 되지 않았다.

김 할머니가 요금 지불을 위해 몇번을 시도해 봤으나 기계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버스기사가 짜증스런 말투로 "카드가 안되나본데 자꾸 그러고 입구에 서 있으면 어떡하냐. 돈으로 내라"고 하길래 "잔돈이 없다"고 대꾸했다.

그랬더니 버스기사가 "세상에 잔돈도 없이 버스를 타겠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여러 사람들 앞에서 '꾸중'을 계속하더라는 것이다.

"그게 어디 내 잘못이냐. 이 카드가 잘못된 거지"라고 항의해 봤지만 핀잔 끝에 "앞으론 잔돈 꼭 준비하고 다니라"는 주의까지 듣고 말았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이 일이 있은 뒤론 버스카드 얘기만 들어도 망신당했던 일이 떠올라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수원시 팔달구에 사는 이상문(28세)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구입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잔액이 충분한 버스카드가 에러가 나서 요금 계산이 안 되었는데, 다행히 호주머니에 천원이 있어 망신을 면했다고 한다.

이처럼 버스카드에 에러가 종종 발생하자 교통카드 충전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소비자들한테 난데없는 항의를 받기도 한다. 팔달구에서 다른 업종에 종사하며 교통카드 충전소를 일을 겸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여러 장의 에러카드를 꺼내 보이며 "이런 거 바꿔 주느라 짜증난다"고 하소연했다.

한 달에 한번씩 에러카드를 모아다 정정하거나 아예 못쓰게 된 카드는 교환해다 주는데, 그 손님이 며칠 있다 또 에러났다며 찾아 온 적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또한 "가끔가다 손님들한테서 카드의 문제점에 대해 거칠게 항의받기라도 하면 왜 내가 이런 소릴 들어야 하는지 황당할 지경"이라고 A-CASH 교통카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교통카드가 오히려 일부 시민들에겐 낭폐를 당하게 만드는 애물단지로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이 카드 에러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 A-CASH(주)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A-CASH는 카드안에 안테나가 들어 있는 원리로 운용되는 것이라 지갑안에 넣는 등 잘 보관하며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좀 험하게 다루다보면 회로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 뒤 "카드 제작상 일부 결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서비스 초반이다 보니 서비스에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수원지역에서 카드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앞으로 고객들에게 카드 사용시의 주의 사항 등에 대한 홍보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카드 에러율을 낮추기 위한 기술 수준을 올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A-CASH카드는 신용카드 3사(삼성, 엘지, 국민)가 참여하여 개발한 것으로 수원지역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600여대의 버스에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증 겸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A-CASH(주)측에 따르면 수원에서만 10만장이 넘는 카드가 보급되었으며, 이중 4만여장은 실명 확인이 된 중고생들에게 무상보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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