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단, 우리 역사에 분명한 힘 보탰다"

[인터뷰] 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모형감옥에서 60일간 국보법폐지 단식농성

등록 2005.01.01 00:32수정 2005.01.0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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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해를 맞이한 1일 0시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단 해단식에서 오종렬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상임대표가 60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을 위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촉구하며 11월 2일부터 오늘(31일)까지 60일 간 국회 앞 모형감옥에서 단식농성한 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몸무게가 27.4kg이 줄었다.

송 위원장은 국민농성단식단 중 가장 오랫동안 단식함으로써 국가보안법폐지 단식농성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사람이다.

진통을 거듭했던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는 결국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쟁 속에 무산됐고,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국민단식농성단은 1월 1일 새벽 0시 해단식을 앞두고 있다.

송 위원장은 기나긴 단식농성을 돌아보며 "1300여명의 단식단은 우리 역사에 분명한 힘을 보탰다"며 "국가보안법폐지 투쟁은 21세기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다시금 만들어냈으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담론을 만든 쾌거"라고 평가했다.

71년생, 올해 서른 네 살의 송 위원장. 젊은 나이지만 장기간의 단식에 몸이 많이 상한 상태이다. 그는 "50일 이상 단식한 사람은 '이미 죽은 몸'이라고 한의사가 말하던데.."라며 힘겹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송 위원장은 "국보법을 둘러싼 싸움이 민족운명을 건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단식투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연내폐지 안됐다고 국보법폐지 운동 그만두는 것 아니다"

다음은 송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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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60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국보법 연내폐지가 결국 불가능해졌는데.
"과거는 미래의 디딤돌이다. 일단 오늘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기라고 본다. 국보법폐지안이 직권상정돼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인권이나 민주화, 평화통일의 과제는 계속 남아있다. 과거의 부족함을 거울삼아서 내일을 위해 달려가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1300여명의 단식단이 그 역사에 힘을 보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내폐지 안됐다고 국보법폐지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이번 국가보안법폐지 싸움을 하면서 21세기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다시금 만들어낸 계기가 됐음을 느꼈다. 21세기 한국사회가 나가야 할 담론이 만들어진 쾌거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폐지 투쟁은 수많은 폭력을 넘어서 인류평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제 열린우리당이 선택할 길도 명확해졌다."

- 17대 국회나 김원기 의장 등 정치권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우선 김원기 의장에게 말하겠다. 개인적 생각으로 '제2의 박관용이 되기 싫다'고 상생과 합의라는 레토릭을 사용한다면 역사에서 명백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생과 합의의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 규명해달라.

이부영 의장은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천정배 대표에게는 실망감이 든다. 정치를 하기 위해 명분 쌓는 과정이려니 애써 생각했기도 했지만 결국 전략, 전술이 부재한 사령관이라면 개인적 소신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새해는 한나라당 등 수구세력 척결을 투쟁의 전면으로 내걸 것이다."

- 11월 2일부터 오늘까지 60일간 최장기 단식을 했다. 건강은 어떤가.
"몸무게는 27.4kg이 빠졌다. 물은 오늘 500CC 정도 먹었다. 그런데 장기간 몸을 안 움직이다보니 잘 안 넘어가더라. 걸을 때마다 적지 않은 고통이 따라온다.

- 처음 단식을 할 때와 지금 국가보안법폐지에 대한 확신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이제 역사의 수레바퀴는 많이 굴러왔다. 역사는 많은 이들의 노동과 땀이 쌓여 굴러가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낡은 역사와 21세기의 미래가 교차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음과 갈등이 있다고 본다. 국보법은 이제 명을 다했다. 국보법 문제는 단지 법안폐지 차원을 넘어 냉전과 수구, 기득권 등 과거 질서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는 것이다. 이제 민족운명을 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 국보법폐지 문제가 국민들의 공감을 형성했다고 보는가.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네티즌의 65%가 국가보안법 폐지 직권상정에 찬성한다고 들었다. 나도 처음 농성을 시작하기 전보다 여론이 호전됐다고 느낀다. 그러나 반세기동안 굳혀진 인식을 극복하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방법을 모색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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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서 28일째 단식농성을 하던 송현석씨가 11월 29일 오후 천막농성장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람' 때문에 기뻤고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

- 이번 단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 때문에 기뻤고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 같이 투쟁해야 할 주변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괴롭기도 했다.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재일교포들도 이곳에 일부러 와줬고 기금을 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단식하는 동안 손발이 됐던 한청 간부들이 고맙다. 집사람, 딸(4세) 등 가족에게도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하다."

- 단식 중 책을 많이 읽었다는데 좋은 구절을 소개해달라.
"책 30여권, 논문 50∼60개 정도를 읽었다. 특히 루신의 <아침꽃을 저녁에 줍는다>라는 책에 가장 깊은 공감을 느꼈다. '길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계속 걸어가서 만드는 것이 길'이라는 내용이다. 국보법 때문에 죽어간 여러 선생님들, 선배들이 있다. 그들이 만든 아침 꽃을 우리들이 저녁에 줍는다고 느꼈다. 또 루신은 '낡은 것이 죽어야 새로운 것이 산다'고 했는데 크게 공감됐다."

- 다시 단식투쟁을 한다면 또 하겠는가.
"역사는 '전인미답'이다. 내일의 역사를 미리 살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과는 만드는 것이지 주어진 결과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계획은.
"일단 건강을 챙기게 될 듯하다. 한의사는 한방에서 보는 기준으로 '단식 50일이면 이미 죽은 몸'이라고 했다. 지율스님은 단식 66일째라는데 걱정된다. 지율스님의 삶과 투쟁이 많이 알려지지 못해 안타깝다. 앞으로 국보법폐지 투쟁은 앞으로 정치의사 일정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싸우겠다."

- 혹시 단식 중 먹고 싶은 게 있었는지.
"죽을 때까지 간다는 맘으로 들어와서 먹는 것에 대해 관심은 없었다. 이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생각이 많으므로 정신을 집중해서 버티려 노력했다. 굳이 꼽는다면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국수나 떡국, 라면 등이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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