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적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겠다"

출판인회의 새 회장에 취임한 푸른숲 김혜경 대표

등록 2005.02.15 11:53수정 2005.07.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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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인회의 새 회장에 취임한 김혜경 푸른숲 대표. ⓒ 조성일

김혜경(52) 푸른숲 대표가 한국출판인회의(이하 '출판인회의') 4대 회장을 맡았다.

최근 임기 2년의 새 회장에 취임한 김혜경씨는 매우 어려운 때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특히 올해는 출판계가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한국의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단체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혜경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다 1991년 푸른숲을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여성출판인의 대모로 통하며 선후배의 신임이 두터운 김혜경 회장은 뛰어난 편집 감각과 중소기업상을 받은 탁월한 경영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혜경 회장이 발행인으로 있는 푸른숲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봉순이 언니>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낸 중견출판사이다.

한편 출판인회의는 1998년 11월 '책과 함께 여는 새로운 문화 천년'이란 모토 아래 출판계의 현안들을 풀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체로 현재 300여 개 단행본 출판사가 회원으로 있다.

다음은 김혜경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 출판인회의 4대 회장에 추대됐는데 소감은.
"출판계에 나온 지 15년밖에 안 된 나를 너무 과대평가해 중책을 맡긴 것 같아 솔직히 부담스럽다. 또 한편으로는 나를 뽑아준 출판계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하지만 사람은 기대만큼 성장한다고 하지 않은가. 과대평가가 실제의 내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놀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겠다."

- 출판계에는 지금 여러 가지 현안들이 쌓여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유통문제라고 본다. 최악의 시장상황에다 서점들의 휴폐업과 반품이 급증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유통구조 선상에 있는 도소매상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에 원칙을 가지고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

- 도서정가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터넷서점 같은 경우 법적으로 가능한 할인율에다 마일리지를 잔뜩 얹어주는 방식으로 가격을 편법 운용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 독자 입장에서도 정가를 다 주고 책을 사면 괜히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든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도서정가제는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출판문화 발전을 위해 어떤 선택이 더 좋은가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정가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겉으로는 도서정가제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할인이 이루어지고 있는 양면적 구조다."

- 최근 들어서 사재기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예전에 한번 사재기 문제를 출판인회의가 나서서 공론화한 적이 있는데, 요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출판계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소탐대실 아니겠는가. 출판계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 쪽으로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 출판 산업이 자본력에 의한 대형화 추세로 가고 있다. 외국자본도 들어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 문제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물론 자본력을 앞세운 상업적 대중 출판이란 비판이 제기되겠지만 대형출판사들이 손댈 수 없는 틈새에 작은 출판사들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오히려 생긴다고 본다. 지금 우리 출판계에서 볼 수 있는 몇몇 보석처럼 빛나는 작은 출판사들이 많이 생겨나서 이들이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좋은 책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이나 제작, 영업 같은 분야에서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려고 한다. 소위 소량다품종 체제를 만들어나가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서로 공존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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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회의가 최근 서울 서교동에 마련한 회관. 이곳에서 입문에서부터 재교육까지 출판인 대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 조성일

- 단행본 출판의 꽃이라는 인문서 시장이 죽어간다고들 아우성이다. 여기에 대한 대책은.
"난제다. 이 문제는 출판계 혼자의 노력으로는 풀기 어렵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말했듯 출판은 고속도로나 철강 산업 같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마인드로 접근하여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서서 풀어야 한다. 꼭 나와야 할 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방법적으로는 도서관 확충과 도서구입 예산 확보라고 본다. 물론 하루아침에 수백 개의 도서관을 지어야 한다는 식의 무모한 발상보다는 1년에 단 몇 군데개라도 도서관을 늘려나가고, 동시에 그 속에 들어갈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을 점차 늘려나가는 일을 지속적으로 펴나가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들도 만나고 관련 공무원들도 만나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작정이다."

- 출판인회의의 중점사업은 무엇인가.
"서울 서교동에 회관을 마련했다. 여기에 오는 3월 SBI(서울북인스티튜트)를 열어 본격적인 출판인 교육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출판아카데미를 운용, 신규 인력에 대한 입문 교육을 해왔는데, 여기서는 신규 인력은 물론 기존 출판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 CEO 과정 등을 개설해 명실상부한 출판인교육센터가 되도록 하여 인적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작정이다."

- 앞으로 출판인회의를 어떻게 이끌어 갈 작정인가.
"사실 출판의 꽃이라는 단행본 출판사들은 각각의 개성이 너무 강해 단합이 잘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출판인회의는 단합이 잘된다고 자부한다. 애초 단체가 만들어질 때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는 공감대 속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입장을 최대한 배제하고 책과 출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순수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출판인회의의 이상과 목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최대한 힘쓸 것이다."

- 마지막으로 출판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책의 가치와 이상을 높이 평가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출판 행위는 책을 통해 사회, 교육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사회에 기여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출판정신과 철저한 프로근성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변화에 따라갈 수 있는 열린 마인드로 책을 만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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