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새는 죽여라

기타미 마사오가 지은 < CEO 오다 노부나가 경영 10법칙 >을 읽고

등록 2005.09.09 06:08수정 2005.09.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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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알라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하면 반드시 따라다니는 두 사람이 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주름잡았던 인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다. 세 사람 다 내로라하는 전국시대 간판스타들이지만 저마다 지닌 색깔이 다르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돼버린 ‘울지 않는 새’는 세 사람을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울지 않는 새가 있다면, 오다 노부나가는 "그 새를 죽이겠다"고 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새를 울게 하겠다"고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짧은 이야기 속에 세 사람의 인간성이 짙게 배어난다.

시대순으로 보면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순이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은 아무래도 도쿠가와 이에야스 쪽이다. 집권 기간도 세 사람 중 가장 길어 도쿠가와 막부는 전국시대부터 개항전 일본의 근세까지 이어졌다.

집권기간이 길었다고 인기가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닌 모양이다. 일본의 <역사독본(歷史讀本)>이라는 잡지에서 일본 전국시대 인물들에 대한 인기투표 결과는 1위가 오다 노부나가, 2위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울지 않는 새를 죽이겠다고 말한 노부나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전국시대 다이묘(大名)다. 다이묘는 막부정권시대에 1만석 이상의 영지를 가진 지방영주들을 부르는 호칭으로, 무신정권 막부의 우두머리 쇼군과는 주종관계를 가진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큐슈지역 오와리의 다이묘가 된 노부나가는 천하포무(武로서 천하를 다스림)의 꿈을 품고 일본의 천하통일에 일생을 걸었다.

그는 과거의 상식과 관습을 철저히 부정하고 근본부터 뜯어 고치려 노력했다. 전투에서 조총을 가장 먼저 효과적으로 사용했고, 신분이 아닌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하는 등 조직, 재정, 인사, 그리고 전략 전술상의 과감한 변혁으로 시대를 이끈 혁신적인 인물이다.

작가는 ‘미국은 까마득히 앞을 달리고 한국은 바로 눈앞에 와 있으며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쫒아오고 있다’며 일본의 현실을 전국시대에 빗대었다. 그리고는 전국시대의 대표주자 노부나가를 오늘에 되살려 그 처방책을 제시했다. 물론 일본의 시각에서다.

노부나가를 경영학원장으로 부활시켜 그의 강의를 통해 젊은 경영자들을 교육시킨다는 저자의 발상은 꽤 유익하다. 강의는 총 열 번이 이어지며 각 강의마다 다섯가지의 교훈을 담았으니 전부 50가지의 읽을거리가 있는 셈이다.

강의마다 첫 번째 등장하는 것이 노부나가와 수강생과의 대화이다. 경영에 관한 그의 식견을 문답식으로 듣고 때로 에피소드를 덧붙인다. 에피소드는 주로 역사이야기다. 강의 주제에 맞는 역사사실을 인용해 현대의 경영상황에 접목시켜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노부나가의 강의를 잠시 들어보자.

동란의 시대에는 옛세력이 쇠퇴하고 그것을 대신하는 자가 등장하지. 이 하극상의 시대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사로 잡혀있는 인간들에겐 바람직하지 못한 세상이겠지.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넘쳐나고 재미있는 세상이다. 이런 어두운 시대에 태어나고 말았다 라는 둥 한탄하지 마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 29쪽

세상에는 자신의 힘만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지. 그런 때는 될 대로 되라지라고 배짱을 부리게. 어쩔 도리도 없는 문제를 싸안고 끙끙대봤자 득될 게 없어 최선을 다했으니 될 대로 되겠지. 그렇게 각오를 다져두면 무서울 건 하나도 없어. 나는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내 싸웠으니 뒷일은 하늘에 맡겨둘 수밖에. - 34쪽


경영인 오다 노부나가에게서 배울 것은 단연 매서운 결단력이다. 그는 백성들을 난세의 긴 터널에서 탈출시키는데 고비마다 울지 않는 새를 과감하게 죽여 버리는 탁월한 결단력을 발휘했다. 그의 결단력이야말로 전국시대에 강력한 리더였다고 평가되는 이유이며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의 비결이다.

원본인 일본어판은 우리가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알듯 일본 독자들이 오다 노부나가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쓴 책이므로 일본사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상당히 많다. 번역하면서 군데군데 어려운 단어에 역주를 달아두었지만 짧은 역주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이 자주 눈에 띈다.

이 책을 손에 잡은 김에 일본사를 한 번 개관할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양국간의 현안인 요즘 아닌가. 고구마줄기 캐내듯 거슬러 올라가며 한덩어리씩 그들의 역사를 공부해 보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리라 싶다.

CEO 오다 노부나가 경영 10법칙

기타미 마사오 외 지음,
이지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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