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극장을 아시나요?

신바람예술학교... 멍석 위의 작은 극장 열다

등록 2005.11.09 20:14수정 2005.11.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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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멍석극장 ⓒ 신바람예술학교

우리의 전통문화 특히 굿거리 문화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풍물굿이나 판소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서양문화는 무대에서 엄숙하게 공연을 하고, 끝난 뒤 손뼉을 쳐달라는 그런 종류의 것이지만 풍물굿이나 판소리에서는 공연자와 관객의 구분이 거의 없다. 한 덩어리가 되어 즐기는 문화이며, 끊임없이 추임새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 굿거리 공연은 큰 극장에서 하는 것은 어쩌면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민들은 그런 큰 극장은 겁이 나서 들어가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공연하는 사람과 관객이 이마를 맞대고, 침을 튀겨가며, 숨을 같이 쉴 때에 진정 그 의미에 맞다고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런 공연이 우리 주변에 그동안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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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멍석극장의 취지를 설명하는 신바람예술학교 진용근 교장 ⓒ 김영조

그런 생각을 할 즈음 혜화동에 자리 잡은 신바람예술학교는 이에 걸맞은 '화요멍석극장'을 펼치고 있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신바람예술학교는 80년대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치열한 운동을 해온 예술단체이다. 그리고 21세기 문화의 시절을 맞이하여 80년대의 창립정신을 올곧게 이어받아 이제 대중이 예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대중교육사업과 공연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멍석극장의 취지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신바람예술학교 진용근 교장은 말한다.

"무대는 멍석 한 장입니다. 신명과 흥이 있는 누구라도 멍석 위에서 놀 수 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특히 국악, 창작, 실험작을 환영합니다. 아마추어, 전문 예술인, 구경꾼 모두 하나 되는 자리입니다.

화요멍석극장은 코딱지만한 연습실에 멍석 한 장 깔아놓고 그동안 배우고 익힌 춤과 노래 연주를 펼쳐보자는 것입니다. 멍석극장에는 공연자와 구경꾼이 따로 없으며 모두가 어우러지는 한마당공동체입니다. 멍석극장은 연중 무료로 활짝 열려 있으며 회원과 구경꾼들의 후원금과 공연자의 협찬으로 진행됩니다."

그의 말처럼 극장은 20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며, 바닥은 멍석을 깔아 놓았다. 그 멍석 위에서 공연을 하고, 관객은 공연자의 코앞에서 추임새를 한다. 그야말로 침이 튀기면 그대로 얼굴에 묻을 정도이며,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공연자의 숨소리가 그대로 들려올 정도이다. 온전히 모두 한 식구가 된 기분으로 공연을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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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를 연주하는 임상래씨 ⓒ 김영조

11월 8일 두 번째 열린 화요멍석극장의 공연은 거문고(출강), 교방굿거리춤, 무예퍼포먼스, 설장구로 구성되었다. 멍석극장의 사회자인 국립창극단 단원 우지용 씨가 나와 멍석극장의 의의와 이날의 공연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맨 먼저 시작은 서울 강동구립예술단 단원인 임상래(30)씨의 거문고 연주 '출강'(出鋼)이다. 거문고 연주 '출강'은 북한의 거문고 음악 발전에 크게 공헌한 김용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황해도 제철소에서 철을 만드는 삶을 담고 있다. 원래는 독주곡이었으나 북한의 큰 행사에서 3중주의 대편성으로 편곡되어 연주하는 북한의 거문고 명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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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방굿거리춤을 추는 김지은 씨 ⓒ 김영조

'출강'은 매우 박력 있는 연주곡으로 거문고의 점잖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아닌 매우 극적인 곡이라는 설명이지만 실제 이날 연주는 깊이 있는 소리의 매력을 품어낸다. 연주가 끝나자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거문고의 연주를 코앞에서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관객들이 절로 감탄의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두 번째는 정의여고 김지은(31) 교사의 (진주)교방굿거리춤이다. 교방굿거리춤은 교방(기녀들의 악가무를 관장하던 기관)에 의해 전승되고 있는 굿거리춤을 말한다. 고려 문종 때부터 1905년 교방청이 폐지되기까지 관기제도에 의해 전해 오던 춤으로 무속금지령으로 무당들이 교방으로 유입되면서 굿거리춤이 되었다. 1900년대 이후 진주 교방굿거리춤은 승무와 더불어 기녀들에 의해 교방에서 예술적으로 다듬어졌다.

공연자 김지은씨는 신바람예술학교 한국춤교실에서 서정숙 선생에게 배운 그야말로 아마추어이다. 그래서 화요멍석극장의 취지를 잘 살리는 무대라는 이야기들이었다. 또 김지은씨의 공연은 차분하면서 끈끈하고, 섬세하면서 애절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걸 보면서 관객들도 "나도 해볼 수 있다, 해보고 싶다"라는 말들을 한다.

세 번째는 좀 색다른 공연인 기천문 예무단장 지성철 씨의 '기천선무'이다. '기천선무'는 기천의 기본법(내가신장과 육합의 기본틀)을 중심으로 원활한 기의 흐름과 정중동의 조화, 강함과 부드러움의 어울림을 표현한 기천문의 명상춤이며, 권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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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천선무’를 하는 기천문 예무단장 지성철 씨 ⓒ 김영조

이 공연은 무대가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자 우지용의 구음에 맞춰 무대 맨 뒤와 관객의 코앞을 넘나드는 동작으로 힘찬 내공이 실린 강렬한 기의 실현이었다. 조용히 압도하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힘의 드러냄은 관객들에게 숨을 죽이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원래 검무도 할 수 있지만 극장의 규모 때문에 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마지막 공연은 설장구 명인 문정숙 선생에게서 배운 자유풍물가 하애정(42) 씨의 설장구 한마당이다. '설장구'란 장구수들 중에서 가장 으뜸되는 장구수를 일컫는다. 한편 설장구를 '상장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쇠'라고 할 때와 같은 쓰임이다. 장구수들 중에서도 가장 으뜸되는 기예와 재주를 가진 설장구수가 노는 놀음놀이를 '설장구놀이'라 하고, 이를 그냥 '설장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애정씨의 장구를 둘러메고 벌이는 궁굴채와 열채의 마술은 관객들의 넋을 빼앗고 있다. 힘과 내공의 조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간간이 보여주는 앙증맞은 동작은 관객들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몰아넣는다. 장구를 메고 하는 현란한 몸동작이 이렇게 아름답고, 풋풋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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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장구춤을 추는 하애정(42) 씨 ⓒ 김영조

모든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자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막걸리 뒤풀이가 있었다. 막걸리와 함께 두부김치의 조촐한 안주는 그야말로 이 공연과 조화되는 모습이다. 관객이 공연의 의미와 동작의 설명을 요구하고, 연주자는 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는 것은 물론 세상살이 이야기가 푸짐하게 펼쳐지는 정이 살아 있는 또 하나의 무대였다.

신바람예술학교는 진용근 교장과 우지용 운영위원장 등 몇몇 사람들의 애타는 노력으로 끊어지지 않는 세월을 이어왔지만 자금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더구나 화요멍석극장은 모두 무료로 문을 열고 있기에 더욱 어려움이 덧붙여지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옥에 티인 운영의 미숙함이 조금은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정성이 알려지기만 하면 모든 어려움은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굿거리 문화가 대중들에게 다가서지 못하여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렇게 대중에게 가까이 접근하려는 시도는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일이다. 그런 까닭으로 신바람예술학교의 '화요멍석극장'은 중요한 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꼭 필요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실천해보지 못한 이러한 공연방식은 널리 알려져 멍석극장이 터져나가는 일이 일어나고, 이에 더 많은 비슷한 공연단체가 생겨나서 누구나 쉽게 우리의 전통굿거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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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멍석극장의 바닥에 깔린 멍석 ⓒ 김영조

덧붙이는 글 | <화요멍석극장>
2005. 11. 1 이후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연중, 무료)

11월 15일 / 기천문(지성철). 퉁소연주와 정가(국악인,예찬건). 태평소시나위(태평소 강사,김소영)
11월 22일 / 기천문(지성철).미얄할미(창작춤,서정숙).굿퍼포먼스(한영애)
11월 29일 / 장승퍼포먼스. 백두산 다람쥐(창작판소리, 김지영)
12월 6일 / 대금산조(김평부). 창작판소리 '아빠의 벌금'(우지용)
12월 13일 / 기천문(지성철). 무예퍼포먼스(신바람예술단) 
12월 20일 / 창작춤(박은주). 창작판소리 '대고구려'(박성환)
12월 27일 / 멍석극장 송년굿
06년 1월 3일 / 멍석극장 새해맞이 열림굿

* 프로그램은 계속 추가, 보완 중이며 사정에 따라 다소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의 : 신바람예술학교(www.sinparam.net) ☎ (02)766-4867

덧붙이는 글 <화요멍석극장>
2005. 11. 1 이후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연중, 무료)

11월 15일 / 기천문(지성철). 퉁소연주와 정가(국악인,예찬건). 태평소시나위(태평소 강사,김소영)
11월 22일 / 기천문(지성철).미얄할미(창작춤,서정숙).굿퍼포먼스(한영애)
11월 29일 / 장승퍼포먼스. 백두산 다람쥐(창작판소리, 김지영)
12월 6일 / 대금산조(김평부). 창작판소리 '아빠의 벌금'(우지용)
12월 13일 / 기천문(지성철). 무예퍼포먼스(신바람예술단) 
12월 20일 / 창작춤(박은주). 창작판소리 '대고구려'(박성환)
12월 27일 / 멍석극장 송년굿
06년 1월 3일 / 멍석극장 새해맞이 열림굿

* 프로그램은 계속 추가, 보완 중이며 사정에 따라 다소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의 : 신바람예술학교(www.sinparam.net) ☎ (02)766-4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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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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