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은 조선시대의 반도체였다

[서평] 옥순종의 <교양으로 읽는 인삼이야기>

등록 2005.11.11 20:31수정 2005.11.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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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밭의 사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봄, 여름, 겨울, 가을) ⓒ 이가서

지금의 한국 경제에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2004년 총 수출 2000억 달러 중 반도체는 약 170억 달러로 자동차, 배 등과 함께 한국의 대표 수출 상품이며, 우리에게 확실한 효자상품이다.

그런 것이 조선에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삼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삼은 조선시대에 요즘 시세로 따져 금값의 1/3 정도로 거래되었다고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소상하게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현재 한국인삼공사 홍보실장 옥순종씨가 쓴 <교양으로 읽는 인삼이야기>(이가서)가 그것.

이 책은 일반인이 알아야 할 인삼의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다. 인삼의 어원, 진생의 기원, 인삼 재배의 기원, 홍삼제조의 기원부터 서양에선 어떻게 보았는지를 포함하여 인삼 무역전쟁, 인삼재배의 특성, 인삼 재배과정, 6년근이어야 하는 까닭은 물론 인삼 성분과 효과에 대한 분석과 함께 인삼요리에 대한 내용까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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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10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삼 / 인삼의 부위별 이름 ⓒ 이가서

조선시대 인삼은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었고, 나라의 재정에 커다란 보탬이 되었다. 특히 중국에서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는데 서양에도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질 정도였다. 이에 대해 '견리망사(見利忘死)'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익에 눈이 어두워 죽을 수 있음도 잊는다는 말로, 사람을 살리는 인삼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는 뜻이다. 다음은 1828년 동지사로 북경에 다녀온 박사호의 기행문인 '심전고(心田稿)'에 있는 내용이다.

"연경에 가지고 가는 것이 금지된 물건은 금, 인삼, 담비가죽인데 홍삼은 그중에서도 가장 엄격했다. 연경 사람들이 그 값의 10배를 주고 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몰래 거래하므로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러자 네덜란드 상인들은 인디언들을 동원해서 미국의 산속을 뒤졌고 1747년 매사추세츠 주의 스톤 브리지라는 곳에서 많은 양의 야생 삼이 발견되었다. 이 야생 삼들은 조선의 인삼에 비해 질이 낮았지만 1/5 정도로 값이 싸서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고, 이에 조선 인삼은 값이 폭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무역전쟁은 지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 18~19세기에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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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일제시대 인삼축제 포스터, 아래:1890년대 인삼 캐는 장면 ⓒ 이가서

그런가 하면 인삼에도 짝퉁이 있는데, 중국 삼을 고려 삼이라고 하거나 장뇌삼(산삼의 종자를 채취하여 깊은 산 속에 씨를 뿌려 야생상태로 재배한 것)을 산삼으로 속이거나, 이쑤시개나 접착제를 써서 뿌리를 길게 이어 붙여 산삼처럼 보이게 하는 따위의 속임수들을 쓰는 경우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귤화위지(橘化爲枳)'를 강조한다. 그것은 "귤이 회수(중국 화중지방을 흐르는 강)를 넘어와 심게 되면 탱자가 된다"는 뜻인데, 한국 땅은 인삼을 재배하기 아주 적합한 곳으로 중국이나 미국에서 나는 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음을 말한다.

또 다른 인삼재배의 특성도 말해준다. 인삼은 다른 작물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220평 단위에서 무는 1년에 4톤을 생산하지만 인삼은 6년에 1톤이 수화될 정도로 생산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양분 요구량이 적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비료가 지나칠 경우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건조하거나 습기가 많은 곳만 아니면 척박한 땅에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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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6년 프랑스 선교사 자르투가 그려 보낸 산삼 그림(LG연암문고 소장) ⓒ 이가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엘리자베스 여왕, 빌 클린턴 대통령 등도 인삼의 애용자였다고 이 책은 전한다. '스틸 러빙 유(Still Loving you)'라는 노래로 유명한 세계적 록그룹 스콜피언즈는 지난 2001년 데뷔 30돌 및 그룹 최초의 언플러그드(unplugged : 전자 악기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음악) 앨범 발매 기념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인삼"이라며 "몸이 강해지는 듯하다"는 말을 해 손뼉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인삼 고르는 법, 인삼 보관방법, 인삼 먹는 방법, 인삼 달이는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인삼의 효과로 알려진 당뇨·면역력·항암·갱년기·항스트레스·피부미용·정력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하고 있다. 또 인삼 요리, 그리고 인삼 궁합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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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닮은 인삼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외계인, 산신령, 춤추는 발레리나, 포옹) ⓒ 이가서

다만 옥에 티는 어디에도 있다. 인삼이 모두에게 맞는 것이 아니라 체질에 따라 피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그런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또 이야기가 중언부언 중복된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띄며,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내용과 직접 관계없는 사진들이 많았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옛 문서를 소개하면서 번역이 완벽하지 않아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점과 전문 용어를 설명 없이 사용한 곳이 자주 눈에 띄는 점도 편집자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단점도 이 책의 훌륭함을 덮어버리지 못한다. 그동안 인삼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노력도 책도 제대로 없었기에 약간의 티가 있음에도 우리는 이 책에 손뼉을 쳐줘야만 한다. 우리는 그동안 인삼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삼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많은 자료를 통해 객관성을 담보하고, 특히 다양한 사진자료의 소개는 칭찬을 듬뿍 안겨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부터 우리의 대표 상품이었던 인삼을 이제라도 제대로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삼 마케팅에 더욱 힘 쏟을 것"
[인터뷰] 옥순종 한국인삼공사 홍보실장

- 어떻게 인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사실은 인삼과 직접 관계없는 언론인이었다. 그런데 1999년 담배인삼공사가 담배와 인삼으로 분리되면서 인삼공사의 홍보실장으로 가게 되었고, 가보니 인삼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삼에 대해 공부를 했고, 그를 바탕으로 인삼을 알려내는 일에 전력을 쏟게 되었다."

- 현재 인삼의 생산량, 수출량은 어느 정도이며,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는가?
"정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의 생산량은 1만4668톤이고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예측으로 올해의 수출은 1억 달러로 보고 있다. 해외 마케팅을 적극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등지에서 '대장금'의 인기가 솟고 있는데다 이영애를 모델로 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사실 대중화는 아직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데 이에 대한 한국인삼공사의 계획은?
"인삼은 오랜 재배기간이 필요하고,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또 홍삼은 정부가 1986년 아시안 게임 이전까지 수출만 했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 홍삼추출기가 나오고 알려지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늘렸고 뿌리삼 위주가 아닌 인삼초콜릿 등 상품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어 대중화가 곧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인삼이 아무리 좋은 약재여도 체질에 따라 먹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다고 보는데 이 책에선 말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사상의학에서 특히 열이 많은 사람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일부 학계에서는 열을 올린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에 이 책에선 다루지 않았다. 특히 미국인삼이 한국인삼을 깨기 위해 한국인삼이 열을 올린다고(승열작용) 악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체질에 따라 인삼 먹는 양의 조절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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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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