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작품전시회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등록 2005.12.30 11:29수정 2005.12.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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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작품전시회 하는 거 아시죠? 완성된 작품 두 개 내셔야 해요.”
“두개씩이나요. 큰일 났네 하나도 완성된 것이 없는데요.”
“그럼 연습하신 거라도 내셔야 해요. 도록은 미리 찍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안 되겠어요. 나 빼놓고 다른 사람들 작품 찍고 마무리 하세요.”
"그럼요, 하루 시간을 더 드릴 테니깐 그때까진 꼭 하세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없다. 나 때문에 시간을 늦추다가는 만약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큰 일을 망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못할 거란 당부에 그곳에서도 단념을 하는 듯했다.

작품전시회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나 나름대로 작품전시회에 내보려고 고민하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도저히 작품전시회에는 내보내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내가 그린 만화가 서툴러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작품전시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전 만화를 그려보지도 않은 사람이 일주일에 한번씩 3개월을 배운 실력을 가지고 감히 도전한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 온 다른 주부들은 그곳에 오기 전에 어떤 형식이든 만화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그려놓은 만화를 보고 있으면 그것이 오래된 만화가의 솜씨라 해도 믿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나 같은 문외한은 그곳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숙제를 해 가지만 도저히 내놓을 수가 없어 혼자만 보고 만 적도 더러 있었다. 그때도 다른 친구들이 그려온 숙제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내가 그린 만화를 내가 봐도 정말이지 이건 초등학생이 그린건지... 아무튼 말도 아니었다. 만화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림은 잘 못 그려도 상관없고 내용이 충실하고 재미있으면 얼마든지 좋다고 항상 말을 한다.

하지만 막상 내 입장이 되어보면 그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오래 전부터 만화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덤벼들었지만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다른 것은 그래도 흉내라도 낼 수 있었는데 만화는 그럴 수가 없었다. 강의가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작품전시회를 준비하려고 안간힘을 써도 안 되는 순간 한숨 돌리고 생각을 깊이 해봤다.

그리곤 난 만화하고는 인연이 안 되는가 보다 생각하곤 마음속에서 정리를 하고 나니깐 어찌나 마음이 편하던지. 그때 작품전시회에 대한 미련도 깨끗하게 포기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7일 작품전시회를 하는 첫 날이니깐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날 마침 집에 일이 생겨 가보지 못했다.

앞으로 2주일 정도 더 한다니깐 그 안에 시간을 내서 한 번 가 볼 생각을 하고 있다. 비록 작품전시회에 참여는 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는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유명한 만화가들의 강의와 그들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다. 또 그 안에서 공부하면서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배울 수 있었다.

만약 만화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늘 미련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공부를 하고 그것이 내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이번에 친구들과 작품전시회를 하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시간 나는 대로 그동안 배운 만화그리기 공부를 혼자 해볼 생각이다.

내가 얻은 수확은 또 있다. 신문에 실린 만화, TV에서 나오는 만화, 유명한 만화가들의 이름도 알았다. 한 가지 수확이 또 있다. 올해 만화대상은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라는 것을. 아마 만화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만화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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