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를 찾아 운현궁을 거닐다

고종과 흥선대원군의 자취

등록 2005.12.30 20:40수정 2006.01.01 17:25
0
원고료로 응원
어제(29일)는 모처럼 인사동에 나갈 일이 있어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인사동에 나가는 길에 운현궁을 둘러보고 싶어서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렸다.

a

운현궁 전체 모습 ⓒ 이은화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집으로, 고종이 태어나서 왕위에 오를 때까지 자란 곳이기도 하다. 흥선대원군의 집과, 1910년대 새로 지어 덕성여자대학 본관으로 사용하던 서양식 건물을 합쳐 사적으로 지정하였다.

한옥은 제일 앞 남쪽에 대원군의 사랑채인 노안당이 자리잡고, 뒤쪽인 북쪽으로 행랑채가 동서로 길게 뻗어있으며 북쪽에는 안채인 노락당이 자리잡고 있다.

고종이 즉위하자 이곳에서 흥선대원군이 정치를 하였으며, 궁궐과 운현궁 사이의 왕래를 쉽게 하기 위해 직통문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흥선대원군은 10여 년간 정치를 하면서 세도정치의 폐단을 제거하고 인사·재정 등에서 대폭적인 개혁을 단행하였고, 임진왜란으로 불에 탄 경복궁을 다시 짓기도 하였다.

지금은 궁의 일부가 덕성여자대학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방송국 시설이 있기도 하다. 또한 운현궁의 이로당 뒤쪽에는 유물전시관이 마련되어 운현궁을 수리·복원하면서 발견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a

수직사 ⓒ 이은화

한적한 운현궁으로 들어서니 오른편으로 수직사가 있다. 수직사는 궁의 경비와 관리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거처하던 곳이라는데 예전의 운현궁은 상당히 넓기도 하였고 고종이 왕으로 즉위한 뒤로는 궁에서 관리가 파견되는 등 이곳에 거주 인원이 많았다고 한다.

a

노송 ⓒ 이은화

마당에 겨울이라 앙상하지만 그래도 기백이 당당한 노송한그루가 있다. 이 노송은 고종이 어린시절 오르락내리락하면 놀기도 하였다고 한다. 고종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까하여 살며시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시대는 다르지만 고종이 만져 보았을 노송을 같은 숨결로 만져보는 느낌도 색다르다.

노송을 지나서 오른쪽에 있는 곳을 들어가 보니 노락당이라는 곳이다.

a

노락당 ⓒ 이은화

노락당은 운현궁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심이 되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노락당에서는 고종 3년(1866)에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를 비롯하여 회갑이나 잔치 등 각종 주요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초익공 양식의 사대부가 건축미를 느낄 수 있으며, 아름다운 창살문양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붕의 용마루를 받치고 있는 종도리에는 용문양이 그려져 있어서 노락당의 권위와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노락당의 본채를 마주보고 행랑채가 있는데 이곳은 말 그대로 행랑객들이 잠시 거처하는 방인 것 같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불채도 보인다.

a

행랑채안 풍경 ⓒ 이은화

노락당을 빠져나와 운현궁의 사랑채라는 노안당으로 갔다. 노안당은 대원군이 일상에 거처한 곳이었으며 고종 즉위 후에 대원군의 섭정기간 동안 주요 개혁정책이 논의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이라고 한다.

a

노안당 ⓒ 이은화

'老安堂(노안당)'이란 현판은 논어의 '노인을 편안하게 한다(老者安之)'는 글귀에서 따온 말이며, 추사선생의 글씨를 집자(集子)하여 만든 것이다. 노안당에는 영화루(迎和樓)라는 누마루가 있는데 대원군이 손님을 맞아 접대하던 곳이다.

그래서 그런가 처마를 바라보니 다른 처마와는 다르게 처마 끝을 연결하여 햇볕을 차단하는 차양막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 정사를 나누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잠시 그 옛날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 상상해본다.

a

이로당 ⓒ 이은화

되돌아 나와 이로당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운현궁의 가장 왼쪽에 위치한 건축물로서 노락당과 더불어 안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여자들만 살 수 있게 입 구(口)자형의 별도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으며 대원군의 부인인 부대부인 민씨가 운현궁의 살림을 맡아서 하던 곳이라고 한다. 명성황후도 이 곳에서 궁중법도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는 안내판이 있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날에는 이곳에서 예절교육을 가르치는 행사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a

창고에서 바라본 이로당 ⓒ 이은화

이로당을 빠져나와 오른편을 보니 역사적 유물을 전시해 놓은 역사유물관이 있기에 들어서는데 관람객이 한 명도 없어 나 혼자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하나 유물의 설명을 읽고 관람하면서 옛 생활을 더듬어 보았다.

a

꽃문양의 담벼락 ⓒ 이은화

역사유물관을 나와 다시 처음부터 노락당을 시작으로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담장을 보다가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나왔다. 우리 조상들의 예술적 감각을 보는 것 같다. 기하하적인 문양도 있고 아름다운 꽃의 문양도 있고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니 담장에서 꽃향기가 나오는 듯 하다.

a

각종문양이 있는 예쁜 담장 ⓒ 이은화

겨울의 초저녁, 약간은 차가운 바람에 손도 꽁꽁 얼고 귀도 시렸지만 역사의 향기가 남아있는 운현궁을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았던 날이었다. 다음엔 어느 궁으로 가볼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