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전용철·홍덕표가 없어야 합니다"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열사 영결식에서 만난 사람들

등록 2006.01.01 08:59수정 2006.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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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12월 31일 열린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열사 영결식. 서산에서 올라온 나진생씨는 소복을 입고 고 전용철 농민열사의 상여를 들었다. 고 전용철 열사가 비슷한 나이인 나진생씨는 분명히 전용철 열사와 여러 번 술자리를 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더욱 감추지 못했다.

"착잡할 뿐"이라는 그는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찰청장이 사퇴하고 땅에 묻혀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그저 편히 쉬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상여를 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한동안 하늘만 쳐다보던 그는 무겁게 입을 뗐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몫이 많죠. 해결된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농업회생을 위한 근본 대책이 하나도 수립되지 않았습니다. 두 열사가 11월 15일 집회에 오신 것도 그 바람이었을텐 공권력이…." 그는 목이 메이는 듯 이야기를 멈췄다.

"근본적 회생이 없으면 농민들은 계속 집회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제2, 제3의 전용철 홍덕표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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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동네 어린이와 함께 노제를 지켜보던 김명종씨. 그는 고 전용철 열사와 같은 마을 친구였다. 그는 고 전용철 농민과 함께 웃고 울고 그 많은 시간들이 떠오르는 듯 이야기하는 내내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문제는 하나도 안풀렸다고 단언하던 그는 "다 구속시켜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사람을 죽이면 감옥에 넣으면서 경찰이 사람을 죽였는데 왜 감옥에 보내지 않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마석까지 가서 친구이자 동지인 고 전용철 열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겠다던 김명종씨. 그는 쌀개방만 하고 외면하는 정부 대신 살 길을 찾겠다며 모인 농민들에게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은 징역을 보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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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만장을 들고 노제의 앞장에 선 김수만(성균관대 경제학과 00학번) 학생.

몸은 힘들지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만장을 들었다는 그는 "사과와 사퇴가 끝 아니다"고 단언하며 "이제는 쌀개방 반대라는 본질적 문제로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0여 일 간 청와대 앞 철야농성와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여러 차례 지하철을 타고 시민을 만났다는 그는 '21세기 국가경찰이 힘없는 농민을 죽인다는 것에 어이없어 하는' 시민들을 만나면서 앞으로의 투쟁이 더 큰 승리를 이룰 것임을 확신했다.

"학생과 농민은 농활도 더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습니다. 이제 곧 새내기도 들어오는데 새내기들과 함께 농민분들게 찾아가 우리 농업의 현실과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함께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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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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