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특별법 국가가 뒷짐지면 안된다"

고 김형률씨의 아버지 김봉대씨 1주기 추모 행사서 밝혀

등록 2006.05.29 10:07수정 2006.05.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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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형률씨 1주기 행사에 참석한 아버지 김봉대씨. ⓒ 윤성효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살아 있을 때 아들이 한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죽기 전에는 몰랐는데 자료를 들춰보고 다시 실감했다. 자료를 뒤적이다보니…, 가슴이 더 아파왔다. 아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서른세 살로, 지난해 세상을 등진 아들의 추모식을 준비중인 김봉대(70·부산)씨. 그는 황망히 세상을 떠나버린 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1주기 추모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28일 오전 부산 대청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는 한국원폭2세환우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던 고 김형률씨의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유족들과 원폭 피해자들, 한국·일본의 추모위원들, 김석준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 등이 참석했다.

고 김형률씨는 2002년 3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스스로 히로시마 원폭2세 환우라고 '커밍아웃'했다. 원폭피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문제라며 단체까지 만들어 활동했던 그다. 지난해 5월 29일 그는 숨을 거두었다. 병세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형률씨가 사망한 뒤 그의 아버지 김봉대씨는 '원폭피해자특별법' 제정을 위해 손발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8월 국회에 접수된 '원폭피해자특별법'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또 다른 원폭 피해자들을 위해 더 이상 국가가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김봉대씨의 노력과 달리, 이 특별법은 조승수 전 의원의 발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접수됐으나, 아직까지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원폭피해자특별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이 법은 원폭피해자의 생활보호와 인권보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 우리 국회가 먼저 특별법을 제정해야 일본도 우리를 등한시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정부는 원폭피해자를 나몰라라 하면서 일본정부에게만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건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김씨는 최근 국회 보복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별법 제정을 미루지 말라고 재촉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하루 빨리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엊그제도 국회 보복위 위원과 보좌관들에게 특별법 제정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근태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원폭피해자들이 많이 사는 합천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김 전 장관은 당시에 원폭회관 건립과 건강검진에 필요한 예산(4억원) 배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 김형률씨의 어머니도 원폭피해로 인한 피부종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대씨는 "아내도 원폭피해로 병을 앓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모체유전' 때문에 아들이 몹쓸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것 같아 더욱 속상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아내는 1940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났으며, 여섯살 나던 해인 1945년 원폭이 떨어져 피해를 입었다. 해방 뒤 한국으로 건너와 고향인 합천에서 살았다. 그는 고 김씨와 '일란성 쌍둥이'를 낳았으며, 김형율씨와 함께 태어났던 동생은 1년6개월만에 사망했다. 김형율씨는 어려서부터 '선천성 면역 글로블린 결핍증' 등을 앓아왔다.

김봉대씨는 이날 행사에서 아들의 1주기 추모행사에서 아들과 뜻을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아들은 생전에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는데, 그 정신을 이을 '김형률 추모사업회'가 만들어져 다행"이라며 "참여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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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형률씨 1주기 추모식이 28일 오전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렸다. ⓒ 윤성효


추모사업회 발족, 1주기 추모자료집 만들기도

고 김형률씨의 1주기를 맞아 지난 2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한국원폭2세피해자 김형률 추모사업회'(회장 한홍구)가 만들어졌다. 추모사업회는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자료집을 냈다.

한홍구 회장은 자료집 머릿말을 통해 "다들 저마다 각각의 사연이 깃든 아쉬움을 갖고 김형률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한다"며 "김형률이 늘 우리에게 했던 말은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였는데 그의 못다한 삶이 우리의 가슴 속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발로, 우리의 입으로 계속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추모사업회에는 강제숙 평화시민연대 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야오야기 준이치, 스나가 요코(NPO 전 사무국장), 타니구치 쿄고(8·6 히로시마대행동 사무국) 등 일본 인사들도 참여했다.

고 김형율씨의 생애와 삶의 궤적을 담은 사진전도 6월 3일까지 부산 민주공원에서,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평화공간에서 각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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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형률씨의 삶의 궤적을 담은 사진전이 6월 3일까지 부산 민주공원에서 열린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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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형률씨. 사진작가 윤정은씨가 촬영한 고 김형률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전은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평화공간에서도 열린다. ⓒ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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