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본분 벗어난 오만방자한 행동"
"일개 비서관이라니? 정확히 말해라"

[국회 운영위] 청와대-한나라당 '유진룡 전 차관 경질' 정면충돌

등록 2006.08.25 12:52수정 2006.08.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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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왼쪽).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운영위에서 유진룡 전 차관 경질과 관련한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의 답변태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신 : 25일 오후 4시 25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발언 자세에 분개해 강력 항의했다.

25일 오후 국회 운영위가 속개되자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양 비서관을 발언대에 불러 세웠다.

이 의원이 "청와대 비서관이 (문화부 차관에게) 인사청탁이나 협의를 할 때 동네방네 선언하겠냐"고 묻자 양 비서관은 "그건 유진룡 전 차관 생각이고, 문화부 장관이나 아리랑TV 사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군현 의원 "아니, 그건 당신 생각이고..."
양정철 비서관 "의원님, 당신이라는 표현은 안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발끈한 이 의원은 "대학 운동권 출신에 정태수 전 한보회장의 비서를 하지 않았냐"고 양 비서관의 전력을 추궁했지만 양 비서관은 '정태수 비서' 전력을 부인했다.

양 비서관은 "사학법 재개정 당시 박근혜 대표에게 '가출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그건 내 소신"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2004년 9월 삼성그룹에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지 않았냐"고 묻자 양 비서관은 "돈을 요구한 게 아니고 행사 전반의 진행상황을 삼성 부사장과 의논한 것이다, 국회에서도 얘기했으니 속기록을 찾아보라"고 응수했다.

이런 식의 문답이 오가는 동안 분위기는 점차 갈등으로 치달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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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병석 주호영 김양수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운영위에서 유진룡 전 차관 경질과 관련해 질의하기 앞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군현 "이런 행동들이 비서의 행동으로 맞나? 비서의 본분을 벗어난 오만방자한 행동을 하고 있다."
양정철 "의원님 생각이다."
이군현 "내 생각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이 그렇다. 박 대표나 조선, 동아에 대한 (양 비서관의) 글이 청와대 비서관의 본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정철 "청와대 비서관의 본분을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군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청문회하자는 말 했죠?"
양정철 "말이 아니라 글이다. 질의를 정확히 해달라."
이군현 "글과 말이 뭐가 다른가? 헌법기관 모독에 대해 사과하라. 일개 비서관이 면책특권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양정철 "일개 비서관이라는 말 쓰지 말라."

질의시간이 끝난 후에도 이 의원은 "비서관이 쫑알댄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은 "글과 말은 차이가 없는 데, 어떻게 그리 해괴한 말장난을 하나? 그렇게 하니 자꾸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질책했고, 같은 당 김양수 의원도 "10년 후의 자기 모습에 대해 무념무상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비서생활 하는 게 아니냐"고 비꼬았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한길 원내대표는 "양 비서관은 묻는 말에만 정중하게 답하라"고 구두 주의를 주는 것으로 분위기를 수습했다.


[1신 : 25일 낮 12시 52분]

청와대와 한나라당 팽팽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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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직 차관 인사 문제로 이렇게 떠드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떠들게 만들어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25일 국회에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2005년도 세입·세출결산 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차관 경질 문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정무직 차관 인사로 인해 이런 소란과 물의가 야기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열린우리당 소속 총선 낙선자였던 김희갑씨가 장명호 아리랑TV 사장을 만나 자신이 부사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며 "지원자가 (사장에게) 이런 자세로 나오는 것은 청와대로부터 확답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유 전 차관은 현 정권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다면평가에서 96.8점을 받았다"고 경질 사유를 묻자 그는 "(차관) 발탁과 경질의 사유가 다르다. 정무직 인사는 능력 유무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충환 의원은 "차관 경질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고 인사협의도 있을 수 있지만, 방법과 과정이 대단히 무례하고 부적절했다"며 "하급 공직자가 상급자에게 어떻게 ‘배 째드리죠’ 같은 말을 할 수 있냐?"고 힐난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그런 일은 결코 없었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부인하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사문제를) 공개하겠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이 유진룡 경질의 결정적 사유가 됐고 필요하다면 청문회도 가능하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언의 주체를 노무현 대통령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고 의원이 언론인의 감각으로 짧은 콩트를 쓴 게 아니냐?"고 묻자, 이 실장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이 실장은 한나라당이 '바다이야기'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로서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하면서도 "참여정부에 권력형 게이트는 없다, 근거없는 설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의 <오마이뉴스> 기고문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재웅 의원 "청문회 좋다, 면책특권 계급장 떼고 붙자는 (양 비서관) 얘기에 대해 지휘감독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병완 비서실장 "자기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이재웅 "면책특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데, 299명의 국회의원들에게는 모독적인 발언이다. 참여정부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계급장 떼는 걸 좋아하나?"
이병완 "일일이 답변드릴 필요가 없다."
이재웅 "나도 답변 받을 필요가 없는데 어떤 생각인지 들어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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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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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백만 홍보수석을 겨냥해 "취임할 때 '대통령의 가치가 프리미엄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이병석 한나라당 의원)며 문책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운영위에 출석한 이 수석과 양 비서관에게는 답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유 전 차관 없이 두 사람에게만 답변 기회를 줄 경우 국회 운영위가 자칫 면죄부 제공의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일부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를 적극 거들었다.

정성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역대 정부에서 정무직의 경질 사유를 밝힐 정도로 이렇게 난리친 적이 있었나? 유 전 차관이 신문유통원과 관련해 중대한 직무유기를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왜 이렇게 시끄럽냐? 한나라당은 항상 그랬는데... 야당이 발목 잡아서 그런거냐"고 말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의원은 "한나라당은 '내각 총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어느 정도 해야하지 않냐"고 반박했다.

국회 운영위는 오후 3시 속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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