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추리의 고요한 저항이 시작된다

빈집 철거 임박한 대추리..."부술 테면 부숴 봐라"

등록 2006.09.11 14:38수정 2006.09.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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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13일, 국방부가 미군기지 확장 예정 부지인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 있는 빈집을 기습적으로 철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일 아침 대추리, 도두리 일대는 고요하기만 하다.

지난 5월 4일,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국방부가 대추분교를 강제 철거하면서 빚어낸 국가 폭력으로 인해 난 상처는 아직도 주민들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서 쟤들(국방부)을 막아? 못 막지. 그걸 보고 있으면 속이 타니까 나는 (마을을 떠나) 나가 있을 거야."

"오늘 애들(마을에 주둔하며 24시간 마을 출입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전경들)이 빠지는 걸 보니 정말 뭔 일이 일어나긴 할 건가 봐. 부술 테면 부숴 보라고 해! 우리가 꿈쩍이나 할 줄 알고?"


마을을 둘러보다 만난 몇몇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 속에는 국가의 물리적인 폭력을 막을 수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다. 국방부가 강행하는 빈집 철거가 주민을 위협하여 알아서 떠나게 하기 위한 것임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고 있는 지킴이들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한 것임을. 그래서일까. 이들의 모습에선 '그래도 우리는 이 땅을 떠나지 않는다'는 고요한 저항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산책하듯 걷고 있는 가게 아주머니에게 무엇을 하느냐 물으니, 씁쓸해서 그냥 걷고 있다고 한다.

"왜 씁쓸하세요?"
"그럼 안 씁쓸해? 집 부수러 온다는데."


여느 때와 달리 적막한 아침을 맞이한 대추리.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프다.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빈집 철거를 이 땅에 살고, 이 땅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행하는 정부의 태도는 온당한가. 작은 마을의 평화를 밟고 일어설 군대가 한반도의 평화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세계의 평화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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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오전 8시 30분. 24시간 주민들을 감시하고 주민 아닌 사람들의 출입을 가로막는 전경들이 오늘은 무슨 일인지 보이지 않는다.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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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빈집철거 강행 방침으로 대추리는 불안하지만 또 한켠에선 평화롭다.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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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전경의 불심검문을 뚫고 들어온 평화지킴이들이 빈집 벽에 남긴 흔적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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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역시 빈집으로 분류된 대추리 교회 벽.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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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부숴도 생명은...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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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고치고 다듬어 사용하며 주민과 함께 이곳을 지키는 어느 지킴이네 집 벽.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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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옆집은 안전한가.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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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철거가 예상되는 4반 길목. 트랙터로 길 한쪽을 막아놓았다.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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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저항이 시작될, 대추리 평화예술동산.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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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 비롯된 평화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 dcz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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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Table.Book.Store. 세상에서.가장.작은.책방. 경의선숲길 번화한 거리, 새하얀 카페 본주르에 테이블 하나 놓고 덜컥, 책방을 열었다. 책에 과도하게 가치를 부여하는 건 ‘그닥’이어서 무심히, 툭, 던지는 느낌으로 ‘옛따’책방이라 이름 붙였다. 책과 사람, 공간과 사건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끼적대며 일상과 이상을 넘나들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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