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놀자 판' 외유 파문확산

도민들 비판 봇물...한나라당 경기도당 27일 진상조사 착수

등록 2006.09.27 18:46수정 2006.09.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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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가 집단 관광성 외유 파문에 휩싸여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회 전경. ⓒ 김한영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집단 관광성 해외연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양태흥 경기도의회 의장과 남경필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사과를 했지만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이번 파문의 조기 수습을 위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27일부터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원들의 외유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다.

지난 22일 KBS가 현지 밀착취재를 통해 경기도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빗나간 관광 외유' 행태를 고발한 이후 도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분노한 도민들의 비판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도의회 홈페이지 도민들 분노 봇물...일부는 주민소환도 요구

배아무개씨는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우리의 피 같은 세금이 해외 기생여행에 쓰여진데 대해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부패로 국민의 죄악이 된 얼빠진 의원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라"고 비판했다.

김아무개씨도 "뉴스를 보고 어떻게 필리핀을 선진시설이 있는 나라로 선택했는지,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면서 "경기도의회는 이번 필리핀 외유에 갔다온 도의원들 명단을 공개하고 외유에 들어간 비용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분노한 일부 도민들은 주민소환제 추진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묻지마' 투표를 한 유권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아무개씨는 '국민소환제 실행합시다'란 제목의 글에서 "도민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의원들을 이번에 완전히 갈아버리자"며 "이참에 '국민소환제'를 통해 본 때를 보여 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아무개씨는 "지방선거에서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고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투표한 결과가 이번 도의회 의원들 추태와 오만을 불러왔다"며 "잘못 뽑아놓고 정치인들 욕하고 후회해본들 스스로 누워서 침 뱉기 아니냐"고 유권자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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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분노한 도민들의 비판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캡처. ⓒ 김한영

열린우리당 경기도당과 공무원단체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은 지난 25일과 26일 잇따라 논평을 내고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취했다.

열린우리당 경기도당-공무원단체도 의원명단 공개·대책마련 촉구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은 첫 논평에서 "선진 해외연수라는 거창한 명목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자치행정위 소속 의원들이 관광도 모자라 현지 여성들과 질펀한 술자리까지 가졌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자치행정위 의원들은 당장 사퇴하고 경비를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26일 논평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경기도의회 자치행정위 소속 의원 14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지방선거에서 이들을 잘못 공천한 강재섭 한낭라당 대표는 사과하고 해당 의원들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 경기지역본부도 26일 성명을 내고 "놀자판 해외연수에 나선 도의원과 공무원 명단과 연수비용을 도민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양태흥 의장과 김문수 도지사는 도민에게 사과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도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기도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의 사죄와 함께 경기도의회 의장의 해외연수제도 전면 개선 및 자치행정위 소속 의원들에 대한 엄중한 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양태흥 경기도의회 의장은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양 의장은 사과문에서 "경험이 미숙하고 의원들의 욕심이 앞서 의정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한꺼번에 나간 것에 문제가 있었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기도의회 공무국외연수규칙을 보완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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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흥 경기도의회 의장이 지난 25일 장정은 부의장과 함께 외유 파문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고하고 있다. ⓒ 경기도의회 제공

양태흥 도의회 의장-남경필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사과'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남경필)도 이번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원 관광외유 파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기진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남경필 위원장은 26일 도당 상임운영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면서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해 도당 위원장으로서 머리 숙여 경기도민과 국민께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소속 도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과 관련해 윤리위원회(위원장 장경우)를 구성하고 27일부터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한나라당 경기도당 윤리위는 심재철(안양 동안을) 박찬숙(비례대표) 의원, 손범규 법률지원단장, 정성운 상근 부위원장, 정홍자 도의원, 이건철 사무처장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경기도당 윤리위원회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소속 도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진상조사 계획과 방법 등을 논의하는 한편 진상조사 결과 의원들의 책임소재에 대한 경중을 가려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이번 도의원 해외연수와 관련한 언론의 추적보도로 당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왔다"면서 "일단 도의회 해외연수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인 뒤 문제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직자 및 선출직 공직자 윤리강령은 고급유흥업소 출입자제, 카지노 등 사행성 오락업소 출입금지, 협찬향응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7개 상임위 무더기 외유...자치행정위 '술판외유' 파문 불러

이에 앞서 경기도의회는 215회 임시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18일부터 10개 상임위 가운데 7개 상임위 소속 의원 80여명이 무더기로 해외연수에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 4박 5일간의 해외연수 일정이 관광성 일정으로 짜여져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중 필리핀으로 연수를 떠난 자치행정위 소속 의원과 공무원 등 20여명은 선진국의 소방시설 탐방이란 당초의 목적과 달리 마닐라의 고급술집에서 여성도우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 노는' 장면 등이 KBS 뉴스에 방영돼 파문을 몰고 왔다.

또한 다른 상임위도 연수목적이 선진 문물과 시설 견학 등으로 돼 있지만 대부분의 일정이 국내시설보다 뒤떨어진 후진국의 산업현장이거나 관광성 코스 일색으로 짜여져 연수를 빙자한 '해외관광'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7대 경기도의회는 전체 119명의 의원 가운데 4명을 제외한 115명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며, 이번 물의를 빚은 자치행정위 의원 14명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이번 외유파문에도 불구하고 2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다음달 24~25일까지 가평에서 연찬회와 체육대회를 가질 계획이어서 경기도의회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경기도의회 사무처 직원들도 29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2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번 외유파문으로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경기도의회 관광성 외유 왜 반복되나
의원 책임의식 부재-심사과정 문제...대책 시급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매년 반복되는 의원 해외연수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2004년 5월에도 무더기로 해외연수를 가장한 관광외유에 나서 도민들의 비판을 받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경기도의회는 '공무국외연수심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낭비성 해외연수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올해부터 유급제가 시행돼 의원들의 책임성과 전문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낭비성 해외연수는 또다시 되풀이됐다.

이처럼 도의원 해외연수와 관련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원인은 연간 1회씩 법적으로 보장된 해외연수(1인당 비용 180만원)에 대한 의원들의 책임의식 부재와 함께 연수 심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경기도의회 공무국외연수심사위원회는 위원 9명 가운데 4명이 도의원이다. 이는 심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오히려 심사의 주체가 돼 올바른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회의방식도 문제다. 서면회의에다 비공개로 진행되다보니 투명성이 결여되고, 해외연수 후 제출하는 연수보고서 역시 형식적인 내용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무국외연수 심사위원회를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해 의원 해외연수 계획에 대한 적정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또한 연수계획이나 일정, 연수보고서 등을 사전·사후에 의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의원들이 관광성 해외연수로 예산을 낭비했을 경우 이를 변상토록 하는 이른바 '주민소송제' 등의 방안을 마련해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양태흥 경기도의회 의장은 지난 25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공무국외연수 심사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 4명으로 돼 있는 도의원을 2명으로 줄여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회의도 공개하겠다"고 대책을 밝혀 이의 실행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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