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교과서 포럼' 아수라장
4·19 단체와 몸싸움, 부상자 발생

[뉴라이트 '교과서 파동'①]주최측 "심포지엄 취소"... 이영훈 서울대 교수 병원으로 후송

등록 2006.11.30 14:57수정 2006.12.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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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0일 오후 3시 15분]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 행사장에 4·19혁명 희생자 유족 등이 들어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토론을 벌이고 있던 학자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는 교과서포럼의 6차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시안에 대해 교과서 포럼 측 교수 등 학자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수정할 부분 등을 검증하는 자리.

안병직 교수가 개회사를 마친 뒤 '한국 근현대사의 이해'라는 주제로 유영익, 이영훈 서울대 교수 등이 나와 토론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행사장 안으로 중·노년층으로 보이는 4·19혁명 희생자 유족들 30여명이 입장했다.

이들은 토론석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어떻게 5·16을 살리기 위해 4·19를 죽이냐",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토론석으로 무작정 진출했다.

이날 행사장에 몰려온 이들은 4·19혁명의 희생자 유족들인 '4·19혁명동지회' 회원들. 토론석에 올라선 이들은 곧바로 단상을 뒤엎고 토론석에 있던 이 교수의 멱살을 잡았다. 곧바로 발길질이 이어졌고, 주최 측 관계자와 뒤엉켜 바닥에 쓰러지는 등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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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교과서포럼 6차 심포지움이 열리고 있는 서울대 교육정보관 대강의실에서 '4·19혁명동지회' 회원들이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발제자로 참석한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멱살이 잡힌 채 단상에 쓰러져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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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동지회' 회원들이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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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움에서 기조발제를 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4·19혁명동지회' 회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지친 표정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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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로 참석한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멱살이 잡힌 채 단상에서 끌려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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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과서포럼 6차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서울대 교육정보관 대강의실에 '4·19혁명동지회' 회원들이 난입해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고성을 질렀다.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 행사장에 심포지움 현수막이 뜯겨 널부러져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인 안병직 명예교수도 동지회 회원들에 의해 멱살을 잡히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기는 등 봉변을 당한 뒤 겨우 피했다.

교과서포럼 측 인원이 모두 행사장을 떠난 뒤에도 동지회 회원들은 "4·19를 폄하하는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 관련자들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행사가 열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물리적 충돌로 인해 유영익·안병직 명예교수 등이 부상을 입었고, 이영훈 교수는 다리 등에 부상을 당해 119 차량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행사 주최 측은 이날 오후 2시 45분께 "행사를 취소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행사장을 점거하고 있던 '4·19 민주혁명 동지회', '4·19 희생자 유족회'·'4·19 공로자회' 등 단체 회원들은 오후 3시쯤 해산했다.

한 단체 회원은 "교과서포럼이 4·19민주혁명을 폄하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행사장에 왔다"며 "원래는 4·19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시정을 요구하려고 자료까지 다 준비해왔으나, 회원들이 교수들의 발언에 흥분해 불상사가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지정돼 사태를 지켜본 한 교수는 "이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대외협력·독재, 민주사회 만들기 위한 수단"
안병직 명예교수 무슨 말 했길래...

30일 교과서포럼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심포지엄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개회사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평가해야한다'는 발언을 해 4·19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감정을 자극한 부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이날 개회사를 하면서 새로운 근·현대사 교과서가 필요한 이유로'운동사 중심의 역사체계'를 벗어나야함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현재 있는 한국 근 현대사 교과서 6종이 다 한결같이 독립운동사나 민주화운동사와 같이 운동사 체계로 돼 있다"며 "실제로 한국 근현대사는 운동사 체계 중심 기술이 아니라. 일반사를 중심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운동사 중심 체계는 결국 통일운동을 통해 '통일 선진 한국'을 이룩해야한다는 당위로 연결되고, 이는 결국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 그는 운동사 중심 체계에 대해 "이상은 고결하지만 과연 올바른 것이고, 통일 선진 한국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를 따지고 들다보면 상당히 문제점이 많고 현실과 괴리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운동사 중심의 역사체계는 정치·경제적으로 자주노선과 민족주의에 입각해 있다"며 "이는 과거 운동권과 북한 사회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운동사 중심 역사체계는 과거 운동권과 북한의 관점"

자주노선에 따라 현대사를 진행한 곳이 '주체사상'을 제1원리로 내세운 북한이며, 자주노선은 북한에 번영·자유를 안겨주기는 커녕 "기아에 허덕이는 사회"로 만들었다는 것이 안 교수가 운동사 중심 체계를 배격하는 이유.

이렇게 운동사 중심 체계를 비판하면서 안 교수가 재평가해야한다고 역설한 부분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다.

안 교수는 "국제협력 노선을 걸어 한국 사회가 대외 종속이 강화되고 압제가 심화됐느냐"며 "현실에서는 이승만이 간첩을 잡고, 미국에서 시장경제를 수입하고, 한미동맹을 맺고 한국번영의 기본적인 골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대해서는 "그렇게해서 경제발전을 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당시에는 한국 경제를 이끌고 갈 시장이 없었다, 정부가 나서서 억지로 시장을 만들고, 정부가 기업 역할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그렇게 하기 위해서 유신도 하고 독재도 하고 인권탄압도 한 것 아니냐"고 말한 안 교수는 "다만 그런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안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객관적 상황이 그랬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역사에) 다 써야하는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87년 민주화운동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자유시장경제과 박정희 전대통령이 이끈 경제개발 덕분에 시민사회가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친 안 교수는 "'독재'와 '대외협력'은 이런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도 4·19 주체세력"이라고 밝히고 "당시에 '이승만이 하와이에 엄청난 재산이 있다'는 등의 소문도 많았지만, 이승만·박정희가 부정축재를 했는가, 없지 않은가, 그분들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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