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행복해지기로 맘 정해!

[ 동물극장 ] 금빛 '아담야옹'과 '하와야옹'의 사랑 이야기

등록 2007.01.01 10:27수정 2007.01.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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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병술년 한 해도 솔솔 저물어가고 '정해년' 새해가 다가올 무렵, 정감 흐르는 골목길을 무대로 사랑을 꽃피우고 있는 두 생물의 오묘한 분위기를 담았습니다. 서로 닮은 야생 고양이 둘 사이에 어떤 생각들이 오고 가는지, 사실 찍는 존재는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만 상상력을 잔뜩 동원해 두 생물의 무대로 잠깐 이동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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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아담야옹) : 야옹 처자! 이 거리 저 거리에 다양한 고양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정녕 그대가 맞나요? 발바닥이 닳도록 찾아다닌 배필이 틀림없다면, 뭔가 확실한 신호를 보내도 괜찮은데요.

들어야옹(하와야옹) : (얼굴 한번 돌리지 않고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웅크리고 앉아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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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 : 쌀쌀맞은 고양이 생각을 알아낼 도리가 없군요. 한 걸음만 더 다가가 얘기해도 너무 성내지 말고, 관심분야나 공감 가는 내용이 있으면 굳은 표정을 부드럽게 풀어 얼굴 살짝 돌려주십시오. 그대 앞에서 약해지는 고양이 마음, 알 수 없네요.

들어야옹 :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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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 : (잠시 공중을 올려다 본 뒤) 가만있자, 살아온 삶의 배경이 꽤 다른데, 어떤 소식을 알려야 귀여운 야옹처자께서 관심 갖고 들으시려나. 인간계 소식 하나,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비법 하나 알려도 괜찮겠소? 사람들이 행복해져야만 하는 까닭을 물으신다면, 그래야 우리 고양이들도 오늘보다 내일 더욱 평화롭게 안심하고 쏘다닐 수 있을테니까.

들어야옹: (계속 대꾸 없이 듣고만 있는 하와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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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 :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비법 하나! '전기의 힘'으로 온 누리가 환하게 밝아진 것처럼, 뇌세포의 힘으로 육체와 마음과 영혼을 환하게 밝힌다면 뿌리 깊은 '인간악'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BRI@알다시피 선선한 자극을 기반으로 잠든 뇌 세포를 다 깨워 잠재지능을 100%활용하고, 에덴동산에서 지은 죄로 인해 잃어버린 뇌기능을 회복한다면, 사탄이 놀랄 일이 생기지 않으리오. 생명나무 옆에 있던 선악나무 열매(선악과)를 먹음으로 잃었던 뇌기능을 다시 회복한다면 사탄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긴장하지 않겠소.

하와야옹! 정해년에는 잠든 뇌세포를 깨우는 신선한 바람, 사나운 마음들을 부드럽게 바꿔버리는 아름다운 신호와 자극이 기다려지지 않나요? 하늘바람이 들어오는 문이 활짝 열렸으니, 즐겁게 기다려도 괜찮겠지요?

들어야옹 : (듣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들어야옹, 미동도 없이 아무런 말도 없이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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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 : 하와처자, 열심히 듣고 있는 거 맞지요? 부분적으로 활용하던 뇌기능을 극대화해 뇌전체가 활성화되면 사람들 머리 주변에 후광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에서 개똥벌레(반딧불이)처럼 빛이 발산하는데, 빛나는 사람들을 상상하면 그냥 즐거워지거든요.

선악과를 먹기까지, 에덴동산을 거닐던 두 사람은 몸이 빛으로 덮여 있어서 옷을 입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을 인간들은 왜 알려하지 않을까요? 선악과를 먹고 난 뒤, 뇌기능을 다량 상실했을 때, 온 몸을 휘감고 있던 빛이 사라진 결과로 옷을 만들어 입는 수고와 고생도 뒤따르니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요.

들어야옹 : (줄기차게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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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 : 머리 주변에 살짝 빛나는 후광이 아니라, 사람들 몸 전체에서 다시 빛이 나타난다면 왜곡된 외모지상주의 분위기도 달라질텐데요. 온 몸에서 빛이 나니 누가 뚱뚱한지 말랐는지도 모를테고, 여자 사람들은 화장(변장, 분장)할 필요도 없고, 외모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도 외모에 투자하는 에너지를 다른 선한 일에 활용할 수 있으니 모든 지구인들이 속히 빛을 뿜어내길 희망해 봅니다.

빛나는 몸으로 골목길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우리 야옹이들에게도 사람 구경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니, 참말로 정말로 아름다운 일 아니오?

들어야옹 : (솔깃한 분위기, 하지만 여전히 침묵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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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 : 하여튼 그건 인간들이 해결할 문제고, 지금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미래니 제발 고개 조금 돌려보소. 열심히 알린 낭만 고양이에게 맞장구는 치지 않을지라도, 대화할 때 옆 고양이와 눈이라도 마주치는 게 예의로 보이는데요. 이건 너무 심한 무관심! 대체 뭔 똥고집이랍니까? 계속 굳은 표정으로 반발하고 토라져 있으면, 그냥 가버릴 겁니다.

들어야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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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알려야옹 : 모든 예상과 상상을 초월하는 무반응! 이건 너무 심한 상황인데요. 처자! 혹시 내게 모슨 실수나 잘못이 있었나요? 그래요, 이 고양이 저 고양이 예쁜 고양이들에게 눈길 주고 호감이 생겼던 적 있었소. 인정합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야옹이 한 마리가 다른 고양이에게 호감 갖는 게 죄악은 아니지 않소. 그리고 호감에 그쳤을 뿐, 친구나 연인관계로 진전된 적도 없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 왜 자꾸 그러시나요? (저 무반응, 냉담함! 이 고양이가 아닌가벼)

들어야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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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눈길도 주지 않는 야생 고양이 한 마리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오동통 금빛 낭만 고양이, 그 이름은 알려야옹!

측은해 보이는 이 고양이에게도, 통통한 고양이 둘을 즐겁게 찍고 있는 서른 다섯 한 젊은이(?)에게도 정해년에는 엇갈리지 않고 아름다운 사건이 생기길 원합니다. 뜻을 정해 골목을 무대로 거리를 두고 있는 두 야옹이와 성큼성큼 홀로 걷는 사람들의 표정도 환히 밝아지는 새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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