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책속에서 찾는 키워드1] 중국에서 10세기부터 널리 이용

등록 2007.01.01 12:05수정 2007.07.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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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에 받은 연하장.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우표값을 포함한 가격에 판매되는 이 연하장은 돼지해를 상징하는 우표를 인쇄하여 효율성을 높인 경우다 ⓒ 김현자

-연하장[年賀狀]: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연말연시에 친지 등에게 보내는 간단한 서장(書狀). 새해에 축하인사를 담은 서찰을 보내는 풍습은 옛날부터 있었던 일로, 새해에 스승 ·부모 ·친척 ·친지 등을 직접 찾아가 인사드리지 못할 경우에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곤 하였지만, 근대적 의미의 연하장은 우편법이 제정되고 엽서가 발행되면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에서)

@BRI@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의 통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연하장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지난 날 연하장은 마음을 나누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소망하는 중요한 의미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우표 값이 얼마인지조차 모를 만큼 편지쓰기를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연하장만큼은 보낼 정도로 연하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몇 살 때부터 연하장을 보내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7년 전까지는 거의 해마다 연하장을 보냈었다. 언젠가 연하장을 생략하기로 마음먹고 막상 연하장 한통 보내지 않았을 때는 저무는 한해가 어찌나 아쉽고 허전하던지.

그런데 이런 연하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6명의 하인이 운반했던 6미터짜리 중국 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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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드카드와는 달리 전통적인 그림과 근하신년 등 한자를 쓴 연하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이처럼 전통적인 그림과 유행어를 덕담으로 넣은 연하장도 자주 보인다. ⓒ 청첩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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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에 주로 사용하는 전통 그림과 덕담이 들어가 있는 연하장. ⓒ 청첩장닷컴

연하장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자료는 거의 없는 상태고 그마저도 15세기 중세유럽을 기원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피에르 제르마'는 <세계를 바꾼 최초들>에 '중국에서 10세기부터 널리 이용되었다'고 적고 있다.

당시 중국의 연하장은 받는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연하장의 겉모습이 거창하고 화려했단다. 6미터 길이에 6명의 하인이 운반해야 할 만큼 엄청난 무게의 연하장도 있었다나!

6미터나 되는 길이와 엄청난 무게의 연하장에는 어떤 덕담을 적었을까?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일까 궁금하기 이를 데 없지만 피에르 제르마의 설명엔 나와 있지 않아 아쉽다.

당시에는 사대부들 간에 정월 초하룻날 찾아가 새해 인사로 덕담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말로 발이 넓어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은 일일이 찾아가 인사 나누기가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 새해 인사를 나눌 사람에게 덕담을 적어 식솔이나 하인을 시켜 마음을 전하면서 연하장은 생겨났다. 당시 연하장에는 매화가 자주 등장했는데 중국 사람들은 매화를 "백화(百花)의 왕"이라 칭송할 만큼 좋아해서 청대에 국화로까지 삼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연하장은 어땠을까. 매화를 포함한 사군자나 붉게 솟는 해, 열두 띠 동물, 복주머니 등 전통문양 등이 주되게 등장했다. 요즘에는 유행어가 덕담으로 들어간다든지, 금박이나 은박, 메탈, 공당 등이 연하장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그럼 서양의 연하장은 어땠을까.

종교적 의미 강했던 서양의 연하장은 15세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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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씨(화가)가 최순우선생께 보낸 연하장. 천경자씨는 해마다 그 해 띠동물을 그려 넣은 연하장을 보내기도.(2006년 10월 최순우옛집에서 열린 '아름다운 인연'전에서 촬영)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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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특별한 날 스템프를 찍거나 특별한 날의 우표를 만들어 기념, 축원의 마음을 더하기도 했다.(2006년 10월 최순우옛집에서 열린 '아름다운 인연'전에서 촬영) ⓒ 김현자

15세기 독일에서 아기 예수 그림과 신년 축하 문구를 동판으로 찍은 것을 카드로 만들어 아는 사람들끼리 나눈 게 서양 연하장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리 널리 이용되진 않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서양의 연하장은 독실한 종교 결속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독일 이후 앵글로색슨 국가에서도 연하장을 보냈지만 프랑스는 연하장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다가 17세기에 새로운 형태의 연하장, 즉 '방문통지서'가 등장한다. 이는 명함과 트럼펫의 역사로 이어지는데 프랑스는 이번(1791년 12월)에도 연하장이나 명함, 새해 방문인사금지령을 내린다.

하지만 프랑스의 금지령은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단다. 아울러 집정내각에 각종 카드의 전통이 부활해 19세기말 그림엽서(1870년에 프랑스)와 우편엽서(1869년 오스트리아)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주변국가 위주로 쓰이다가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연하장 대신 엽서가 자리 잡는다.

명함의 유래

명함과 관련 된 사료는 부족하다. 오늘날과 가까운 형태의 명함이 18세기초프랑스에 등장했다.당시 명함의 용도는 새해 인사를 건네는 연하장의 대용품 정도에 불과했다. 더불어 자신의 방문 사실을 부재자에게 알리기 위해 서명을 새긴 이 조각을 이용하기도 했다. / 피에르 제르마
그 후 1920년에 명화를 모방해 만든 연하장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이후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기분좋아할만한 재미있는 연하장이 등장하면서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혹은 '연하장의 대용'으로 쓰인 명함에 그림을 그린 것이 미술적인 카드로 발전, 19세기 후반부터 크리스마스카드로 이어지고 신년인사를 겸하여 인쇄하였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연하장이 도입된 것은 언제일까? 어떤 자료에는 우편엽서 도입과 그 시기가 거의 같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 우편엽서가 도입된 것은 1900년 5월 10일이다. 1전 엽서를 발행했는데 처음에는 '우체엽서'라고 불렀다고. 1957년부터 연하장을 좀 더 편한 우편엽서형태로 발행하기 시작했고 연하우표까지 발행하였다.

내가 만들어 보고 싶었던 나만의 특별한 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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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화백이 혜곡 최순우선생께 보낸 연하장.(2006년 10월 최순우옛집에서 열린 '아름다운 인연'전에서 촬영)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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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화백이 혜곡 최순우 선생께 보낸 연하장..(2006년 10월 최순우옛집에서 열린 '아름다운 인연'전에서 촬영) ⓒ 김현자

지난 10월, '최순우 옛집'에서 열린 '아름다운 인연'전은 이름난 화가들이 혜곡 최순우 선생께 보낸 연하장을 전시한 자리였다. 김환기 박수근 김기창 천경자 등 네 명의 유명 화가들은 자신의 성격을 잘 표현하는 연하장을 통해 마음을 전했다.

전시회를 보고 오는 길에 나도 올 연말에는 연하장을 보내자 싶었다. 바쁜 중에 편지는 사치일지 모르지만 한해를 밝혀주는 연하장만큼은 손수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전화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은 사이일지라도 연하장을 띄워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준 그 마음에 내 마음을 보태 더욱더 맞잡으리라 싶었다.

하지만 어찌하다보니 연하장 한 장 띄우지 못하고 예전처럼 전화 메시지와 전화, 이메일 몇 통 정도로 짧은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아쉽고 부끄럽게 또 다시 한해를 기약한다.

연말에 내가 만들어보고 싶었던 연하장은 물고기 한 마리를 새겨 찍은 것이었다. 잠을 자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는 물고기는 불가에서 정진을 의미해 목탁이 되고 풍경이 된다. 그 물고기를 서툴지만 손수 새겨 마음 맞는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만 너무 앞세웠나보다.

올해는 작심삼일로 그치기 일쑤였던 다짐보다는 눈에 쉽게 띄지 않아도 꾸준히 정진하는 그 마음으로 물고기 하나 조각해보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

세상을 바꾼 최초들 - 인류가 만든 최초들에 관한 지식백과

피에르 제르마 지음, 최현주.김혜경 옮김,
하늘연못, 2006


#연하장 #새해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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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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