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 있는 한 사회주의 꿈은 계속된다

[서평] 토미 셰리단-앨런 맥쿰즈의 <이매진>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의 비전)

등록 2007.01.01 09:15수정 2007.01.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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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매진

21세기도 이제 접어든 지 7년차를 바라보고 있다. 1989년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20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에 웬 사회주의를 말하고, 사회주의의 비전에 대해서 말하는지, 뜬금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와 자본주의 지구에 모순이 존재하는 한 사회주의의 비전을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을 것이라고 <이매진>은 노래하고 있다.

<이매진>의 공저자인 토미 셰리단과 앨런 맥쿰즈 또한 그렇다. 이들은 영국에서도 내부 식민지로 치부되는 스코틀랜드의 정치인이자 사회주의 운동가다. 스코틀랜드의 기성정치권 안팎을 오가면서 스코틀랜드의 완전자치를 주장하는가 하면 진보적이거나 사회주의적인 정치의제를 대중운동으로 결합시키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사실 2007년을 바라보는 즈음에도 지구 위에서 사회주의적 사상과 정치운동이 멸종한 것은 아니다. 쿠바,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직 존재하고 있고 남미에서는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물결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서 브라질의 룰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등이 집권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좌파그룹이 일정한 영향력을 늘 유지해 오고 있으며 남한 사회도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적 정당이 원내에 의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영국의 스코틀랜드에도 사회주의자들이 있어왔고 이제는 그들이 쓴 책이 남한에서까지 번역 출판된 것이다.

<이매진>은 존 레논의 이매진의 가사가 쓰인 페이지로 시작한다. 각 장마다 존 레논의 이매진의 구절구절로 시작한다. 그런 책에 나오는 스코틀랜드는 위스키 광고에 등장해 치마 입고 백파이프 부는 군인들, 최초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그 애덤 스미스의 고향,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땅, 마약에 절어 시간을 죽이는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젊은이들, 이 모든 이미지가 섞여 있는 모순의 땅이다.

@BRI@<이매진>은 스코틀랜드를 이매진의 가사로 압운을 매기 듯 해부하고 또한 거기서 공통적인 사회주의 의제들을 다룬 책이다. 한편 <이매진>에는 스코틀랜드의 내부문제가 많이 등장한다. 스코틀랜드의 자치와 독립의 문제, 영국본토가 어떻게 스코틀랜드의 부를 흡혈귀처럼 빨아먹고 있는가, 스코틀랜드 내부의 특권계층 문제와 기존의 다수여당의 민족주의가 얼마나 보수적이고 현실안주적인가하는 의제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빈부와 도시서민의 삶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대단히 스코틀랜드적인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식의 지평을 조금만 넓혀보면 지극히 스코틀랜드적인 것 같은 문제들이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얼마나 일맥상통하는가도 알 수 있다. 단지, 우리사회에 대해서 <이매진>과 비슷하게 분석하여 놓은 책들을 요즘에는 접하기가 힘들 뿐이다.

스코들랜드는 인구통계학적(demographic) 자료의 수치나 경제수준 등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잘 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매진>을 읽노라면 영국의 슬럼과 빈민가들을 떠올리게 된다. 자본주의 국가는 발전을 하더라도 국가내의 계층간, 지역간 소득격차가 심각하게 증대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우리보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평가받는 스코틀랜드지만 그들의 삶의 양태와 모순은 정말 미래가 없어 보이고 대안이 절실하여 보인다.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는 한국사회에도 양극화의 심화를 낳는 의사민주주의적 변화를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회의 삶의 수준이 향상되고, 정치적 사회문화적 자유의 폭도 더욱 심화되는 그러한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오히려 역사의 반동과 우파적 정서가 창궐하는 가운데, <이매진>을 읽고나서 그런 변혁의 바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이매진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의 비전)  
 
토미셰리단.앨런맥쿰즈| 김현우 역| 이매진| 2006.05.22 | 332p

덧붙이는 글 이매진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의 비전)  
 
토미셰리단.앨런맥쿰즈| 김현우 역| 이매진| 2006.05.22 | 332p

이매진 -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의 비전

토미 셰리단.앨런 맥쿰즈 지음, 김현우 옮김,
이매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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