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여행, 방랑의 원전" 다시 태어나다

[서평]천병희 교수가 새로 번역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등록 2007.02.04 15:49수정 2007.02.04 16:10
0
원고료로 응원
a

<오뒷세이아> 표지사진

언제부턴가 우리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 오디세이 (Odyssey) >를 일반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화장품을 비롯한 각종 상품명에도 '오디세이'란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TV프로그램의 이름도 '클래식 오디세이'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제작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란 영화도 있다.

도대체 오디세이에 어떤 문화 코드가 담겨 있길래 고대 그리스로부터 까마득한 미래인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말이 유통되고 있는 걸까? 자연히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호메로스와 그의 분신과도 같은 <오디세이>(더불어 <일리아스>까지도)의 영원불멸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도대체 그 이유란 뭘까?

오늘날 대중문화가 차용한 오디세이란 기호는 다름아닌 '방랑, 모험, 여행'을 함의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방랑, 모험, 여행'은 다양한 상상력, 상징체계와 결합되어 또 다른 문화적 상상과 상징성으로 재생된다. 예를 들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회귀 본능, 그와 유사한 인간의 모성(고향) 회귀 본능, 그리고 우주 공간을 방랑하는 난파한 우주선의 이미지,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전사(戰士)들의 이미지 등등.

이와 같은 상징적 이미지들은 바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장면들의 복사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미 <오디세이>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잘 알 것이다. <오디세이>의 주인공인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고향에 아름다운 아내 페넬로페를 남겨 두고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귀환한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 찬 모험, 방랑, 여행의 연속이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상대해야 할 적은 이제 트로이 군대가 아니라 끝없는 망망대해와 거친 파도,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감미로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세이렌, 인간에게 마주(魔酒)를 먹이고 요술 지팡이로 때려 돼지로 만든다는 키르케 등과 같은 초자연적, 신화적 존재들로 바뀌었다.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오디세이>가 어느덧 신화의 세계로 접어든 것이다. 마침내 오디세우스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던 페넬로페를 구해내고 통쾌한 복수극을 연출하며 대서사시의 대미를 해피엔딩으로 장식한다.

<오디세이>의 스토리 전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전쟁 영웅과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모험담.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즐겨 사용하는 오디세이란 문화 코드에는 바로 모성(고향) 회귀 본능, 그리고 도전, 모험, 여행, 미지의 세계 등을 동경하는 현대인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호메로스와 그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세이>, <일리아스>에 영원불멸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리라.

물론 호메로스의 뛰어난 문장력도 단단히 한몫 하는 건 당연지사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문학가들이 호메로스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그리스의 비극 시인 아이스퀼로스는 "내가 지은 시는 한낱 호메로스의 잔치 마당에 떨어진 부스러기에 불과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굳이 이런 찬사를 환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읽어봤을 것이다. 내 경우엔 어릴 적 만화책으로 한 번, 동화책으로 한 번, 학창시절에 문고판으로 한 번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제대로 된 번역본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셈이다.

원래 <오디세이>의 원전은 총 24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내에선 좀처럼 완역되지 못하다가 1990년대 들어서야 천병희 교수에 의해 원전 번역이 이루어졌고, 이번에 다시 기존의 원전 번역에 대한 보완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 눈앞에 놓여 있는 <오뒷세이아>(숲, 2006, 천병희 옮김)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일리아스>의 참맛을 느끼려면 직접 원전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그게 여의치 않다면 완성도 높은 번역본을 읽는 것이 차선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성도 높은 번역본을 발견하는 기쁨은 직접 원전을 읽는 기쁨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오디세이>를 읽지 못한 분들이나 완성도 높은 원전 번역으로 <오디세이>의 참맛을 느끼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숲, 2006, 천병희 옮김), 가격 2만8000원

덧붙이는 글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숲, 2006, 천병희 옮김), 가격 2만8000원

오뒷세이아 (2006년판) - 그리스어 원전 번역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