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맞아 코뼈 휘어진 적도...
제작진 신체적 접촉 못하게 한다"

[인터뷰] SBS <긴급출동 SOS 24> 허윤무 PD

등록 2007.03.02 08:50수정 2007.03.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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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긴급출동SOS 24> 연출 허윤무 PD. ⓒ 안홍기

'노예 할아버지', '노예 며느리', '노예 청년', '야생 소년', '성우 작은엄마', '강태', '기막힌 동거'….

<네이버> <다음> 등 주요포털 사이트에서 인기검색어로 떠올랐던 이 단어들은 SBS <긴급출동SOS 24>(이하 < SOS >)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 지난 2005년 11월부터 각종 학대와 폭력의 현장을 고발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네티즌들이 받은 충격과 사회적 파장이 인터넷 검색어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1년 4개월여 동안 100여건의 사례를 다뤄왔고, '사생활'이라며 외면해왔던 각종 폭력과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해 지금까지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상'(한국방송비평회),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생명 사랑 대상'(한국자살예방협회), '언론인권상 특별상'(언론인권센터) 등 상도 많이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총연출을 맡고 있는 허윤무 PD(SBS프로덕션 제작2팀장)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초창기에는 피해 당사자의 제보가 많았지만 요즘엔 피해자 주변의 제보가 많이 늘고 있다"며 "폭력과 학대에 대한 감시의 눈이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 SOS >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부분은, 고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해-피해 관계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처방을 실행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방송 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방송을 통해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왜 더 적극적으로 폭력을 말리지 않나', '방송용 화면 잡으려고 아이가 학대당하는 걸 못 말리는 것 아니냐'는 등 선정성과 관련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PD는 "우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데, 아니다"라며 "사실은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기조차 힘든 것 아닌가, 피해자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제작진이 물리적 신체 접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는 원칙을 밝혔다.

< SOS >는 현재 12명의 PD와 6명의 조연출, 7명의 메인작가와 5명의 보조작가, 사후관리팀장과 허 PD까지 총 32명이 만들고 있다. 제보 받은 사례 중 방송할만한 사례는 PD와 조연출이 직접 가서 확인하는데 폭력의 강도가 높은 경우 폭력을 전문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경호팀도 동행한다고.

또 제보 확인 단계에서는 < SOS >팀이 왔다는 걸 모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외딴 섬에서는 제보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촬영팀으로 위장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다음은 허윤무 PD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취재원이 겪는 고통, 솔루션으로 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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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무 PD. ⓒ 안홍기

- 방송이 나간 뒤 인터넷으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 SOS >로 인해 만들어진 검색어들이 뜨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있나?
"검색어는 방송 제목이 그대로 검색어가 된 것도 있고, 시청자들 스스로 만든 것도 있다. 얼마 전 '성우 작은엄마' 같은 검색어도 시청자들이 만들어낸 검색어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방송으로서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낀다. 시청률도 올해 들어 24%까지 나왔고, 그 정도 시간대에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에도 여러 번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섬 노예 청년, 노예 할아버지, 노예 며느리 같은 현대판 노예시리즈 3편이 그랬는데, < SOS >만의 색다른 느낌 때문이 아닐까."

- < SOS >가 특히 다른 점은 고발에서 끝나는 게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고 사후관리까지 맡는 솔루션 프로그램이란 것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 반 넘게 시사프로그램 PD를 했다. <추적 사건과 사람들>을 했는데, 지금은 '아동학대'라는 말이 상당히 입에 잘 붙지만 당시는 아동학대라는 말이 낯설고 극소수 전문가들 이외에는 쓰지 않던 때였다. 가정의 달 5월에 특집을 하려고 보다가 아동학대에 대한 외국언론 기사를 읽게 됐는데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 프로그램은 가해자의 딸은 맞아죽어서 땅 속에 파묻히고 아이는 학대를 당한 상태에서 폐인처럼 있는 것을 구출해낸 사례였다. 사회적으로도 반향이 매우 컸다.

그 이후로도 아동학대에 대한 것들을 더 다뤘지만, 시사프로그램이란 것이 현상과 현실에 대한 진단이나 문제제기에 그치고 거기까지를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 하고 자기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어떤 분명한 사례가 있어야 주제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데, 좋지 않은 일임에도 방송에 나와 달라고 취재원을 설득해야하는 일이 많다. '사회를 위해서 당신들의 후세를 위해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되지 않느냐'면서 설득을 하면 흔쾌히 출연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방송이 나가고 나면 그 분들이 겪는 고통은 크다. 끝나고 나면 주제에 대한 부분은 만족을 하지만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계속 마음 한켠에 안 좋게 남아있었다.

'그런 것들을 솔루션을 통해서 보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직접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직접 도움을 주고, 제도적으로 정책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수정·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시사프로그램이 그런 영역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런 차에 솔루션을 강화하는 등의 실험도 해봤고 반향도 컸다. 사회적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본다."

"힘으로 제지하는 순간, 우리 명분 없어져"

- '끈에 묶인 아이'편이 방송된 뒤 '충격받았다'는 내용보다 제작진을 탓하는 글들이 많았다. '아이가 먹은 간장을 토해내게 해야 하지 않느냐', '왜 말로만 말리느냐', '학대 현장 촬영했으면 촬영에 욕심내지 말고 당장 말려야하지 않느냐'는 반응이 많았는데 현장 개입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그런 지적들을 많이 봤다. '끈에 묶인 아이' 편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처음에 제보를 받고 확인하러 들어간 날 벌어졌던 일이다. 준비도 없었고 여자 PD 혼자 들어갔다.

현장에서 제작진이 심하게 제지를 할 수 없다. 심각한 폭력적 상황에서는 개입을 한다는 원칙은 있지만, 제작진 자체가 개입하는 게 힘든 경우가 많다. 개입을 할 땐 사회복지사, 경찰, 지역 사회복지과 공무원, 관련 단체들, 사설 경호팀까지 다 함께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데, 아니다. 사실은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기조차 힘든 것 아닌가. 폭력을 쓰는 사람을 말리다가 잘못해 '삐끗'하면 가해자로부터 고소·고발도 들어올 수 있다. 현장 개입이란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어서 가능한 제작진이 물리적으로 신체 접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피해자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는 경호팀과 같이 간다. 말로 말려야하는 것이지 힘으로 제지하는 순간 우리가 갖고 있는 명분 자체가 없어진다."

-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몇 명의 제작진이 동원되나.
"처음엔 제보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메인 PD와 조연출이 출발하고 사안에 따라서 경호팀이 동행한다. 제보 확인 단계에서는 < SOS >팀이 왔다는 걸 모르게 해야 한다. 어떤 외딴 섬에서는 제보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촬영팀으로 위장했던 적도 있다. 제보가 사실로 확인되고 취재가 결정되면 촬영팀과 PD가 보강된다."

- 제작과정에서 제작진이 다치는 경우도 있나.
"우리 PD 한 명도 취재 갔다가 취재원 옆 사람 핸드백에 맞아서 코뼈가 휜 경험이 있다. 요즘은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져서 취재를 나가면 동네 사람들도 '아, 무슨 문제가 있구나, 빨리 취재를 해달라'고 협조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왜 자꾸 남의 사생활을 건드리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동안 도외시했던 가정 내 폭력을 이제는 공론화할 시기가 됐고, 가정이라는 곳이 가해자 입장에서 보면 사생활이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범행현장'이다.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면서 취재를 막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가정폭력, 학대 같은 것들을 이제는 우리 사회 바깥으로 끌어낼 시기가 됐다는 것이고, 서서히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고 본다. 방송을 해오면서 느끼는 점은 예전에 다 사라졌으리라고 봤던 사례들이 아직도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 제보는 하루에 얼마나 오나?
"방송 나가고 나면 하루에 500건 정도? 이외의 날에는 100건 정도. 방송 나간 것과 비슷한 일들에 대한 제보가 많이 온다."

"당사자 주변 제보 늘어... 폭력·학대 감시 눈 많아진 것"

@BRI@- 그렇게 제보가 많이 온다면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이미 방송된 것과 비슷한 사례는 탈락되는 일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런 사례는 어떻게 처리하나.
"그런 경우에는 가정폭력상담소와 같은 단체들에 이관을 시키고 있다. 심각한 사례가 발생해 다룰만하다고 판단되면 취재를 하고,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관시킨다. 요즘은 제보 중 90% 이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사례들이다. 방송은 그 중 제일 급한 사례부터 한다. 그런 사례들을 보면 다른 보호 단체나, 경찰서 같은 곳에 신고하다가 안돼서 우리에게 제보하는 일이 많고, 이미 곪아 터지게 된 상황에서 방송에다 제보하는 경우가 많다.

초창기에는 피해 당사자가 제보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엔 피해자 주변에서 제보해주는 일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폭력과 학대에 대한 감시의 눈이 많아진 것이다. 방송에서 다룬 아이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는 경우도 우리가 길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일이 많지만 아동복지법에서 굉장히 엄격하게 다루고 처벌하는 조항이다. 문제는 법 조항이 집행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왜 아이를 격리시키지 않느냐', '왜 그 부모 밑에 그대로 두느냐'는 의견이 많이 있고, 내 친구·친지들에게도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한데, 사실 그 판단이 정말 하기 힘들다. 오랜 기간을 두고 봐야하고 아이가 부모에게 얼마 정도의 애착관계가 형성돼 있는지, 부모는 아이를 양육할 의지가 있는지, 어떤 부분만 고쳐지면 상황 개선이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이 내려져야한다. 부모의 태도만 바꿔주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 방송 때마다 사후관리 대상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후관리에 드는 예산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사후관리를 우리가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팀에는 사회복지사인 사후관리팀장이 한 명 있고, 각 사례에 대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서 하는 것이다. '과자만 먹는 아이' 성우(가명)의 예를 들면, 성우에 대한 사후관리는 그 지역에 있는 동사무소 또는 구청의 사회복지과 또는 그 지역에 있는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직접 담당하게 된다. 우리 사후관리팀장은 그 담당자와 연계해서 전화통화나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사후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요식행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관련 담당자들을 크로스체킹하게 돼 있다. 동사무소, 구청 사회복지과, 지역 아동보호센터와 같은 관련 단체 등을 크로스체킹한다. 1차적 책임은 구청 사회복지사가 지지만, 시청이나 시민단체도 연결돼 이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사후관리 상황을 체크하고 우리도 가서 직접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과자만 먹는 아이'는 매우 교묘·교활한 사례"

- '과자만 먹는 아이' 편에 나온 '성우 작은엄마'의 경우 아이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방송 뒤 법적 처벌에 대한 취재를 해보니 아동복지법상 처벌이 사실상 불가한 점이 있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 제도의 한계를 느끼지 않는가. 프로그램에서 제도적 한계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미국·대만·일본 등에서 어떻게 정책 입안을 하고 예산 분배를 하는지 등을 살펴본 적이 있다. 또 아동복지과 교수들 세미나에 참석해 아동학대와 관련한 발표를 한 적도 있는데 제도가 미비해서 아동 복지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 장애인특별법 같은 경우 미비한 면이 있지만 가정폭력 방지 특별법, 아동복지법, 정신보건법 등은 크게 미비하지 않고 아동 학대 처벌 조항도 잘돼 있다고 본다. 다만 법 집행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성우는 특별한 경우이며 폭력으로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학대한 경우다. 그런데 정신적인 학대 어디까지를 법적인 학대로 볼 것인가가 굉장히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아이를 두들겨 팼더라면 바로 구속을 시킨다든지 처벌을 하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교활하게 아이에게 과자만 주면서 밥과 고기는 자기들끼리 먹는 것은 정말로 은밀하고 교묘하고 교활한 학대였다고 생각한다.

법이라는 것이 어차피 '최소한의 울타리'니까 그렇지만, 큰 도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최소한의 울타리에서는 처벌이 안 되지만 그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법적 처벌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

- 네티즌들이 성우가 다녔던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성우 작은엄마를 비난하는 글을 많이 올리자, 반박성 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다. '사정을 잘 모르면서 떠들지 마라'는 식이어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더 크게 샀는데, 성우 작은 엄마가 올린 게 맞는 건가.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알렸지만 올린 사람 이름이 성우 작은엄마의 이름이 아니다. 그 분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올렸든지, 성우 작은엄마를 잘 아는 다른 사람이 올렸든지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본인이 올린 것인지는 전혀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다."

제작 고통스러워 '제작진도 상담받자' 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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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긴급출동SOS 24> 제직진들이 일하고 있다. ⓒ 안홍기

- < SOS >에 정말 착한 아이들이 나왔던 적이 있다. '진아, 진이의 소원' 편이었는데,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에 아이들이 살림을 이어가는 이야기였다. 시청자 게시판에 '진아, 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방법을 문의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귀엽고 착한 아이들이고 성격 자체가 낙천적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도움 주고자하는 분들이 많았다. 아직도 앵벌이 소녀에 대해 어머니들 10여분 정도가 계속 도움을 주시는 인터넷 카페가 유지되고 있다. 자발적인 봉사모임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번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후원 연결 계좌를 텄지만 그런 식으로 후원 계좌를 터서 아이의 이름으로 입금하면 아이에게 가는 지정기탁 제도가 있다.

또 '피해자 행복자립기금'이라고 해서 SBS 홈페이지 상에서 모금을 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 앞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전반으로 쓸 수 있는 피해자 자립 기금이다."

- 방송에 등장한 가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한 적은 없나.
"소송을 한다고 한 사람들은 있는데, 아직 소송 걸린 적이 없다. 그렇게 한다고 굽히지 않는다."

- 특집다큐 <아동학대, 아물지 않는 영혼의 상처> <특명! 아빠의 도전> 등 가정과 관련한 프로그램 연출이 많은 것 같은데, 집에서는 좋은 아빠인가?
"아들이 하나 있다. 집에 늦게 들어가니까 주로 아들이 잘 때 들어가서 잘 놀아주지 못한다. 예전에 가출 청소년에 대한 시사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는데, 이걸 만드느라고 가출 청소년들을 찾아 많이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뒤 중학생이었던 내 사촌동생이 가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도 모르고 사촌동생을 놔두고 다른 아이들을 찾으러 다닌 셈이다. 방송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방송이다 보니 제작진이 겪는 고통도 클 것 같다.
"메인작가 중 한 명은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청자들이 보는 것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고, 방송에 나갈 수 없는 것은 다 정제하고 나서 남은 것만 보는 것이다. 제작진들은 그런 화면을 하나하나 다 봐야한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평소 얌전한 사람이 버럭 성질을 낸다든지 하는 일도 있다. 우리끼리 있으면 'PD와 작가 다같이 상담을 한번 받아보자'는 얘기도 한다.

제작진들에게 진정성이 없으면 만들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고 본다. 새벽 3~4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일쑤고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밤을 꼴딱 새면서 일하는 모습을 봤다. 본인들이 보람을 느끼지 않으면 억만금을 줘도 그렇게 못한다고 본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피해자들이 하루하루 나아지는 모습들을 보이니까, 그런 것들이 원동력이 된다. 하는 일이 보람 있으니까. 우린 팀워크가 참 좋다."

"'아들에 매 맞는 어머니', '노예 할아버지' 가장 보람"

-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길지도 않지만 짧지도 않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보람 있었다고 생각되는 사례는?
"너무 많다. 그래도 예를 들자면, 첫 방송에서 나간 '아들에게 매 맞는 어머니' 사례다. 나도 방송을 오래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가 존재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어머니를 때리는 일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멀쩡한 아이가 자기 어머니를 두들겨 패는 것이 실제 있음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그 어머니가 가끔씩 아른거린다.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지만 그때 격리하지 않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 다음은 '노예 할아버지'다. 시작부터 솔루션까지 잘됐고 사회적 반향도 컸다."

- 지난 2005년 말 성폭력 피해자 쉼터를 건립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잘 운영되고 있나.
"경북 상주에 '필그림센터'라고 해서, 아주 좋게는 못 만들었지만 우리가 지원금을 드리고 운영하시는 목사님이 사재도 털고 해서 조그맣게 운영되고 잇다. 경북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2호 쉼터를 추진하고 있는데 '모자 쉼터'다. 우리나라에는 부모와 아이가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쉼터가 별로 없다. 같이 들어가면 가정 폭력 문제나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심리적 안정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많지가 않다."

- 시청자와 네티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송이 나가고 나면 인터넷에 가해자 실명을 올리는 경우가 있어서 방송 끝난 직후부터 새벽까지 그걸 계속 지우고 있다. 가해자가 아무리 미워도 그 사람의 실명만큼은 올리면 안 된다. 네티즌들도 그걸 알고 있지만 잠깐의 흥분상태에서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만 참으면 안올리게 될 텐데.

정당한 법 절차에 의해 처벌받거나 아무리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법률로 처벌이 안 된다면 벌을 줘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인신공격화하고, 혹은 테러화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행복 자립기금에도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다. 핸드폰으로 1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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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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