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침이슬을 불러본 적이 있는가

6월항쟁20년사업추진위, 시민대축제 '함께 불러요 아침이슬' 펼친다

등록 2007.03.21 14:01수정 2007.07.0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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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당시 고 이한열 추모식 때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군중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그대, 아침이슬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이렇게 묻는다면 십중의 팔구는 꽤나 난처해 할 것이다.

그 이슬은 아침의 것이며, 그 아침도 이슬이 햇살에 의하여 바스러지기 직전의 시간, 곧 새벽에 가까운 것일진대 이 삭막한 대도시에서 하루의 낮과 밤을 경쟁의 드라이브에 바쳐야 하는 일상의 쳇바퀴란 도대체 아침이슬 같은 서정의 무늬를 조금도 떠올리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질문을 조금 고쳐본다면, 만약 '그대, 아침이슬을 불러본 적이 있는가?'라고 한다면, 아 뉘라서 이 질문에 대하여 한걸음 뒤로 물러서겠는가, 십중의 팔구는 이 아름다운 노래에 얽힌 저마다의 기억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쯤 가만히 눈을 감고 기억해보기로 하자. '그대, 아침이슬을 불러본 적이 있는가?' 아차차, 아무래도 당신은 너무 빨리 눈을 떴다. 아니 눈을 감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한번 부탁하건대, 가만히 눈을 감고 떠올려 보자. '그대 아침이슬을 불러본 적이 있는가?'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김민기 작사ㆍ작곡의 이 노래 '아침이슬'은 수십 년의 한국 현대사를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갸륵한 상징이다. 통기타의 선율에 얹힌 나지막한 독백이든 관현악의 거대한 울림으로 넘실대는 찬연한 파노라마이든 상관없이 이 노래는 현대의 수십년 세월의 굽이굽이에서 늘 불려지고 들려졌던 '바로 그 노래'이다.

7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 요즘의 노래방이나 모임에서까지 30년이 넘도록 불리는 이 노래는, 아무래도 저 20년 전의 '6월, 그 거리'에서 가장 거룩하고 아름답게 울려퍼진 바 있다.

20년 전, 박종철이 있었고 이한열이 있었으며 그리하여 6월 항쟁이 있었는데, 그 역사적 기억들 속에 빠짐없이 '아침이슬'이 있었다. 그 무렵의 정치적 사회적 열망을 명동성당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렬히 외치고자 했던 사람들은 그 격렬한 구호와 함성에 더하여 '아침이슬'을 부르고 또 불렀으니 그로부터 지금껏 이 노래는 그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매우 애틋하고 절실했던 기억으로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어디에서 이 노래를 불렀던가? 누구는 종로2가에서 청계천으로 빠지는 골목에서 최루탄에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간신히 틀어막으면서도 동시에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또한 한사코 입을 벌렸을 것이다. 밤샘의 농성에 참여하였거나 혹은 그러지 못하여 자취방이나 술집의 구석에서 혼자 그저 웅얼거리듯 이 노래를 부르며 못내 착잡하였던 기억도 누군가에게는 남아 있을 것이다.

물론 동창 모임의 어색한 노래방에서, 동해의 넘실대는 파도 앞에서, 지리산의 능선 길에서, 그리고 실제로 어느 새벽 신성한 숲 사이로 난 길을 걷다가 문득 마주친 아침이슬을 보며 당신은 틀림없이 '아침이슬'을 불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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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당시 '애국가'와 '아침이슬'은 광장의 시민들을 하나가 되게 했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더 많은 민주주주의'를 위하여

'6월민주항쟁20년사업추진위원회'는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시민들과 함께 부르고 만드는 '함께 불러요 아침이슬'을 시작하고자 한다.

오늘을 시작으로 하여 4월과 5월의 소중한 역사적 기억들 속에서 다 함께 '아침이슬'을 부르고 또한 그 소박한 정경을 아낌없이 모으고 널리 나누어 드디어 6월 10일에 광장에 모여 다시 한번 불러보는 것이다. 진실로 6월 항쟁의 20년을 되새기는 올해 6월의 광장에서 온 국민이 다 함께 더 많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아름다운 합창을 열렬히 부르는 광경을 지금부터 함께 만들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6월민주항쟁20년사업추진위'는 '아침이슬'을 다시 한번 새롭게 불러보는 풍경뿐만 아니라 지난 20년을 진심으로 성찰하고 채찍질하는 국내외 학술토론회와 갖가지 문화 행사,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는 민주화 20년 전시회와 마당극, 여러 지역과 세대와 부문이 함께 상호 비판하고 협력하여 '폐허 이후'의 미래에 대한 절실한 모색을 준비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해서도 <오마이뉴스>를 통하여 다양하게 소개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꾸준히 권유할 생각이다.



6월 항쟁 20년을 맞아 다시 불러보는 '아침이슬'. 아무래도 감개는 무량하고 눈시울마저 촉촉해진다. 애틋한 감상은 속으로 다스릴수록 건강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거리와 골목과 밀실에서, 혼자서 아니면 여럿이서, 울거나 혹은 웃으면서, 부르고 또 불렀던 '아침이슬'을 올해로 20년을 맞는 6월 항쟁의 찬연한 기억과 더불어 다 함께 부르지 않는다면 또 언제 불러보겠는가?

그 시절 그 거리에서 울려 퍼졌던 '아침이슬'의 간곡한 서정이 당신의 기억과 더불어 단단하게 되살아나고 그리하여 오늘의 스산한 풍경 저 너머로 혹시라도 예감할 수 있을 듯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다시 한번 '아침이슬'을 다 함께 불러 보자.

※ 사이버광장에서 진행되는 '함께 불러요, 아침이슬' 축제에 참여하려면 행사 홈페이지(http://morning6.ohmynews.com)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참여 방법을 포함 각 프로그램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역시 행사페이지에서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아침이슬 #6월항쟁 #이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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