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해 준 글 제출한 고등학생, 초등학생만도 못하네요

자신의 글 당당하게 써 간 초등학생이 더 훌륭한 것 같습니다

등록 2007.05.03 18:05수정 2007.05.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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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문을 작성하고 있는 성남 분당 초림초등학교 5학년 이소영 학생 ⓒ 윤태

5월 2일 미디어다음 뉴스를 보니 이런 기사가 떴네요.

고3 교사가 학원 원장과 공모해 학부모의 돈을 받고 제자의 글짓기를 대필해 장관상을 받았다는 소식인데요. 한두 건이 아니고 모 협회가 주관한 글짓기 대회에서 10명을 대필해줬고, 모두 장관상과 교육감상을 받았으며, 이 중 일부 학생은 수상경력으로 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하기도 했다는 소식입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대필을 의뢰한 부모나 대필을 해 준 학원장이나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그리고 해당 학생도 대필한 글이 제출했다는데요. 어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학생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 부모가 극성이라 이런 촌극이 빚어지게 됐겠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제가 바로 그 고3 입장이라면 대필한 글은 제 자존심이 구겨져서 못 받을 겁니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글을 써야 하는 것이지요. 여하튼….

제가 하는 일과 전혀 관련이 전혀 없지 않은 것 같아 적어봤습니다. 제가 토론식 독서 논술을 지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가 지도하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쓴 논술문을 좀 보여드릴까 합니다. 논술 주제는 '학교는 꼭 다녀야만 하는가'입니다. 즉석에서 논술주제를 내 주고 제한 시간 20분 만에 쓴 글입니다.

그런데 논술문을 쓰는 데는 몇 가지의 요건이 있습니다.

주체성 : 자신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는가
진솔성 :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히 썼는가?
구체적 : 비교와 예시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나
명확성 : 중심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가
타당성 : 논리가 타당한가

제가 볼 때는 이 다섯 가지 갖춰야 할 요건을 제대로 갖춘 것 같습니다. 맨 끝에 대안제시, 해결방안 등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와 있고요. 독자 여러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 쓴 아랫글을 어떻게 보십니까?

학교는 우리 생활에서 콱 박혀있는 뺄래야 뺄 수 없는 돌 같다. 요즘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많은데 학교는 꼭 다녀야 할까? 나는 학교가 나중에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학교생활이 즐겁다. 친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은 학교뿐이다. 이와 같이 나에게는 학교가 친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나중에 커서 직업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바른 인성교육을 시킨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리더쉽이라든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등. 인성교육, 인성, 친구 같은 단어를 되뇌어보면 왕따라는 것이 생각난다. 이 왕따는 지독하게 나쁜 것이지만 왕따는 겪어봐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왕따를 겪어본 사람 중에 훌륭하게 해결한 사람은 인터넷 왕따 전문 상담자 등 마음 씀씀이가 넓은 사람이 된다.

학교는 수많은 지식을 쌓아놓은 창고 같기도 하다. 항상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공부하는 기계 같기도 하지만 이 지식이 나중에 필요할지 누가 아나? 또한 학교는 나중에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엄마는 나에게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나는 꼭 학교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에는 홈스쿨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학교에 다녔던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줄을 설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미래에 직업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사회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나중에 사회에서 왕따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만은 꼭 다녀야 하는데 법적으로 초등학교는 꼭 다니도록 법을 만들고 (홈스쿨도 학교도 못 다니는 사각지대 아이들) 학교 성적을 내기 위해 학원을 지나치게 다니는 것을 금하여 부담을 덜었으면 한다. 또한 돈이 없어 초등학교 이상을 다니지 못하는 경우 자금을 대 주었으면 한다. 이처럼 학교를 모두 다녀 자녀에게 학창시절을 전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쓴 논술문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이 논술문 전문을 게재하는 이유는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에 대한 초등학생 시각의 글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더불어
대필해 준 글을 마치 자신이 쓴 것인양 제출하고 상을 타는, 그래서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까지 하는 학원장과 학부모, 해당 학생에게 뭔가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어서입니다.
#논술 #대필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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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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