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만남, 어떻게 이런일이

지하철에서 다시 만난 친구

등록 2007.05.21 10:06수정 2007.05.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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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게는 정말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만에 후배를 만난다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하는 일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진다. 어디 그 뿐이랴, 얼마 전에는 대학교 1학년 때 이후 만나지 못했던 대학 기자 선배를 우연히 길모퉁이에서 만나 서로 부퉁켜 안고 기뻐했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지 말 것. 이 우연적인 만남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대전에 사는 내가 서울로 놀러가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이야기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얼마 전 나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게 되었다. 그 날은 주말 오후라 사람들이 붐비는 날이었다. 그래서 사람들 틈을 피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 불현듯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어......저 사람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 사람 왠지 낯이 익었다. 처음엔 그 사람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순간 "아!"하고 작게 소리쳤다. 그제야 생각이 난 것이다.

그 사람은 두달 전,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피겨 팬이었다. 당시 나는 취재를 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피겨 선수를 만나기 위해 와 있었다. 당시 선수 포함해서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고는 채 열명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덕에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눴지만 무척 재밌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취재에 바빴기에 그러지 못하고 간단한 인사만 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지만 뭐, 어디 아쉬운 게 이번 만남뿐이냐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서울도 잘 올라가지 않을 뿐더러, 설사 서울에 간다한들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라고 생각했으니깐,

그런데 거의 두 달 만에 서울에 올라 온 그 날, 그것도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진짜 우연이었다. 확률로 따지면 한 천만분의 일쯤 되려나? 세상에,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 사람은 이어폰을 끼고 PDA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 앞에서 서있던 나는 손가락으로 톡톡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쳐다보던 그 사람, 옆에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순간 나를 향했다.

"앗, 안녕하세요. 저 혹시... ?"

내가 좀 멋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어떻게...? 아..."

기억난다는 듯, 웃는 그 표정, 그 사람의 천진한 웃음에 나도 웃었다.

"와 정말 우연이네요. 어떻게 이런데서 만날 수가 있죠?"
"그러게요. 정말 신기하네요."


두 번째 만난 상황이라, 어색할 만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때, 이후로 다시 못볼줄 알았는데 어떻게 다시 보게 되네요. 참 신기하죠?"
"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다음 일이 걱정이었다. 요즘 나는 이렇게 우연히 만난 친구, 사람들과의 끝이 항상 황당하고 엽기적으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가령, 명함 대신 기차표를 줘서 연락이 끊긴다던지, 실컷 반가워하다가 연락처를 안 물어봐서 또 헤어지고 마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제발 이번에는, 제대로 어설프지 않게, 라고 생각을 했다.

"앞으로 자주 연락해서 친해져요."
"네, 그래요."


그런데 역시나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내릴 역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도착 안내 방송이 나오고, 내 마음은 두근두근, 어찌해야 할까 걱정이 됐다. 한 정거장 더 갈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다른 약속에 늦을 것 같았다. 아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우연을 믿어보자! 그래서 내리면서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제 이름은 곽진성이에요. 인터넷 00하시죠? 거기서 00년생 치면 저 나올 거에요. 우리 꼭! 친구하자고요."

아,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웃긴 말이었다. 세상에, 핸드폰 번호를 전해주면 될 것을 가지고 인터넷 홈피 주소를 알려주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알려주면 누가 와서 친구가 되어준단 말인가,

'에구, 너는 로또 당첨보다 더 만나기 어려웠던 친구들을 스스로 놓친 셈이야‘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 스스로 멍청하다고 생각할 만큼의 바보같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던 나는 그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그 사람한테 일촌 신청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얼른 신청을 받았다.

"정말 신기했어요. 어떻게 또 알아봤는지, 너무 반가워요."

그 사람의 말에 나는 또 웃게 됐다. 그 사람 말처럼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그 자리에 있었는지, 어떻게 같은 칸에 타고 있었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그 말을 듣고 친구가 되기 위해 찾아와 주었는지,

여러분, 정말 재밌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우연 #만남 #핸드폰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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