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과 숲을 간직하고 있는 화순

아름다운 화순, 아름다운 우리나라

등록 2007.05.21 13:58수정 2007.05.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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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에 빠진 우리 기진맥진. 하지만 점심을 먹고 기운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 다음은 백아산 휴양림인데 화순에 큰코 다친 우리 기사 건너 뛸 속셈이다. 그런데 바로 길앞에 휴양림 가는 이정표가 있다. '설마 이정표까지 봤는데 그냥 지나치겠어.' 내 예상은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말 안 해도 차는 백아산 휴양림을 향해 달린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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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산과 마을 ⓒ 이현숙

동네길로 접어들자 큰산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차를 세우고 우두커니 산을 조망하다 점처럼 작은 나를 느낀다. 우주에 찍힌 작은 점 하나, 또르륵 굴러 백아산 휴양림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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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꽃에 싸인 산막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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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한 가족... ⓒ 이현숙

백아산 휴양림은 철쭉으로 유명하다. 눈길 닿는 곳마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산막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탈길을 걸어 산막을 둘러본다. 분홍 하양 철쭉에 싸인 산막이 아름답다. 이번엔 낮은 언덕으로 올라가 철쭉이 만발한 산막쪽을 바라본다, 가족팀이 철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언덕 아래는 소나무 숲이다. 이쪽은 소나무 숲이고, 저쪽은 철쭉꽃밭이고. 소나무 숲에는 어른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간이야 어찌됐든 우리도 옆에 앉아 경치를 즐긴다. 절경에 비해 한적한 편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탓일까? 이런 경치가 수도권에 있다면 연일 밀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았을 텐데.

다음은 물염정이다. 화순 적벽 제일 위에 위치해 있는 정자. 화순관광지도를 보고 찾아가는데 화순 적벽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내려서 바라보지만 모두 철조망을 쳐 놓았다. 상수원 보호 지역이다. 길은 호수를 놓았다가 쥐었다가 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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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염정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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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시인 김삿갓(본명:김병연)의 석상과 시비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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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염적벽강... ⓒ 이현숙

잘 찾아간다 싶었는데 또 놓쳤다. 피로 탓인지 아님 이정표가 잘못 표기된 탓인지 화순에서는 길을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숨은 풍경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가게가 있는 동네에 다다라 정확히 묻고 되돌아간다. 길위 숲이 무성한 언덕에 있어 그냥 지나친 것이다.

이곳에도 물염적벽이라는 강이 흐르고 강변에 석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데다 소나무 숲도 있어 풍경이 아주 빼어나다. 더구나 방랑시인 김삿갓이 이곳에서 생을 마쳐다나. 그의 석상과 시비도 있다. 위치는 화순적벽 3km 상류. 물이 적어 운치는 좀 덜 한 편이지만, 물이 웬만큼 차면 마치 신선이라도 노닐 것 같은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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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 보호구역인 화순 적벽... ⓒ 이현숙

이제 둔동마을 아름다운 숲으로 가야 하지만 우리는 적벽을 따라 간다. 화순적벽을 멋있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그리고 지도에 나와 있는 망향정이라는 정자를 하나 더 발견하고 싶은 욕심에. 그러나 적벽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접근이 쉽지 않았고 망향정도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아쉽지만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둔동마을을 찾다가 사평 기정떡집이라고 쓴 간판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있어 보이는 집. 간판 하나로도 이 고장 명물 냄새가 물신 풍기는 집이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보니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켜 만든 떡, 증편 같은 거다.

한 상자에 만원이라는데 조금은 안 파냐니까 오천원이라며 비닐에 싸인 떡 한 보따리를 내놓는다. 내 입은 금방 벌어지고 하품이 나온다. '아니, 저걸 누가 다 먹어.' 그런데 그 사람들 내가 이상하다는 표정이다. 이까짓거 금방 없어진다나. 그냥 갈 수 없으니 오천원을 주고 그 떡 한 보따리를 받아든다. 그리고 숲정이(마을 근처의 숲이라는 순 우리말)의 정확한 안내도 받는다.

아름다운 경치에는 늘 물이 있고 숲이 있게 마련. 아름다운 둔동마을도 동복천을 끼고 있다. 2002년 향토문화유산 12호로 지정되었고, 그해 전국대회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숲의 명예까지 얻은 마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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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둔동마을 숲...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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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동복천과 숲이 이루어낸 아름다운 경치 ⓒ 이현숙

우리는 길가에서부터 그 숲을 알아보았다. 그만큼 동복천가에 들어선 나무들이 아름다웠던 것이다. 왕버들 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숲 아래는 동복천이 흐른다. 이리저리 숲을 살펴보다가 숲 아래에 자리를 깐다. 그리고 비로소 기정떡 시식, 한 마디로 맛있다.

"이거 우리 다 못 먹으니까, 집에 가서 아랫집 윗집 나눠 주자." 오랜만에 신통한 말 하네. 난 고개를 끄덕끄덕. 나눠 주는 건 본래 내 특기니까. '맛 있을 때 나눠 먹자' 이 얼마나 좋은 구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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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길에서 만난 아주머니들과 말 한 마디로 얻은 맛있는 상추... ⓒ 이현숙

경치를 즐기다 마을 안쪽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마침 밭에서 상추를 뽑는 아주머니에게 상추도 얻었다. 역시 시골인심이다. '노지 상추 참 맛있겠다'는 내 말 한 마디에 덥썩 상추를 안겨 주다니.

나는 길에 앉아 상추를 다듬어 차에 넣고 흡족한 기분이 되었다. 풍성한 내일 아침 밥상이 내 눈앞에 떠오른 것이다. 청산도에서 딴 마늘쫑과 점심먹은 집에서 남은 두부 싸온 거, 그리고 이 상추까지.

지쳐 있어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힘차다. 돌아올 집이 있어 여행은 더 즐겁다는 말, 실감이 난다. 4월 26일에 시작해서 29일까지, 3박 4일의 여행.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여행기를 아홉 번에 나눠 실었으니 읽는 분들이 지루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줄여보려 했지만 능력 부족인지 간 곳이 많아서인지 줄일 수가 없었다.

남도 여행을 마친 소감이라면 우리나라 정말 아름답고도 넓다. 그리고 조금 찔리는 면도 있다. 청산도 화랑포 가는 길은 관광객을 위해 산을 훼손하면서 만들어진 길 같은데,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인데 내가 나팔을 불어버렸으니. 또 화순 환산정도 그야말로 숨은 그림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 행여 망가지면 어쩌나, 노파심이 생긴다.

그럼 결산은, 운주사 입장료 5000원. 주유 5만원. 점심 1만3000원. 기정떡 5000원. 음료와 간식 3000원. 통행료 1만4000원 합 9만3000. 따라서 3박4일간의 지출은 43만4150원인데 내려갈 때 들어있던 기름까지 합하면 48만4150원이다.

아주 절약해서 둘이 여행을 하면 대략 하루 10만원 정도 예상하는데 이번엔 조금 초과. 그래도 참 좋은 여행이었다. 그럼 여행기를 읽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덧붙이는 글 | 백아산 휴양림
* 전남 화순군 북면 노치리 산63번지
* 찾아가는 길:화순-구암삼거리-동복면-수리입구-휴양림
물염정:화순군 이서면 물염리
* 찾아가는 길:화순-22번 국도-구암삼거리-이서면 소재지-담양군 남면 구산리-오른쪽으로 2km-물염적벽가는 길
둔동마을: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
* 화순-22번 국도-구암에서 동복면 방향 좌회전-동복-우회전822번 지방도 직진-둔동마을

덧붙이는 글 백아산 휴양림
* 전남 화순군 북면 노치리 산63번지
* 찾아가는 길:화순-구암삼거리-동복면-수리입구-휴양림
물염정:화순군 이서면 물염리
* 찾아가는 길:화순-22번 국도-구암삼거리-이서면 소재지-담양군 남면 구산리-오른쪽으로 2km-물염적벽가는 길
둔동마을: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
* 화순-22번 국도-구암에서 동복면 방향 좌회전-동복-우회전822번 지방도 직진-둔동마을
#백아산 #물염적벽강 #둔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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