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가씨, 원무과 상담실이 어디에요?"
"아 거기요. 저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있습니다."
"어디를 말씀하심인지."
"그러니까. 병원 복도를 쭉 따라가시다 보면 오른쪽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박문순 아줌마(관련기사 :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가 입원해 있는 천안 D대학 병원 원무과를 찾아가 박 아줌마의 사정을 호소해보려고 원무과를 찾던 중 한 아가씨에게 길을 물으며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병원이 큰 만큼 원무과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았던 게지요.
"아저씨! 아저씨! 그게 아니고 왼쪽이네요. 제가 잠깐 착각을..."
"아 그러세요. 허허허허 고맙습니다."
a
▲ 길 거리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 시키는 사람들은 모두가 걸어다니는 부처님들입니다. ⓒ 송상호
자신이 가르쳐준 방향이 잘못된 줄 알고 나에게 달려와 가던 나를 세우곤 아가씨가 일러 줍니다. 사실 안내판이 있으니 굳이 다시 가르쳐주지 않아도 내가 조금 돌아갈 뿐 찾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처음에 내가 길을 물은 것도 조금 더 빨리 찾기 위함이지 몰라서 물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아가씨의 마음 씀이 너무 고마워 나는 대뜸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아가씨. 복을 수십 배로 받겠네요."
"아이 뭘요."
우리는 서로 보며 잠시 웃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그 아가씨와 나는 서로가 진정한 이웃이라는 것을,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할 같은 형제라는 것을 체험하는 따스한 순간이라 할 것입니다. 내가 건넨 수십 배로 복을 받겠다는 말에 아가씨도 기분이 좋아지고, 나는 그런 아가씨를 보니 기분이 또 좋아지고.
그 아가씨를 보내고 나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길거리를 가다가 그 아가씨와 같은 분들을 만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횡재한 듯이 느껴졌다는 것을 말입니다.
길을 못 찾아서 헤매다가 길을 물었을 때 가는 길을 가르쳐 주면서 혹시나 못 찾을 까봐 두 번 세 번 또 가르쳐주고 또 가르쳐주는 그런 사람, 그러고도 모자라서 굳이 목적지까지 동행해주는 그런 사람.
'노약자'에게 자리 양보하는 것이 그리 내세울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르신이 전철이나 버스에 올라타면 깍듯이 인사하며 웃는 얼굴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 그러고도 어르신이 미안해 하실까봐 멀찌감치 다른 데로 피해주는 그런 사람.
운전하다가 차끼리 가볍게 부딪쳤을 때 문을 열고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어디 다치신 데는 없느냐"고 진심으로 물어주는 사람, 그러고도 모자라서 상대방이 놀라지는 않았었냐며 살피는 그런 사람.
길거리에 걸어가다 과자를 먹고 나서 껍데기가 생겼을 때 그것을 자기 호주머니에다가 꼬깃꼬깃 구겨서 넣는 사람, 그러다가 휴지통을 만나면 휴지통에 넣지만 만나지 못하면 집에까지 당당하게 그 휴지를 가져가는 그런 사람.
공중전화 박스에 설치된 공중전화가 고장이 났다고 확인 되었을 때 행여나 뒷사람이 또 한 번 동전을 넣어서 고생할 까봐 '전화 고장'이라고 글을 써서 동전투입구에 끼워 넣는 사람, 그러고도 모자라서 휴대폰으로 해당전화국에다가 '전화 고장신고'를 하는 그런 사람.
전철이나 버스 간에서 자신의 발이 밟혔을 때 상대방이 미안해 할까봐 얼른 발을 빼는 사람, 상대방이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 올라치면 상냥하게 웃으면서 "나라도 그랬을 겁니다"라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
운전을 하다가 도로 위에 박스나 기타 장애물이 놓여 있어 차 들이 돌아다니면 가던 자신의 차를 한 곳으로 세우고 내려서 그것을 치워주는 사람, 그러고도 모자라서 그 장애물을 자신의 차에 싣고 가서 자신의 집에 분리 배출을 하는 그런 사람.
운전하다가 자신의 차가 상대방 차에게 조금이라도 불쾌하게 했다는 게 느껴지면 바로 쌍 깜박이를 켜거나 손을 흔들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는 사람, 그러고도 상대방 차가 빨리 가고자 한다면 기꺼이 양보해주는 그런 사람.
그렇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무슨 거창한 사회운동이나 캠페인보다는 이런 작은 나눔의 실천들이 아닐까요. 그 들이 퍼트리는 '행복 바이러스'가 이 사회를 그래도 아름답게 이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람들이 우리 길 거리위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아까 병원에서 스쳐가 그 아가씨의 미소를 닮은 그런 사람 말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