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은 냄새로 기억됩니다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모든 게 변하는 세상, 가죽부각 냄새마저 변했으랴

등록 2007.05.27 14:11수정 2007.05.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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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부각, 독특한 향미를 품고 있다. 그 향기는 타임머신과도 같아 금세 어린 시절로 데려다 준다 ⓒ 맛객

미각, 청각, 시각, 후각, 촉각. 우리는 이 오감을 통해서 음식의 맛을 느낀다. 그중에 미각을 통한 맛이 가장 클 것이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감칠맛)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도 미각일까? 고향의 맛을 대표하는 구수한 된장찌개를 떠올려 보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그렇다! 냄새가 아닌가? 냄새, 즉 후각이다. 그래서 말한다. 기억의 가장 강력한 매개체는 음식이지만 음식은 향기로 기억된다고. 그만큼 음식에서 냄새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김치, 어릴 적 싫어했더라도 나이를 먹을수록 김치 없이는 못살게 된다. 미(美), 이민 1.5세나 2세들도 어른이 될수록 김치를 찾는다고 하니 김치만큼 한국인의 유전자와 가까운 음식도 없을 것이다.

김치에는 발효되면서 생기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가정이다. 이 냄새가 김치에 들어있지 않더라도 한국인에게 진리처럼 따라오게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냄새가 없는 김치는 1년만 입에 대지 않아도 김치의 존재는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을 것이다.

향이 특히 중요한 음식이 있다. 나물이다. 나물에는 향이 있기에 풀이나 식물의 개념을 뛰어넘어 귀한 식재료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나물이 향을 품고 있는 건 아니다. 향이 미미한 나물도 있다. 그런 나물은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나물에 있어 그만큼 향이 중요하니 우리는 취나물을 떠올리면서 맛보다 먼저 향을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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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부각 재료가 되는 참가죽나무 새순, 붉나무와 옻나무 개가죽나무와 혼동하기 쉽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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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씹는 듯한 식감은 냄새와 함께 가죽부각의 맛이다 ⓒ 맛객

며칠 전 전남 화순에서 산나물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의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을 맛봤다. 아주 어릴 적 시골에서 맛보았던 그 음식은 가죽나무 순으로 만든 가죽부각이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4월경에 부드러운 순을 꺾어 데친 후 찹쌀 풀에 양념을 첨가해서 가죽 순에 발라 말리기를 반복한다. 꼬득 하게 마르면 불에 살짝 굽거나 기름에 튀기면 된다. 맛을 아는 사람만 아는 이 가죽부각은 맛있는 밥반찬이거나 고급 술안주로서 아주 그만이다.

가죽 부각을 먹었던 기억은 안개 너머 있는 것처럼 희미하다. 맛은 더욱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죽 부각이 품고 있는 향미만큼은 아직도 기억 속에 또렷하게 기억되고 있다. 그러니 음식의 맛은 냄새로 기억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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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이 변해간다 한들 가죽부각 향기마저 변했으랴 ⓒ 맛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맛객 #후각 #음식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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