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여성 보듬는 친정집 될 겁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 자립공동체 '하담' 이끄는 박주경 쉼터장

등록 2007.06.13 10:36수정 2007.06.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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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세옥 기자] 고양여성민우회는 5월 초 경기도 파주시 인근에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치유와 자립을 돕는 쉼터 ‘하담’의 문을 열었다.

'하늘을 담은 집’이란 의미의 ‘하담’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004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에게 실질적인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장기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해 3년 동안 운영해왔던 생활공동체로, 지난해 7월 고양여성민우회가 이 시설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란 판단 아래 이관이 결정됐다.

6월 4일 박주경(43) 하담지기(쉼터장)를 만나 8개월여의 준비를 마치고 새로 문을 연 하담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차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벅차 보이는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덩굴장미로 장식된 아담한 2층 주택이었다. 집 앞에는 작은 텃밭이 펼쳐져 있다.

"와, 예쁜 집이네요."

인사를 건네자 박주경 하담지기는 “그렇죠?”라며 웃어 보이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자립공동체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교통이 너무 불편한 곳은 피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주변 환경이 너무 좋아서 그 정도는 상쇄되지 않겠냐고 활동가들끼리 얘기하고 있어요."

성폭력 피해 생존자 자립공동체라는 다소 생소한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박씨는 "피해 여성들이 길게는 2년까지 이곳에서 지내면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취업과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들에 대한 장기적 보호와 함께 자립까지 생각하고 있기에 출퇴근 교통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담의 이 같은 정체성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004년 처음 시설을 만들 당시부터 지켜온 것으로, 피해 여성들이 단기 보호시설인 ‘열림터’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6개월만 지나면 나가야 했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의 성폭력특별법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시설 입소를 6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하담이 기존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와 다른 점으로 박씨는 가장 먼저 ‘느슨한 공동체’라는 점을 꼽았다.

박씨는 상담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쉼터를 권유할 때 거절하는 이가 간혹 있는데 ‘규정대로 살아야 하는 게 싫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기본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강제하기보다는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쉼터들의 규격화된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피해자들이 자신이 희생자로서 대상화되고 있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끼곤 하는데 하담에선 모두가 똑같은 여성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담은 성폭력 피해자 외에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에게도 문을 개방할 생각이다. 박씨는 “현재의 사회구조가 낳은 피해자라는 점에서 총괄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운영비가 빠듯하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여성에게 (기존 쉼터가) 문을 충분히 열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제약 없이 힘닿는 데까지 받아들이고 싶다”고 밝혔다.

운영비는 충분히 확보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후원이 절실하다”면서 웃어보였다. 하담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현재의 쉼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외 운영비는 여성가족부와 경기도, 파주시 그리고 고양여성민우회의 법인 부담금 등에서 나온다.

박 하담지기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중장기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여성가족부도 동의하고 있고 법 개정을 위한 일종의 역할모델로 하담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쉼터에 대한 지원을 좀 더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호시설 '하담'은...
피해여성·청소녀에 개방...의료·법률·사회복귀 지원

성폭력 피해 생존자 보호시설 하담은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70평 규모의 2층짜리 주택이다. 2~3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방 4개와 거실, 주방 등이 갖춰져 있다.

하담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고양여성민우회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경기 서북부 지역의 여성들과 함께하자는 취지로 이곳에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하담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과 청소년들에게 쉼터를 개방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의 신체적·정신적 치유를 위한 의료 지원은 물론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률 지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

또 피해 여성(청소녀)들의 사회(학교) 복귀를 위해 직업훈련과 전학, 학교생활 지원 프로그램, 문화생활 지원책 등도 마련해뒀다.

이용 기간은 기본적으로 1일부터 6개월까지고,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피해 여성들이 필요를 느낄 경우 재연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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