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과제 되짚어준 6월 항쟁 시사프로그램

KBS 돋보이는 편성, SBS는 한 편도 없어

등록 2007.06.20 18:35수정 2007.06.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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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민주화에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던 87년 6월 항쟁이 올해로 20년이 됐다. 방송사들은 6월 10일을 전후해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편성된 프로그램들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가 방송 3사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6월 항쟁을 다룬 프로그램은 KBS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는 2건, SBS는 한 건도 없었다.

6월 항쟁 관련 프로그램

MBC
MBC 스페셜 6.2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
시사매거진 2580 6.10 임을 위한 행진곡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6.4 시민의 승리, 민주의 승리
6.5 시청 앞 20년, 대한민국 무엇이 달라졌나?
6.6 ‘작은 소망이 큰 물결 되어’ 내가 겪은 6월 항쟁
6.7 세계가 본 6월 항쟁

취재파일 4321
6.3 ‘노찾사’의 끝나지 않은 노래

KBS스페셜
6.9 스무날의 기억
6.10 1987 2007

미디어 포커스
6.9 각하 만수무강 하십시오
6.16 하늘이 내리신 대통령

KBS 6월 항쟁 관련 좋은 프로그램 많아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편성한 KBS는 다양한 소재와 접근방식을 보여줬고 심층 시사프로그램들에서는 깊이 있는 내용 전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KBS스페셜 >은 6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6·10 민주항쟁 20년 기획 1편 '스무날의 기억'과 2편 '1987 2007'년을 방송했다.

1편에서는 1987년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20일 동안의 항쟁 일지를 정리했다. < KBS스페셜 >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진 속 주인공들 100여 명을 찾아내고,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20년 전 그날을 재구성했다. 6월 항쟁에 참여했던 평범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당시 부조리한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대중적인 저항과 열망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2편에서는 6월 항쟁 당시 명동성당 앞에서 5박 6일간 농성을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그때 이야기와 그 후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2편은 거리에 나섰던 이들의 다른 이야기와 20년간 달라진 삶을 통해 6월 항쟁이 개인들에게 미친 영향과 그들의 삶을 통해 6월 항쟁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보게 했다.

9일, 16일 방영된 <미디어 포커스> 6월 항쟁 기획물 '전두환 정권, 그리고 방송'도 80년 자발적이고 유기적으로 신군부에 부역했던 방송의 치욕적인 실상을 보여주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1편 '각하, 만수무강 하십시오!'는 MBC가 12.12 군사 반란 일주일 후 연예인을 동원해 보안사령부 위문공연을 마련한 화면, TBC가 5.18 이후 열린 국보위 파티에 자사 관현악단을 동원해 흥을 돋우는 화면, 방송사들이 전두환 생일파티, 장녀 결혼식 등 대통령 개인의 대소사까지 기념비디오로 제작해 상납하며 충성 경쟁을 하는 화면 등을 통해 방송사들의 자발적인 충성경쟁의 역사를 지적했다.

'하늘이 내리신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2편에서는 방송과 신문이 '전두환 위대한 영도자 만들기', '전두환 신화 만들기'에 얼마나 자발적으로 나섰는지 구체적인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 밖에도 KBS는 6월 항쟁 전개과정과 그것이 미친 영향, 해외에서 보는 6월 항쟁을 다룬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6월 민주 항쟁 그 후 20년'과 6월 항쟁을 계기로 탄생한 노래모임인 노찾사를 다룬 <취재파일 4321>의 '노찾사의 끝나지 않는 노래'도 선보였다.

MBC는 < MBC스페셜 >과 <시사매거진 2580>에서 각 1건씩 6월 항쟁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2일 방영된 < MBC스페셜 >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는 고(故) 박선영 열사와 그 가족의 삶을 통해 민주화 20년의 역사를 시청자에게 호소력 있게 전했다.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는 제목은 박선영 열사 대신 민주화 운동을 하는 어머니의 절규다. 딸의 죽음 이후 어머니는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아버지와 오빠는 교육 민주화 운동을, 동생은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이처럼 박선영 열사의 죽음은 가족들을 변하게 했다. < MBC스페셜 >은 한 가족사의 변화를 통해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의 상징적인 의미를 전한 것이다.

< MBC스페셜 >은 한 개인과 그의 가족사를 밀도 높게 다루면서 잊혀지고 있는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킨 점도 높이 살 만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구성도 민주화 운동을 생동감 있게 느끼게 했다.

성차별, 장애인 차별, 표현의 자유 등 여전히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요소가 남아 있는 현재 상황을 보는 고(故)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는 "아직도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사회"라며 탄식한다. 이 프로그램은 박선영 열사 가족들의 현재 삶을 통해 '민주화' 과제에 대한 우리의 역할을 제시한다.

또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된 가족들의 구명운동을 위해 만들어졌던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양심수를 석방하라고 부르짖고 있는 현실을 취재해 방영했다.

한편 SBS가 6월 항쟁에 대한 프로그램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6월 항쟁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부족한 것인지,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홀대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민주화 과제에 대한 접근으로 나아가길

'정치적 민주화'가 최대 현안이었던 87년 당시에 비해 절차적 민주주의는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 왔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이시우 평화사진작가는 비무장지대를 찍었다는 이유로 구속이 됐고, 한 인터넷 서점 주인은 북한 소설, 사회과학 서적 등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으로 표현·양심·사상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 또 군부독재의 공권력에 피해를 입은 사람과 가족들은 그 상처를 온전히 치유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청산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과정은 더디고 수구보수 세력의 반발은 거세다.

사립학교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개정됐던 사립학교법도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수구신문의 횡포로 언제 제자리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비정규직 문제, 빈곤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 사회양극화 문제 등 '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6월 항쟁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87년 당시 민주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도 있지만 87년 이후 남겨진 민주화 과제를 어떻게 대중적으로 풀 것인가이다.

방송사들이 87년을 회고하고 당시의 주인공들의 현재 삶을 주목하며 현재의 과제를 던진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여기서 한 발짝 나아가 방송이 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과제를 깊이 있게 다뤄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

○ 모니터 대상 : KBS, MBC, SBS 시사프로그램
○ 모니터 기간 : 2007년 6월 2일-16일

덧붙이는 글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

○ 모니터 대상 : KBS, MBC, SBS 시사프로그램
○ 모니터 기간 : 2007년 6월 2일-16일
#6월 항쟁 #시사프로그램 #민주화 #방송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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