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희생한 대가가 겨우 이거냐"

두계전투 추모사업회 현충일 추념식 장소 변경 반발

등록 2007.06.21 16:44수정 2007.06.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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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충일 추념식과 올해의 행사모습] 계룡시가 지난해까지 수변공원에서 실시하던 현충일 추념식을 올해 엄사근린공원내 건립된 충령탑에서 진행함으로써 지난해까지 호국영령으로 받들어지던 수변공원의 6위의 위패는 하루아침에 소외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 김동이

두리봉 영기타고 웃둑 솟은 추모비여!
의로운 이 사실을 알알이 담고 서서
이 고장 청사에 남아 길이길이 빛나리.

후세의 사람들이여, 귀감으로 삼으시라
그리고 오래도록 전승해야 할 것이
다시는, 다시는 동족상잔의 뼈아픈 비극 없게 하라.

화해는 관용과 포용 한 핏줄 이어지고
너와 내 더불어 한 가슴 되어서
충의로 연연한 이 고장 지켜 가야 하느니.

- 두계전투 유족대표 김영환 시인의 '염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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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계전투의 영웅 남송 이전구 선생] 이전구 선생이 수변공원에서 6ㆍ25당시 치열했던 두계전투에 대한 무용담을 들려주고 있다. ⓒ 김동이

매년 이 맘 때쯤 되면 문득 생각나는 시 구절이다.

이 시를 읊을 때면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차가운 땅속에 묻혀져 있는 주인 없는 유골들이 생각나며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국방부에서도 유해발굴단을 구성하여 발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6·25 당시 활약했던 역전의 용사들이 대부분 땅속에 묻혀 있어 전사자를 발굴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48년만에 전사자로 인정받아 지난 1998년에 국립현충원에 안장시키고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전적비까지 세웠으나 애꿎은 충령탑으로 인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소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 전하고자 한다.

계룡시는 지난 출장소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현충일 추념식을 수변공원(계룡시 금암동 소재)에서 가졌다.

하지만 올해에는 계룡시가 현충일 행사를 위해 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엄사근린공원 내에 조성한 충령탑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본래 주인이 있는 수변공원에서는 고작 5명만으로 '초라한' 현충일 추념식을 가졌다.

충령탑에서 행사를 가진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난해까지 계룡시가 호국영령으로 받들던 수변공원에 모셔져 있는 위패에 대한 추념식은 무시한 채 충령탑에서만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다는 점이다. 결국 계룡시는 원래 주인을 무시한 채 논산에서 모셔온 객에게만 제를 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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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공원 전경] 계룡시 금암동에 위치하고 있는 수변공원에는 전몰호국용사 추모비(오른쪽 위)와 남송 이전구선생 전공비(오른쪽 아래), 유족대표인 김영환 시인이 쓴 추모시비(왼쪽 아래)가 세워져있다. 특히, 전몰호국용사추모비에서는 지난해까지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다. ⓒ 김동이

지난해까지 현충일 추념식을 가졌던 수변공원에는 1950년 10월 6·25 한국전쟁 당시 두계전투에서 향토방위군으로 적과 싸우다 전사한 전사자 6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두계전투의 영웅인 이전구(82·계룡시 두마면) 옹의 전공비와 전몰호국용사 추모비, 추모시비가 세워져 있다.

전적비의 주인공인 두계전투 전몰호국용사추모사업회장 남송 이전구 옹은 "어떻게 지난해까지 수변공원에서 하던 행사를 아무런 말없이 충령탑에서 할 수 있느냐, 수변공원에 모셔져 있는 위패를 옮기지도 않고"라며 "또 수변공원이 큰 집인데, 큰집이 작은집으로 이사 가는 것도 이상한거 아니냐"며 “위패봉안실도 차가운 돌로 만드는데는 세상 천지에 없고, 위패를 모셔놓은 상태에서 시끄럽게 옆에서 포크레인이 공사하는 데는 계룡시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분강개했다.

이전구 옹은 또 "수변공원에 모셔져 있는 6위의 위패 주인공들은 나와 함께 한국전쟁 당시 이 곳 두계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용사들인데 지역을 위해 희생한 대가가 겨우 이거 밖에 안 되냐"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두계전투 전몰호국용사 추모사업회는 계룡시장과 계룡시의회 의장에게 수변공원에 있는 6위의 위패를 모실 위패각을 나무로 해서 만들어 세우고 그 자리에 충령탑 위패봉안실에 모셔져 있는 13위의 위패를 수변공원으로 옮겨와 현충일 행사를 같이 치를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는 6월 말까지 계룡시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없을 경우에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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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이전구 선생] 이전구 선생은 수변공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수변공원에 위패각을 세워줄 것과 충령탑에 모셔져 있는 위패 13위를 수변공원으로 옮겨올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탄원서를 계룡시에 보냈다고 말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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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시장과 의장에게 보낸 탄원서와 이를 계룡시가 회신했다는 증명서] 이전구 선생은 6월말까지 계룡시가 탄원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발표가 없을 시에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 김동이

#충령탑 #계룡시 #남송 이전구 선생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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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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