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해고를 당했습니다

등록 2007.06.22 12:25수정 2007.06.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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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월요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 딸입니다. 하지만 딸은 여전히 서울서 머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르바이트(알바)로 가르치고 있는 학생이 있는 때문이고 또 하나는 담당 교수님께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 작성 등의 잔무가 딸에게 여전히 휴식을 허용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달인 7월 초순경에나 집에 오겠다고 했던 딸이었지요.

지난 설날에 집에 왔다 간 뒤로는 통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사랑하는 딸입니다. 그래서 그리움이 진득해질 무렵이면 고작 전화로만 녀석의 안부를 묻곤 할 따름이지요.

그런데 어제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건 바로 딸이 대놓고 가르치던 알바 학생의 부모로부터 그만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었지요.

3학년인 딸의 수업이 적지 않다 보니 시간에 쫓겼고 그로 말미암아 딸은 그만 몇 차례 그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을 연기하곤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까탈스러운 그 학생의 부모가 그만 그같은 '해고처분'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덕분'으로 딸은 예정을 수정하여 다음주 화요일에 집에 온다고 했습니다. 순간 저는 반가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이구, 내 사랑하는 딸이 드디어 집에 오는구나!

물론 딸로선 '해고'가 분명 기분 나쁠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라도 자신이 해고를 당한다는 것 이상으로 불쾌한 기억은 다시없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최근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이 시행되는 7월을 앞두고 노동계가 비상이라고 합니다. 이 법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곤 하는데 실상은 더욱 대량의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누구라도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년퇴직 때까지 근무하고자 하는 심정은 본능이자 인지상정입니다. 그러하기에 근로자(근무자)가 해고된다는 것은 충격이자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도 모두 수정해야만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는 것임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주지하듯 우리의 노동환경이 열악지경에 들어가면서 숱한 유행어가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의미의 '이태백'을 필두로 겨우 38세에 퇴직한다는 자조적 의미의 '삼팔선'도 있습니다.

45세 정년을 가리키는'사오정'은 굳이 부언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라며 '오륙도'로 몰아치는 세태엔 비감까지 머금게 됩니다. 그같은 비유는 물론 해고와 미취업의 공포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시대상의 유물입니다.

이 외에도 취업이 안된 대학생들을 가리키는 '대오'(대학 오학년)도 있습니다만 더 우울해질 것 같아 그만 하기로 하겠습니다.

하여간 딸이 '해고'를 당해 오랜만에 집에 온다고 하니 해고자의 아빠인 제 맘은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알바를 그만 두었기에 당장 딸에게 부쳐줘야 할 저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늘어나겠지만 말입니다.

비록 알바에선 해고를 당했지만 장차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이 된다면 반드시 정년까진 근무를 마치고야 말 딸이란 것이 여전히 한결같은 저의 믿음이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숙영의 파워 FM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숙영의 파워 FM에도 송고했습니다
#과외 #해고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 #이태백 #삼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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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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