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망 원인 3위...약이 당신을 노린다

[서평] 약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약이 사람을 죽인다>

등록 2007.06.23 14:57수정 2007.06.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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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리빙하우스

우리의 삶 속에 약물은 보편화된 필수품이다. 며칠 전 저녁시간, 몇몇 사람들과 함께 탁구를 쳤다. 땀을 흠뻑 빼고 나서 갈비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리고 과일나무와 수목이 배경을 이루고 있는 전원 풍경 가득한 동료의 사무실을 찾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놓은 것이 비타민C 영양제와 차가운 드링크 그리고 따뜻한 한방 드링크였다. 그것은 일상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이었다.

보통 샐러리맨의 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종합 비타민제 한 알을 무심히 삼키고 아침부터 시작된 상사의 질타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두통약을 입 속에 털어 넣는다. 점심에 먹은 감자탕이 체한 듯 답답하여 약국에서 산 소화제 두 알을 넘긴다.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퇴근시간, 한잔 하고 가자는 동료들의 손에 이끌려 술과 고기를 진탕 먹고 마시자 어제의 숙취까지 함께 밀려오며 속이 쓰리다.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 드링크를 마시고 집에 들어가 자리에 눕는다. 다음 날, 설친 잠과 숙취에 괴로워하는 몸을 달래기 위해 우유 한잔과 피로회복제, 간장약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역시나 오늘 아침에도 비타민제는 필수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상황이다.

나 또한 식후에는 비타민C 영양제와 식이 보조식품 서너 가지를 먹는다. 몸에 좋다는 말만 듣고 몇 년 째 해오는 습관(?)이다. 몸 좋다는 그 일념으로 거르지 않으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먹는다. 그런데 레이 스트랜드의 <약이 사람을 죽인다>를 읽고 고민이 생겼다.

무심코 먹는 약이 우리의 생명줄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는 못한다. 약 부작용은 어쩌다 운 나쁜 사람에게 생기는 매우 극소수의 일이이라고 생각한다. 약국에서 쉽게 사먹는 두통약 한 알, 소화제 한 알이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도 않은 채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약 부작용의 피해자들 역시 우리와 같았다.

열이 나는 아이에게 먹인 해열제가 간을 파괴해 목숨을 잃을 뻔 했거나 결혼 전 다이어트를 위해 약국에서 사먹은 체중감량제로 폐 고혈압에 걸려 죽고, 폐경 후 먹은 여성호르몬제 때문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그들도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당신과 다름없던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살면서 한번쯤은 먹게 되는,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약'의 부작용과 그 폐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 사망원인 3위이자 영국에서만도 한해 1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끔찍한 약물 부작용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의사와 약사, 제약회사는 알고 있지만 소비자인 우리는 모르는 '그들만의 현실'을 현직의사인 저자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약이 만들어지고 승인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제약회사와 FDA의 검은 파트너십과 출시 이후 진행되는 허술한 부작용 보고 과정, 의사와 약사가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30여 년간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해온 레이 스트랜드의 눈길이 무척 날카롭다.

당신이 먹는 약은 이렇게 만들어 진다!

약의 부작용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짧으면 수년 길면 수십 년간 제약회사는 신약 연구개발에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인다. 이윤의 극대화, 비용의 최소화라는 기업의 가치 앞에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정식 절차는 짐 아닌 짐이다.

제약회사는 신약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특허 기간으로 보상받고자 한다. 여기서 부작용이 일어난다. 몇 년이 걸리는 임상시험 기간을 최소 6개월까지 단축시키고, 치료제를 예방제로 둔갑시키며, TV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온갖 방법들이 실행되어 왔다. 그리고 이런 제약회사의 횡포는 의회의 승인과 FDA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의사를 맹목적으로 믿지 마라!

누구도 당신의 생명을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모든 위험성을 막기 위해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생각과는 다르다. 의사들은 대학시절 약리학 등의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 외에는 약물 정보를 접할 기회가 사용설명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나마 제약회사에서 건네는 사용설명서를 전부 살펴보는 의사는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할 만큼 적다.

게다가 환자가 먹는 다른 약이나 건강보조제 등이 무언지 살펴볼 짬도 없을 만큼 바쁘다. 다른 병원에서 다른 증상으로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는다. 물론 의사들만의 잘못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제대로 처방된 약이라도 비슷한 이름의 약과 혼동되어 조제되기도 한다.

또한 제대로 처방되고 지어진 약이라도 다른 약물이나 음식물과 함께 먹거나 복용 지시를 어기고 환자 마음대로 복용할 경우 위험한 상태가 초래된다. 결국 약 부작용은 제약회사만의 잘못도 의사만의 잘못도 아닌 총체적인 시스템과 이를 알지 못한 채 방심하고 있었던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상한 징후가 보이면 처방약부터 끊어라!

저자가 이야기하는 약의 부작용 사례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것들이다. 거의 대부분이 생명을 담보로 한 것들이라 책을 읽으면 절대로 약을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약을 먹지 말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은 아니다. 약은 화학적 합성물인 만큼 태생적으로 위험성을 안고 있으니 약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과 위험성을 잘 판단해서 똑똑하게 먹으라는 것이다. 물론, 약 대신 허브나 음식,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꼭 먹어야 하는 질병이나 사람이라면 사용설명서와 복약지시를 제대로 숙지하고 따라서 약을 먹고, 약을 먹기 전 의사나 약사와 반드시 충분한 상담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약을 복용한 후 전에 없던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면 먼저 약부터 끊으라는 친절하고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실제 책에 나타난 사례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점에 복용을 중단하기만 했어도 생명은 건질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저자는 약을 복용하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생겼을 경우 이를 벗어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들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약은 양날의 검과 같다. 현명하게 제대로 먹지 않으면 건강을 지키려고 먹었던 약 때문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약, 피할 수 없다면 똑똑하게 먹어라!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또한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www.bigfighting.co.kr)라는 타이틀로 메일링을 통해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또한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www.bigfighting.co.kr)라는 타이틀로 메일링을 통해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약이 사람을 죽인다 - 의사.약사.제약회사가 숨기는 약의 비밀

레이 스트랜드 지음, 이명신 옮김, 박태균 감수,
웅진리빙하우스, 2007


#약 #영양제 #피로회복제 #제약회사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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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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