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교수·직원... 배운 사람들이 더 해"

청소용역 아줌마 농성 2개월째... 물·전기도 끊겨

등록 2007.07.11 20:32수정 2007.07.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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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실 앞 복도 농성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조합원들 ⓒ 충북민언련

지난 10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청주대 청소용역 사태 고용승계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자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중부매일의 수습기자 한명이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청주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언론에서 쉽게 다루기는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이튿날인 11일 오후 2시 충북민언련 활동가들은 다시 청주대를 찾았다. '청소엄마'들이 대학본부 로비와 현관에 모여있었다. 로비에 계시는 분들은 지친 몸을 잠시 쉬고 있었고, 현관에 모여 있는 분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 사이를 헤집고 앉았다.

충북민언련은 언론개혁 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라고 소개하니 대뜸 언론에서 취재는 숱하게 해갔다고 이구동성이다. < MBC >와 < KBS > 등이 다녀갔다고 하며 그때마다 얼마나 기대를 하는지 모른다고.

그러나 찍어만 가고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학교에서 언론 보도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언론 이야기를 꺼냈다. 일전에 무슨 방송에서 약 10초간 청주대문제가 나갔는데 총장이 발끈했다는 소문도 들었다며, 언론 보도를 총장이 무척이나 신경쓰는 것 같다면서 많이 보도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론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녀들의 투쟁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유미근 사무국장이 주로 이야기를 풀어놓고, 몇몇 분들이 추임새를 넣었다.

"언론 취재는 많이 해갔는데 보도는 왜 안돼?"

조합원은 많게는 10년, 적게는 2년 정도 청주대에서 일해 왔다. 모두 이 일을 하찮게 여겨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투쟁을 하고 있는 것도 학교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용역회사가 지난 13년 동안 청주대 청소 일을 수의계약 맺었고, 4년전 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 40만원의 월급을 받고 일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의료보험이 필요해 용역회사에 의료보험을 요구했고 4대보험에 가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그저 주는 대로 월급을 받았을 뿐이라고. 지난 5월까지는 월 85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한 조합원은 "5년동안 여기서 일했는데, 5년 전에는 학교 직원이 되는 줄 알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2년마다 돌아오는 고용승계를 투쟁으로 쟁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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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있는 청주대 청소용역 노조 조합원 ⓒ 충북민언련

일하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한 사람당 700~800평 정도 책임지고 일해왔다고 했다. 복도에 지키고 서 있다고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해결하라, 비오는 날에는 비누청소를 꼭 하라는 등의 작업지시서에 명시된 사항들을 지키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4년전부터 노조를 만들어서 대응했고, 학교측에서는 노조활동을 탐탁치않게 여겼으며 어쩌면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9일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총장실 앞에서 복도농성을 벌이던 첫날 한 조합원이 실신까지 했는데도 청주대학교 김윤배 총장은 사무처장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다며 학교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학교를 빠져나갔다. 이날의 장면은 <시사플러스 충북>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편에서도 볼 수 있다.

조합원들은 이제껏 한번도 자신이 하찮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유유히 빠져나가는 총장을 보면서 자신들이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비참한 적은 없었다고.

그러나 비참한 일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급기야 청주대에서는 지난 7월 2일부터 농성장의 물과 전기를 끊었다. 조합원들의 설명에 의하면 건물주변의 가로등은 물론 주변건물들의 화장실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둠이 공포였지만 지금은 나름 익숙해졌으며 이보다 더 참혹할 수는 없다고 끝내 눈물을 비쳤다.

"배운 사람들이 없는 사람 처지 더 이해 못해"

투쟁을 시작한지 23일째, 차가운 돌침대(로비 바닥을 돌침대로 불렀다)에서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대부분이 50~60대의 여성들인지라 몸이 썩 좋지 않은 상황, 직업병도 악화됐다고 한다.

조합원들 대부분이 연로해서 건강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투쟁기금 쓰는 것이 아까워 쌀이며, 두부며 집에서 가져다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한두끼는 감자로 해결하기도 한다고. 물과 전기가 끊겨 화장실 사용도 자유롭지 않은데 수박 사오는 것보다 쌀이 더 반갑다고 했다.

조합원들의 3분의 1은 조합원들의 수입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당장의 생계비가 필요하다. 아이들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하고, 가족의 가장이기도 한 그녀들의 파업에 대해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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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근 청주대 청소용역노조 사무국장 ⓒ 충북민언련

유미근 사무국장은 "사실 예전에는 노조라고 하면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부각돼 사상이 불건전한 사람들이 나라 말아먹는 집단행동이라고 생각했었다"며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 활동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웃이나 가족들이 '그만해라',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목숨을 걸고 하느냐'고 말할 때마다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옳은 일이니까 끝까지 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청주대학교 교수, 학생, 직원들의 반응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많은 직원과 학생들이 오갔지만 대체로 무심한 얼굴들이었다. 실제로도 무관심하다고 했다.

어떤 직원들은 조합원들이 농성장에 깔아놓은 장판을 일부러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두시간에 한번꼴로 시설과 직원들이 감시를 나오기도 한다.

조합원들은 교수들이, 총장이 지성인답게 행동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배운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의 처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못내 서운해 했다.

투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몸과 마음이 지치기마련일 터. 조합원들은 지역사회에서 더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다루어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찾아와 주는 얼굴들이 너무 반갑다"며 앞으로도 자주 와달라고 했다.

유미근 사무국장은 "우리도 어렵지만 오창하이텔에도 한번 가봐 달라"며 "6년째 투쟁하고 있는 젊은 엄마들이 거기에 있다"고 했다.

"오창하이텔 농성장에 다녀와서 눈물깨나 쏟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죽음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우리 얘기 좀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달라."

유 사무국장은 마지막 말을 잊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www.ccdmcb.org에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www.ccdmcb.org에도 있습니다.
#청주대청소용역노동자 #비정규직 #충북민언련 #청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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